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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노 집 풍경




땅거미 뉘엿해지면 한잔 술과 계집 속살냄새 이끌리어 발정 난 수놈들 모여들고 저마다 찍어놓은 계집 찾아 허겁지겁 구멍 속으로 숨어든다 야트막한 기와지붕 처마 밑으로 백 촉 전구 밝혀놓은 조막만한 방들 연이어 붙어있는 형상이 마치 병든 수캐 자빠져서 눈 까뒤집고 겔겔거리는 모습이다 술집마다 제대로 된 간판 붙어 있을 리 없건만 흙먼지 뿌옇게 덮어쓴 채 색 바랜 간판글씨 목포집 개성집 평양집 함양집 마산집 울산집 양산집 덕포집…… 뭔 일편단심이라고 한결같이 고향내음 일색이다

쌀뜨물인양 걸쭉한 막걸리 시큼시큼 묵은 냄새 풍기며 주전자에 담겨 나오고 막사발과 수저 뒤엉켜 제짝 맞춥네 아우성이다 삶은메추리알 꿀물절인땅콩 멸치볶음 두부튀김 농익은김치 간장종지 그 비좁은 한가운데 미어터져라 들어선 다라이만한 파전이 한 상 그득하다 늙은 오빠들 애기 같은 색시 하나씩 꿰차고 앉아 마냥 흥겹다

- 자야 숙아 희야 뭐 하노? 오래비들한테 술 한 잔 따라 보그라

고놈의 가시나들 옹냐 하니 간드러진 애교로 사내 품 파고들며 코맹맹이 소리, 벌써부터 애간장 바싹 녹이려 든다

- 오빠야 밉다, 뭐 올 만에 왔으면서 뭔 큰소리냐?

한잔 술 두잔 술 거나해지면 터져 나오는 것 딴따라라 숟가락 장단 젓가락 장단 손바닥 장단 절로 흥 돋우고

- 두마안강…… 퍼어런…… 무울에…… 떠…… 나아 가는…… 김 사아…… 앗갓……

니기미 악 쓰듯 쏟아내는 타령 목쉬는 줄 모르고 벌컥벌컥 따라주는 대로 들이킨 막걸리 오줌통만 빵빵해지더니 덩달아 간땡이 불대로 부어 그만 배 밖으로 튀어 나온다 말끝마다 이놈도 씹새끼고 저놈도 개새끼다 시상에 지만큼 잘난 놈 없고 지만큼 똑똑한 놈 없다 유두주 계곡주 타령에 통금 다가온다고 쫓을 궁리하는 쥔과는 사뭇 달리 마냥 느긋하다

돈 없는 사내야 늘상 신용이야 있든 없든 손가락에 혓바닥 침 듬뿍 묻혀 허공에 찍 그어 보이면 그걸로 술값 계집값 계산 끝이다.




200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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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onymous 2019.12.22 09:52
    대단한 필력!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정겹네요. 40년쯤 전, 옛추억을 소환해 주네요.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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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onymous 2019.12.22 09:56
    대단한 필력!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정겹네요. 40년쯤 전, 옛추억을 소환해 주네요.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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