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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

한 치 앞도 가늠이 안되는 해변을 따라 걷는다.

보드라운 사빈을 온전히 느끼며 한 발 한발 내딛는다. 맨발이라, 조개껍데기에 찔리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그럴 땐 몸을 뉘여 밤하늘의 별이 내쉬는 숨결을 마주하면 꽤나 위로가 된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사납게 덮쳐오는 파도에 지레 겁먹고 벌떡 일어선다. 어느새 선선해진 공기에 몸을 웅크리곤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혼자라,

이따금씩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뒤돌아, 남겨진 발자국을 따라 왔던 길을 잠시 걸어본다. 문득 두려워진다. 앞이라 믿었던 길이 뒤돌아서니 뒤가 되어 있는 것이다. 단지 오른손과 왼손이 더듬던 풍경만 뒤바뀌었을 뿐이다. 하염없이 움직이면 언젠가 해변의 끝에 서있으리라 믿었다. 어디가 앞이란 말인가.

한평생을 걸고 걷는 길이라,

머릿속이 밤바다만큼이나 휘몰아친다.

같은 자리에서 뱅뱅 돌기만 한참이다. 어둠이라, 눈에 뵈는 것도 없다. 그래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저기의 별, 다른 저기의 별, 또 다른 저기의 별, 하나같이 예쁘단 말이다. 그나마 제일 밝은 별은 왜 저 멀리 수평선에 있냔 말이다.

저곳으로 향할 수도 없음이라,

그냥 앉아버렸다.

그러고 시간이 가고 더 짙은 어둠이 오니, 회의가 온다. 나는 무엇을 바라 해변의 끝으로 향했던가 . ‘없음이라’.

그걸 깨달으니 별은 지표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붕이 되더라. 따스한 모래가 이불이 되어 날 감싸오더라. 그리도 무섭던 파도가 세찬 교향곡을 지휘해 들려주더라.

끝없는 길이라 생각했던 해변이

아름다히 빛나는 나의 집이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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