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마당

오늘:
18
어제:
56
전체:
274,066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3654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0419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79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516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2019.01.15 11:47

《 여차순 할머니 》

조회 수 115 추천 수 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찜질방에만 가면 보이는 그가 그날 따라 오래 내 시선 속에 머물렀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찜질방을 전전하는 것처럼 보였다. 찜질방의 한켠에 자리잡은 그는 매트 두 장을 깔고 또 덮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안스러워 나는 그 후로 찜질방에만 가면 습관적으로 그를 찾게 되었다.

어느날엔가는 매트 두 장을 깔고 덮고 자는 그의 흰 머리카락이 유독 눈에 들었다. 그 흰 머리카락을 오래 보고 있노라니 문득 경주의 일들이 생각났다. 나는 총각시절 경주에서 소년소녀가장 8세대와 무의탁노인 두 분을 소위 말하는 봉사활동이란 명목으로 이웃하며 살았다. 경제적으로는 턱없이 부족해도 젊음을 재산삼아 대출까지 내서 그 이웃들을 돌보곤 했다.

하루는 가끔 들리는 사찰의 노보살님께서 깨끗하게 빤 모시윗옷하나를 건네고는, 나와 이웃하는 할머니 한 분께 전해드리라고 당부하였다. 그 사찰은 평소에도 사람들에게 먹거리며 입을 거리를 챙겨주는 곳이었다. 나는 그 모시윗옷을 할머니께 전했다. 하지만 며칠 만에 할머니는 그 옷을 불에 태웠다고 하였다.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마음속에 남아있는 아픔 중의 하나다. 그 할머니는 평생 가족도 없이 혼자 지내시는 것을 동네에서는 모두 알고 있었지만, 결국 그 누구도 할머니의 가족이 되진 못했다. 할머니께서 거주하시는 동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이제 할머니를 찾지 않는 게 좋겠다고 당부하였다. 할머니가 가지고 있는 70여 평의 집터를 마을에서 기부 받아 동네에서 돌보겠다고 하니 안심은 되었지만, 내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찜질방에 앉은 것처럼 눅눅했다.

매주 한 두 번 들릴 때면 그렇게도 아껴 주시던 할머니는 동네 사람들에게 당신이 죽으면, 수년 동안 잊지 않고 찾아와 준 목이한테 이 집을 줄 것이라고 신신당부까지 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 날에는 도자기 작가인 친구와 함께 할머니를 찾아 뵌 일이 있었다. 할머니는 마침 혼자 식사 중이셨다. 나는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할머니 밥 줘요. 배고파요.”

할머니는 자신의 인생마냥 찌그러진 노란 양푼에 김치와 밥 그리고 고추장을 넣어 비벼먹다 말고는 자신이 쥐고 있던 고추장 묻은 숟가락을 내밀었다.

"자 묵으라."

할머니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도자기 작가였던 친구는 어떻게 그걸…….” 그 광경을 지켜보았던 도자기작가 친구의 말없음은 오히려 나와 할머니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다. 나는 매주 할머니를 모시고 면소재지에 있는 보건소에 다닐 때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약을 이것저것 타오셨다. 면소재지에 나갈 때면 꼬깃꼬깃 감춰두었던 만 원짜리 지폐 몇 장을 흔쾌히 꺼내어 고기를 사오시곤 하였다. 면소재지의 푸줏간에서 사온 소고기는 핏기가 가시기도 전에 불판에서 이글거렸다. 나는 알고 있었다. 당신의 이가 불편하여 고기 한 점 오물거리는 동안 내가 다 먹게 된다는 것을.

동네 분들의 이기적인 부탁이기도 하지만, 이제 할머니를 그만 찾아오는게 좋겠다고 판단하여 할머니께는 회사를 멀리 옮기게 되었다고 말씀드리고 돌아서서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동네 사람들에게 할머니를 부탁드리고 나오는 길은 나에게 천산북로보다 더 멀고 아득했다.

