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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은 엘리베이터를 등진 채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이 아파트에 살면서 한 번도 계단으로 올라가 본 적이 없었다. 여섯 개의 층을 올라가는 게 가벼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 도연에게는 어둠이 필요 했다. 그녀는 어둠으로 번진 계단을 꾹꾹 누르며 올랐다. 그리고 층이 바뀔 때마다 창문 앞에 멈춰서 바삐 빛나는 도시의 불빛들을 바라보았다. 도연은 밤하늘의 어둠이 불빛들을 집어삼키기를 바랐다.

  현관 앞에 다다르고 그녀는 도어락을 올려 자신의 생일을 눌렀다. 비밀번호가 도연의 생일이었던 이유는 그녀의 엄마가 가장 또렷이 기억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삐 삐 삐 삐

- 소리가 허공에서 흩어졌다. 살짝 열린 문틈에서 흘러내린 어둠이 그녀의 발등에 고였다.

   ‘!’

바람에 문이 세게 닫혀 버렸다. 그래서인지 그 후의 적막함이 더 깊게 도연을 에워쌌다. 삼 일만에 들어온 집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저 냉장고 혼자 웅-- 소리를 낼 뿐이었다.

  

 도연은 식탁에 앉았다. 두 명만이 앉을 수 있는 작은 식탁은 엄마와 도연이 많은 대화를 나누던 곳이었다. 그녀는 반대편의 빈 의자를 한참 바라보다 바로 옆에 있는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냉장고 속의 불빛이 도연의 초췌한 얼굴을 비췄다. 안에는 계란 세 개와 먹다 남은 편의점 도시락 그리고 몇 개의 반찬 통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가장자리에 놓여있는 반찬 통 하나를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김치네.”

딸깍 소리와 함께 열린 반찬 통 안에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진 배추김치가 들어있었다.

   “뭐야.”

도연은 식탁 위에 있는 반찬 통이 자신이 처음 본 모양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걸 언제…….”

생각을 하다 이주 전 밤새 회사에 있던 날이 떠올랐다. 갑자기 전화를 걸어 어디냐 묻던 엄마에게 짜증을 내며 바쁘니 끊으라 했던 그 날의 자신이 눈앞에 드리웠다. 그 순간 반찬 통에서 올라오는 신 내음이 도연의 코를 찔렀다. 그녀는 이주 전이 김장이었음을 깨달았다.

   

   “이번 김장에 내려와서 좀 쉬다 가.”

   “나도 그러고 싶다.”

엄마는 이번 김장은 올 수 있냐고 수시로 도연에게 물었다. 그녀의 프로젝트가 하필 김장과 겹쳐 작년에 고향을 가지 못했다. 유난히 엄마의 김치를 좋아하던 그녀였기에 김장 때면 항상 고향에 내려가 지친 몸을 달래고 오고는 했다. 그래서 엄마는 올해도 가지 못한다는 도연이 걱정돼 담근 김치를 싸 들고 올라온 것이었다.

   “그때 봤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삼 일동안 모든 눈물을 흘렸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의 샘은 마르지 않았다. 슬픔은 끝이 없어 그저 무뎌져 갈 수밖에 없다고 엄마가 언젠가 도연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이 식탁에 마주 앉아 웃고 떠들며 이야기했던 날들이 흐릿한 시야 속에 그려졌다. 도연은 의자에서 일어나 거실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아직 불 꺼진 층이 없는 자신의 회사를 흔들리는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일에 정신이 팔려 엄마의 심장이 안 좋아지는 것도 모른 채 저곳에서 나오지 않던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다 꺼져버려.”

그녀는 두 팔로 커튼을 쳐 창문 밖을 모두 가려 버렸다. 식탁으로 돌아온 도연은 반찬 통의 뚜껑을 천천히 덮었다. 아직 닫히지 않은 냉장고 속에서는 여전히 빛이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쭈그리고 앉아 원래 있던 곳에 반찬 통을 넣어 놓았다. 그리고 도연은 냉장고의 문을 천천히 닫았다. 이제 모든 빛이 사라진 집 안에는 냉장고의 웅--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수족관

 

 

고래가 하늘을 나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신 가요?

