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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 

 

 

30여 년 전 어느 시골마을

농활 하던 학생들이 고대하던 참 시간의 일이다.


그 마을 대표 총각이 찐 감자에

입맛 도는 김치를 들고 나타났다.

조그만 접시에 소금과 설탕도 함께.


시골이라 참이 요런 거 밖에 음네유.

그려두 소금 설탕 다 가져왔으니께

입맛대로 찍어 드셔유~“


여학생이 물었다.

감자에 설탕도 찍어 먹어요?”


기다렸다는 듯 총각의 재빠른 답이 돌아왔다.

그람유~ 꿀은 못 찍어 먹겄슈?

음써서 그렇쥬. 근디 꿀이 영어로 뭐래유~?“


총각의 능청스런 농을 바라보는 동료 학생들 외에

신기한 듯 들여다보시는 할머니들의 무구함 앞에서

여학생이 답을 했다.

가장 좋은 벌꿀로 만드는 게 로얄 젤리니까

로얄이려나?“하고-


허니란 답을 기대했던 총각이 속내를 들킨 꼴이 되자

어이구 그렇쥬..로얄 젤리가 젤이쥬..로얄..

김치가 부족허네유..좀 더 갖다 드릴께유..“하고 일어서자

할머니들이 환하게 미소 지며 한마디씩 하신다.

참말로 색시가 이쁘기도 허구 똑똑도 허구만

맞어 맞어 로얄 벌꿀 로얄~“이라고.


그 총각의 모습이 사라지자

학생들이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왜 그랬어? 그렇게 허니라고 하기가 싫었어?”

할머니들의 동그래진 눈망울을 보고는

그 예쁘장한 여학생이 다시 말씀을 올린다.


할머니, 영어로 꿀은 허니라고 해요.

그런데 부부들이 여보라거나 자기야라고

부르는 말도 그렇게 쓰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답해주기 싫어서

저도 농담 좀 한 거랍니다!“

그제야 할머니들도 박장대소를 하신다.


그 총각을 민망하게 하지도 않으면서

그 총각의 기대를 거절할 것에 대해

몇 초간이나마 생각했던 여학생의 마음 씀이 이쁘지 않은가!



배려’-남을 위해 마음을 쓰는 일-란 단어가

요즘처럼 난무하단 생각을 전엔 해 본적이 없다.

그런데 그 배려는 주로 남들이 자신을 대할 때만 적용하고

정작 자신이 남을 대할 때는 좀처럼 꺼내들지 않는 모양새다.

이렇게 요즘의 배려는 자칫 그릇된 편향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실상 남을 배려하는 사람은 자신이 너른 사람이어야만 한다.

스스로 넉넉하면 자신과 남에게 조급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그 마음 씀에 능할 밖에



이 대목에서 10여 년 전 어느 시군의 축제 때 일이 생각난다.

당시 거의 모든 행사에 국제란 타이틀이

유행처럼 붙던 터라 그 축제 역시 그러했고

내외 귀빈들이 행사장에 도착해 축사들을 했는데,

사회자가 둘이었다.

하나는 우리말로 다른 한 사람은 영어로 통역하는 방식이었다.


대부분 축사원고를 미리 행사주최 측에 보내 진행했던 것으로 보였다.

-사실 매우 희귀한 경우를 빼고는 발표자들은 적어놓은

원고에서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읽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렇게 서너 사람의 축사가 지나고

그 지방 국회의원 차례가 되었다.

그는 연예인 급 외모-훤칠한 키, 흰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

S.K.Y 법대 출신으로 유능한 법조인이기도 했다.


드디어 축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의 말을 통역해야 할 사람이 옮기질 못하고 있다.

앞선 서너 차례 축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미리 제출해준 원고와 전혀 다른 축사를

즉흥적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

...

그 상황에 대해선 달리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그때, 그 유능한 국회의원은 어떻게 했을까.

그는 먼저 우리말로, 다음에 영어로

자가 통역을 하면서 그 축사를 마쳤다.


그리고...

그가 유창하게 2개 국어를 구사하며

유려한 그의 축사를 마칠 때 까지

그 짧지 않은 시간 내내

한쪽 단상에 서 있던

통역자로 나왔던 영어강사는

회색빛으로 시들고 있었다.


물론 제대로 실력을 갖추지 못한 채

통역자리에 나선 그에겐 뼈아픈 경험이 되었으리라.


그런데 그 행사를 끝까지 참관해야 했던

나 역시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때 잘난 줄 알았던 사람이

한낱 잘난 척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 행사에 참석한 외국인은 열손가락을 채우지 못했고

그가 한 축사가 역사에 남을 만큼 중한 것도 아니었을진대,

그 상황에서 품 넓고 마음 깊은 사람이라면,

소위 난 사람, 나아가 된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상황에서 처음 제출했던 원고대로 할 생각은 들지 않았을까?

것도 여의치 않았다면 간단하게 두어마디

진심으로 축제가 성공리에 개최되길 바란다는 정도의

축사로 마칠 생각은 아예 들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그 자리에서 그 통역사로 나섰던 영어강사를

그렇게 초라하게 죽이지는 않았을 텐데...