옮기지도 않은 회사였기에 이 후에도 가끔씩 그 길을 지나면서 먼발치에서 할머니의 안부가 궁금해서 차창너머로 모습을 보고 돌아오곤 했다. 할머니를 찾는 일도 뜸해질 즈음 어느 날인가 할머니 집을 지나는데, 폐가처럼 느껴질 때는 이미 할머니는 이세상분이 아니셨던 것이다.

지금 내 앞에서 매트 두 장을 깔고 덮은 저 흰 머리카락이 내 기억에서 오래 씹힌다. 아흔이 넘은 연세에도 늘 깔끔 떨었던 할머니가 그때 그 모시윗옷을 태우신 것은 어쩌면 사찰보살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인상은 제법 말쑥하고 성품은 꽤 조용해 보였다. 앉아있을 때는 몰랐지만 일어서서 걸을 때에는 거동이 꽤 불편해 보이기도 하였다. 찜질방으로 이어지는 짧은 길을 걷는 동안, 이 길이 그에게는 천산북로와도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매트를 깔고 덮는 다는 것은 바닥의 생을 이해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찜질방이 아무리 시끄럽고 더워도 아무렇지 않게 잠을 청하는 저 힘은 인생여정의 고난의 깊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찜질방에 앉아 찐 계란을 머리에 죽비로 내려치며 목이 메도록 그 풍경을 곱씹는다. 친인척 한 명 없이 혈혈단신 평생을 살아오신 여차순 할머니의 맑은 모습이 내 마음의 한 장 이불이 되어 찜질방의 온기로 전해온다지금은 아주 먼 곳에 계시지만, 할머니의 응원을 받아 깨끗하고 포근한 이불 한 장 장만해서 이해가 가기전 이름 모를 어르신께 사람의 온기를 선물해 드릴려고합니다.

  • profile
    뻘건눈의토끼 2019.02.04 13:45
    고추장 된장 쌈장 비벼드시는 건 한국식인데 거기데다가 마요네즈를 발라 드시는건 어떨까요? ^_^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마당에 수필을 올리실 때 주의사항 file korean 2014.07.16 681
116 바둑세판을 둔 희대의 전략가들... 뻘건눈의토끼 2021.09.25 8
115 happy ending 이란... 뻘건눈의토끼 2021.08.19 23
114 체스의 법칙 적을 대적하는 법칙... 뻘건눈의토끼 2021.01.01 97
113 정혜아빠에게 정수엄마 2020.11.11 93
112 그리운 아가에게 정수엄마 2020.11.09 74
111 나의 삶, 나의 고뇌 정수엄마 2020.11.07 100
110 보고싶은 유승자선생님 정수엄마 2020.10.13 124
109 다시 돌아온 나와 그대의 꿈의 마당터... 뻘건눈의토끼 2020.09.19 48
108 어린시절의 짜스한 추억거리들하며 ,,, ^_^ 뻘건눈의토끼 2020.02.28 72
107 사소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 1 강사슬 2020.02.09 57
106 미모사 잎이 활짝 피어나는 순간 2 유로지브이 2019.11.29 93
105 삶의 향기 세실 2019.11.10 62
104 전혀아름답지 않지만 가장 위대한 사랑하며... 뻘건눈의토끼 2019.10.24 69
103 부평 성모병원 비뇨기과에서 초음파 검사 결과를 듣고 정수엄마 2019.06.08 203
102 나에게 더이상의 대한민국은 필요없다! -_- 3 뻘건눈의토끼 2019.05.03 126
101 미 역 국 의 가 치 김생강 2019.03.08 121
100 《 단풍나무숲길에 담은 독립투사 》 심원 2019.01.15 111
» 《 여차순 할머니 》 1 심원 2019.01.15 115
98 [영상수필] 삶이 지리멸렬해질 수록 1 김아일랜드 2019.01.13 70
97 장기터에서의 정情 뻘건눈의토끼 2018.09.15 9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 6 Nex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