못 보셨다면 제가 말해줄게요.

 

  제가 봤는데…‥정확히는 흰수염고래 같은 큰 고래가 아니라 고래상어였지만, 아무튼 고래상어도 흰수염고래의 반 정도는 따라갈 정도로 큼지막해요. 그래서 고래상어는 골목골목을 지나다닐 수 없어요. 물론 번화가 사 차선 도로 정도의 큰길에서는 여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골목을 좋아해서 큰길을 안 지나다니거든요. 거기다 고래상어가 특히 저를 잘 따라서 제가 골목을 거닐 때면 하늘 위로 뒤따라와요. , 얼마나 저를 좋아하는지 말해드릴까요? 어떨 땐 제가 조금이라도 앞서가면 급히 내려와서 담벼락을 부수려 한다니까요. 그 큰 몸으로 온갖 겁은 다 내는 게 웃기지 않아요?

 

  가끔은 고래상어의 등에 올라타 꽤 높은 하늘을 날아다니고는 해요.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면 높은 건물 옆으로 날아다니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보여요. 이름은 잘 모르지만, 빌딩 이곳저곳을 재빠르게 움직이는 물고기도 있고 전봇대 옆에서 가만히 떠 있는 물고기도 있어요. 저는 그런 것들을 마주치면 눈을 보고 이야기해요.

   “너는 어디서 왔니?”

물고기는 눈을 꿈뻑꿈뻑 하다가 순식간에 없어져요. ‘내가 무섭나.’ 그런 생각이 들지만 제가 보기에는 머리 위에 있는 고래상어를 보고 도망친 게 아닐까 싶어요.

  아아, 그러고 보니 좀 놀랐을 수도 있겠네요. 고래상어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물고기들이 빌딩을 지나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요. 어쩌면 저만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제가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인데 너무 깊이 상상하다 보면 때로는 현실과의 경계가 모호해 져요. 그리고 한 가지 상상만 하면 그게 구체화 되기도 하고요. 어렵다고는 생각 안 하는데, 쉽게 말하면 그 모호해진 경계 속을 파고들면 돼요.

 

 그곳에 세상이 존재하거든요.

 

 저는 오래전부터 상상을 해왔어요. 몰고기들이 멈추지 않고 헤엄치고, 저도 멈추지 않고 걷는 그런 상상을 말이에요. 이 상상의 시작은 수족관이었는데, 제가 수족관을 언제 처음 갔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네요.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수족관 안의 작은 터널 같은 곳 알죠? 물고기들 속을 지나가는 신비스러운 기분이 드는 그 터널에서 제 상상은 시작됐어요. 그것들이 저와 같았기에 그랬나 봐요. 넓은 바닷속을 헤엄쳐 다녀야 하는 물고기들이 이 작은 수족관에 갇혀 있는 것이 너무 싫었어요. 항상 방 안에 갇혀 있는 제 모습을 누군가 보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물고기들과 제가 자유로울 수 있는 세상을 상상했던 거예요.

 

 너희들은 맘껏 헤엄쳐 다니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골목길을 하염없이 걸을 수 있는 그런 곳을.

 

지금 제가 있는 세상이 바로 그곳이에요. 상상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선. 상상도 현실도 아닌 세상이 존재하는 곳이죠. 이곳에서 첫발을 뗌과 동시에 물고들이 나타났어요. 흰수염고래가 안 나타난 것을 보면 세상의 모든 수족관 속의 물고기들만이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나 봐요.

  고래상어가 가장 마지막으로 나타났어요. 그리고 그것을 끝으로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는데, 물고기들이 다 자신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버려 골목에는 저와 고래상어 밖에 없더라고요. 그럼 뭐 어때요. 물고기들은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이고 저 또한 하염없이 이 골목을 걷고 있으니까요.

 

 당신도 한번 이 세상을 찾아보세요.

 상상도 현실도 아닌 곳을.



응모자:김영진

이메일:apfhd2307@naver.com

번호:010-5122-2307






  • profile
    korean 2019.09.01 20:05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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