똑똑한 것, 잘났다는 것과

너른 사람, 된 사람이란 것은 이토록 달랐다.

그는 그 자리에서 그야말로 유감없이 똑똑했다.

그러나 한 사람을 서서히 질식시키고 있었다.

그의 바이링귀스트(bilinguist)로서의 역량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전혀.

그럼 그가 다른 사람을 배려할 만큼

큰 사람이란 점에 대한 의문을 품은 사람이 있었을까?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당장 그의 다음 재선이 염려될 정도로.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그는 낙선했다.

예상대로.




비슷한 예를 십여 년 전(?)

어느 방송국 프로그램에서도 본 적이 있다.

그 방송사에서 1970~80년대에 향수를 주제로

아마도 명절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음악다방 DJ들을 초대한 퀴즈 프로그램이었다.


그 시절을 향유(?)했던 세대의 1인으로

나 역시 TV앞에 앉았다.

첫 번째 퀴즈로 기억되는데

상냥한 미소의 여자 아나운서가 문제를 읽는다.

비틀즈의 노래 Let it be..에서

어머니는 아들에게 힘든 상황에 직면할 때

어떻게 하라는 지혜로운 말씀을 주셨을까요?“

대여섯 명의 출연자 (전현직 DJ)

단 한 사람도 답을 맞히지 못했다.

....저런....

아마도 생방송이었던 것 같다.

-그것이 녹화방송이었다면

그건 더 할 수 없는 최악이었을 테니.-

그 다음 퀴즈도

그 다음 다음 퀴즈도

첫 번째 퀴즈 유형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몰래 카메라가 아니었다.

채널을 돌렸다.


7080시대 음악다방을 가보지 않은 세대의 기획이었을까

어쩌면 출연자들과 그다지도 사전 조율이 없을 수 있을까

단순히 전화로 그 시절 팝송에 관한 퀴즈만 낼 거예요..’

정도의 사전 섭외가 아니라면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DJ들은 그 통화로 TV출연에 가슴 설레며

지나온 자신들의 디제잉 기간을 열심히 복기했을 거다.

비틀즈 멤버,

데뷔연도,

공연들에 관한 기록 등등


그런데 웬 영어 지문 문제라니...


그 역시 잘난 척 했던 사람들의 잘난 척 사고의

대표 유형으로 결국 그 자신의 무능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나는 종종 인용한다.


그 프로그램은 도대체 벌써 몇 명을 죽인건가?

출연자들, 그들의 가족, 대한민국 DJ, 그리고 시청자들...




마지막으로 몇 년 전 시청했던 대선 전 경선 토론 방송.

나름 인물이라 여겼던 이가 상대의 약점을

한 치의 틈도 주지 않고

공격(이 단어를 사용함에 머뭇거릴 틈이 없다.)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나는 시청하는 내내 패착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를 그리도 서두르게 만든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나는 그가 경선 주자 중 가장 여유로움 직한 이라 여겼던 탓이다.


언론에선 그의 선전(善戰)에 대해 ‘OOO현상이라

이름 지어 기사를 실었다.

그와 관련된 신문기사의 독일제 안경 태에 관해

읽으면서는 고개가 갸웃해졌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 쓰던 독일제 안경 태를 하필 선거에 들어서면서

국산으로 바꾸겠단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였다.

애초 독일제 태를 썼던 것도

국산으로 바꾸겠단 것도 모두

진정성에서 밀려나는 것만 같았으므로


비교적 최근 대선 후 찾아본 동영상에서 그가

자신을 초등학교 담임교사에 비한 발언을 들었다.

마음에 무엇이 하고 걸린다.

그리고 예전과는 다른 그의 어투도 있는데

바로 “~하는 겁니다.” 와 같은 종결어미다.


담임교사와 위에 언급한 종결어미의 시점(視點)이 모두.

마주한 사람이 올려다봐야 하는 것으로

닿고 인식되는 것이다.

그가 설령 마주한 사람보다

우람하고 큰 이라면 마땅히

양쪽 무릎은 아니라 해도 한쪽 무릎은 꿇어야

상대와 눈을 마주할 수 있을 텐데...

그게 배려인데...


상대가 뉘든 가슴을 내밀어 깊숙이 포옹하던 이-

봉사와 섬김에서 묵묵하던 충정이

안경 아래로 흐르던 눈물로 표현되던 이가

아직도 거기 그대로 있기를 안타깝게 바래본다.


배려란 이토록 작은 것에서부터

그러나 그 본마음이 우러나오는 것이기에

30여 년 전, 수줍지만 여린 그러나

마음 씀이 이뻤던 여학생이 나는 그립다.


헤이 허니~ 어디서 잘 살고 있나요!’




 

****응모자 관련 사항

성명 : 이진희

이 메일 : genie7080@naver.com

연락처 : 010-4615-1379

  • profile
    korean 2019.06.30 21:38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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