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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닌데.

 

 요즘들어 와이프와의 싸움이 잦아졌다. 거친 언행을 불사하며 서로의 마음을 할퀴는 꼴이 참으로 우습구나 싶다. 싸움이 끝나고 나면 항상 담배개비를 태우러 집을 나온다. 조금, 아주 조금 멀리 집에서 떨어진 곳에서 담배를 태우다 보면 별 시답잖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집에 있는 애들하고 애 엄마 생각이 나면 난 그제서야 집으로 차를 돌린다. 그렇다고 집으로 와서 딱히 하는 말은 없다. 묵묵히 티비를 보는 게 내 임무이니까, 난 그걸로 만족한다. 이 나이 다 돼서 위로받고 싶다고 하면 조금 우스울까? 뭐가 어떻든 상관은 없다. 어차피 날 위로해 주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나는 일하고 퇴근해 집에 오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만 같다. 그냥 내 집에서 티비만 본다. 가끔은 내가 숨은 쉬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그래도 뭐 좋은 소리 듣자고까지는 아니고 그냥 애들 웃는 거 좀 보자고 방에 들어가면 핸드폰만 주구장창 보고있는 그 모습에 화가나 버럭 성질부터 내게 된다. 나도 내가 왜 이러나 싶다. 어쩌면 좋은 소리를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계속 화만내는 내가 부끄러워 맨정신으로 있는 게 힘들 때가 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부쩍 늘자 애처럼 핸드폰 게임을 하게 되는 시간이 는다. 바둑이며 활을 쏘는 것까지 아무대서나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단 것에 감탄할 즈음 또 아내의 잔소리가 들려온다. 게임 좀 작작 하란다. 질려버린 잔소리에 나는 화부터 냈다.  또 싸움으로 번졌다. 아무도 나랑 놀아주려 하지도 않고 내 말을 들어주려 하지도 않아 외로워 죽어버릴 것만 같은데 게임하나 하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서러워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다 큰 사내가 찌질하게 무슨 눈물이냐는 소리가 듣기 싫어 아내의 말을 무시하며 다시 집밖으로 나왔다. 돈 버는 기계가 된 것만 같아 가족들에게 서운했다. 내가 망가져 가는 기분에 친구를 불러 술을 한잔 하려했는데 오늘은 안 된단다. 걔 말고는 딱히 부를 사람도 없어 혼자 한강 앞에 자리를 잡고 술을 사 마셨다. 다 날 초라하게 생각하겠지란 생각이 들던 것도 술에 취하니 다 잊혀졌다. 안주는 라면 부스러기였다. 매운 게 싫어 스프는 호주머니 속에 넣어놓고 하얀색과 노란색 사이의 라면사리를 부셔먹었다. 술을 마시고 라면사리를 먹고 또 술을 마시고 라면사리를 먹다가 울컥 하는 감정에 눈물을 쏟았다. 정말 오랜만에 엉엉 울었다. 울다가 숨이차서 꺼이꺼이 소리를 내면서까지 나는 울었다. “이게 아닌데.” “이러려던 게 아니었는데.” 술에 진탕 취하고 나서야 내 마음이 사실을 토로한다. 아내에게 화내려던 게 아닌데. 후배에게 쓴소리 하려던 게 아닌데. 애들을 방해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나이를 먹어도 미숙한 내 감정표현이 결국 내 주변사람까지 지치게만들었나보다. 그렇게 한참을 울어대다 대리를 불러 집에 들어갔다. 울음이 그치고 나서는 아무일도 없던 사람처럼 차분했다. 그날은 집에 들어가서 아내에게 사과를 했다. 내가 정말 미안했다고. 그동안 화만 내서 미안했다 말하며 와이프를 안아주자 빨래를 개던 와이프가 잠시 놀라는가 싶더니 눈물을 흘렸다. 나랑 똑같은 말을 하며 울었다. 난 더는 아무말하지 않았다. 그냥 와이프의 등을 쓸어주며 한숨을 크게 내쉬는 것 뿐이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사람은 다 비슷비슷하다. 쓴소리를 듣고 기분 좋을 사람 하나없으며 쓴소리를 내뱉으며 기분 좋을 사람도 하나 없는 것이다. 그날 밤은 굉장히 길었다. 여느때와 다름 없는 집에서 잠을 청하기까지.

  • profile
    korean 2018.04.30 22:50
    열심히 쓴 좋은 작품입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다보면
    틀림없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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