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백 지 인
우리 빌라에는 스파이더맨이 산다
눈·비 오는 날이면
계단 끝 일렬로 찍혀있는 발자국들
아, 누구의 사랑스런 흔적이란 말인가요
아, 3층 스파이더맨 이라더군요
조심스레 한 보 옆
나도 따라 스파이더맨
그리우니
백 지인
저는 잊지 못합니다.
어떻게 그 행복하고 황홀한 시간들을 잊을수 있을까요.
당신과의 추억들을,
변명아닌 변명으로 들릴테지만
진심을 담은 변명쯤으로라도 들어준다면
그대와의 마지막은 기약없는 일인줄로만 알아
공허해진 이 내 마음속에서
그대와의 추억을 찾아내는 것은 너무 힘이듭니다.
그곳에 흩뿌려진 기억들을 헤치고 또 헤쳐
제일 보고픈 그대 웃는미소 찾는다면
그때다시 그미소 내게 칠해 그대에게 달리겠습니다.
지금은 그대의 얼굴이 보고파도 기억이 나질 않아
그대를 볼 면목이 없으니 말입니다.
달을 보았다
백 지 인
나는 종종 이 조그만 몸으로 다 끌어안은 듯 했다
울적함, 잡념, 걱정거리
그리고 이런 어리석은 나를,
달빛은 나를 종종 비추곤 했다.
고작해야 건물 틈 사이 빼꼼 고개를 내민 달이지만
이 빛은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위로였다.
그래서인가 나는 가끔 저 달이 얄미웠다.
조금의 어둠도 없는 순백의 빛
너무나도 찬란한 저 달이말이다.
아니, 아마 얄미움으로 부러움을 감췄던 거겠지 싶다.
이랬던 내가, 언젠가 저 달이 벅찬 빛을 내비추고 있단걸 깨달았다.
나는 나하나 품는것도 벅차건만 달은 세상을 품는다.
자신을 기억해주는 이들을 새기지 못한다.
이보다 더 울적한 일이 어디있을까.
마음가는 이 하나 만들 수 없고, 모두에게 마음 주어야하는.
그럼에도 저 달은 저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아는 듯 더욱 밝게 내비칠 뿐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동그랗게 뜬 저 달이 버거워 보이는건
아마 그럼에도 저 달에게 털어놓은 내 이기적임 때문이 아닐까.
버스
백 지 인
야, 오늘 정문에 학주 떳다는데?
진심? 헐..대박..어떡해 나 오늘 리본 안했는데!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괜찮아 학생. 괜찮아요.
아니에요! 저 곧 내려요.
아이구..괜찮은데..
-요금이 부족합니다. 충전이 필요합니다.
아..동전이 없는데
그낭 타세요. 다음에 두배로 내세요
감사합니다!
여보세요? 응. 자기야. 저녁? 먹었지. 자기는? ```
담고자해도 담아지지 않는 살아있는 소리다.
글에 담그다.
행복한 부동
백 지 인
가끔 속이 답답해 창문을 열면 보이는 아파트들
더 갑갑해지는 내마음에 괜시리 한마디 해보곤 한다.
하지만 오늘은 여느때와 달리 무심코 이런생각이 스쳤다.
저 아파트는 나보다 훨씬 더 갑갑하겠구나.
매일 우두커니 그 자리에 멀뚱히 서서
뵈는거라곤 바쁘게 스쳐가는 사람들, 자동차들
자신과 같이 표정없이 묵묵히서있는 수많은 빌딩들 뿐이다.
나는 나무들 찾아, 꽃들 찾아, 엄마품에 숨어 도망이라도 치겠지만,
너희들은 얼마나 울적하고 답답할까.
그들에게 유일한 재미는 아마 자신들 안에서 들리고 느껴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설레임 이러한 기쁨들이지 싶다.
하지만 이만큼 사람들의 울음소리, 괴로움 또한
무지막지하게 괴롭지 않을까.
그럼에도 저 빌딩들이 이렇게 서있을 수 있는건
사람들 저마다에게 무언가 필요가 될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 아닐까.
비를 피하려는 그녀에겐 잠시의 우산이 되어주고
또 갈곳 없는 그들에겐 집이 되어주고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또 누군가에겐 꿈, 동경 그 자체로서
그들의 많은 추억들 또한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저 빌딩들은 저렇게
꿋꿋히 서있을 수 있는가 보다.
백지인
더욱 분발하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