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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씨


털어도 털리지 않는 흙 묻은 운동화를 뒤집어

뒤꿈치가 다 벌어져 한 많은 발을 구겨 넣고

보물이라고는 없는 방에 열쇠를 걸어 잠그면

나도 모르게 내 집인 냥 마음이 든든하다

세상천지가 아직 눈 뜨지 않았는데

그래도 빛나고 있는 30만 원짜리 늙은 달방을 뒤로

군데군데 썩은 이가 빠진 횡단보도를 지날 때면

괜히 발 앞에 채이는 쓰레기를 구겨 쥐고

무엇 하나라도 생채기 내고픈 애먼 심정이 든다

지난 날 환희는 온데간데없고

삶의 애락은 지난밤이 나았으며

차라리 태어나지 않은 그때가 더 운 좋았노라

있지도 않는 시간을 들먹이며

빛도 내리지 않은 푸른 세상에 오만 떼를 쓴다

배알이 꼬여 느즈막이 도착한 곳엔

45층 덜 마른 회색 아파트가 나를 비웃듯 내려보고

레고처럼 늘어선 회색 건물 벽에

거인처럼 드리워진 낯선 불빛을 따라

마저 털리지 않은 흙 때문에

더 무겁다 생각한 발을 가까스로 옮기면

까만 얼굴 하얀 버짐이 분꽃처럼 내려앉은 이들이

마른 꿈을 태워 그을린 양철통 옆을 아이처럼 감싸고 있다

세상 짐은 다 든 듯 투박한 배낭을 지고

흙 묻은 낡은 운동화를 신은 그들의 풍채는

누가 봐도 우리를 형제처럼 얽는다

형씨, 커피 한 잔 해

형씨, 어디서 왔어

형씨, 가족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이 형씨들과

고향에 맡기고 온 아들마냥 고이 벽돌을 엎고 지고

오르지 못할 회색 아파트를 오르고 내리고 또 오른다

잠깐 쉬소 내 팔을 붙들고 누른 이를 보이며

나는 마셨소 일어서며 건넨 어느 형씨의 커피가

오늘따라 그리 달다



낮잠


어릴 적 함께 노닐던

까까머리 동무를 찾아 갔네

과수원 댁 막내아들이었던 동무는

익지도 않은 새파란 풍개를

책 대신 가방에 넣어와

한 다리가 짧아 절뚝거리던

내 책상에 몰래 넣어두었네

보고도 그 빛깔 의심스러워

쥐고도 한참을

먹어도 탈 없나

요리조리 굴려 보았네

참 시네 시네 침이 다 고이네


깨고 보니 꿈결 일세

입 안 가득 흥건히

풍개 신물이 고였네

알고 보니 동무는

전쟁 통에 두고 온

까까머리 내 동생이었네

눈 밑 가득 흥건히

풍개 신물이 고였네

참 머네 머네 길이 다 천리네



엄마의 집


그도 나이를 잡숫고는

휘어진 몸으로

흙담을 받치고 있는 모양에

허리 꼿꼿한 내가 다 민망하다


꼭 닫았다고는 하지만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아도

마취 풀린 입 마냥

그대로 벌어진다


뼈마디 다 쑤시는

삐걱대는 소리에


엄마 집 황구는

사람도 몰라보고

서운하게 짖어댄다


귀 먹은 엄마는

엉덩이를 보이고 돌아앉아

실에 침을 묻혀가며

바늘귀를 찾고 계시다



어둠 속 기도


어둠은 비었다 분명


그런데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기도의 운명


아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어둠의 숙명


아무도 손대지 않은 어둠 속에


아무도 보지 않은 기도를 숨긴다


어둠 속에 잉태된 기도가 발길질을 한다


어둠을 가른다 얼른


찢어진 어둠 속에서 새나오는 기도의 비명


그 소리에 묻힌 기도의 소명


어둠이 삼킨다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어둠의 이명


그제야 기도가 멈춘다




기름 때 묻은 손바닥에 올려 아무리 들여다봐도

못난 구석 한 구석을 찾을 수가 없다

차가운 방바닥에 내려 살며시 뒤집어 봐도

구석구석 알록달록 보석이 박혔다

넓은 이마 오목한 입술 맨질한 콧등 위로

동그랗게 뜨고 있는 옥색 눈동자에

너무 예뻐 울고 있는 내가 다 비친다

기름 눈물 떨어질라 어서 내리니

그제야 나를 알아본 딸이 서럽게 운다



psdiamond@naver.com

010-2770-0312

정군자

  • ?
    netsurfer34 2015.06.11 13:30

    시가 예사롭지 않으시네요...
    혹시 이미 등단하셔서 시집을 내신 정군자 시인 아니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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