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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3 07:51

별에서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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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에서 부는 바람




가을 낙엽이 힘없이 떨어지던 어느 쓸쓸한 오후에 있었던 일을 알려 드리고 싶어 이렇듯 글을 씁니다.


그는 남루한 행색으로 작은 공원에 찾아들었습니다.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그의 옷차림은 이미 오랫동안 입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후의 햇살이 비치던 작은 밴치에 앉아 멍하니 바닥만 내려보던 그는 공원을 뛰어다니던 꼬마들이 저녁 어스름이 내려 올 즈음 엄마손을 붙잡고 사라지도록 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공원 입구 근처에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올라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비어있는 공원을 멍하니 둘러보던 그의 시선은 초점을 잡지 못한 체 다시 바닥으로 향했습니다. 포장마차의 솥단지에서 하얀 김이 피어오를 때 어디선가 개 한 마리가 공원 어귀에 모습을 보였다가 사라졌습니다.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그는 가만히 일어나 주머니를 뒤집어 먼지를 털어 내고는 다시 털썩 앉아 버렸습니다.


공원 가로등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어두워지기엔 조금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공원지기는 서둘러 불을 밝히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공원에는 밴치에 쓰러질 듯 기대고 있는 그 사람뿐이었습니다. 공원 입구의 포장마차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공원 어귀에서 보았던 개 한 마리가 작은 뼈다귀 하나를 입에 물고서 마을 아래 길로 내 달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멍하니 그 상황을 지켜보던 그의 시선이 다시 바닥으로 향했습니다.


어둠이 내려왔습니다. 미리 켜 두었던 가로등이 이제야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합니다. 공원 옆으로 난 대로변에 검은 차 하나가 멈추었습니다. 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길섶 풀밭에 아무렇게나 소변을 본 후 떠나버립니다. 시간은 조금 더 어두워졌습니다. 동편 하늘에 작은 별들이 나타났습니다. 도로 위를 내달리던 차들의 요란한 바퀴소리도 뜸해진 저녁입니다.


아파트 빌딩 숲을 돌아 나온 바람이 힘겹게 달려 있던 잎사귀를 흔들고 공원으로 들어옵니다. 나무 사이를 헤집으며 한 바퀴 돌아보던 바람은 공원 한가운데 낙엽을 쓸어 모으고 허공으로 흩어집니다. 포장마차의 곰국 냄새에 지친 노동자들의 한탄 소리가 묻어 나오는 공원의 모습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단 하나 밴치에 앉아있던 그 사람만이 처음부터 공원에 존재하던 것처럼 조용히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달이 없는 밤하늘에 별들이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별에서 내려온 바람이 공원을 휘돌아 밴치에 앉은 그의 옷자락을 헤쳐 놓았습니다. 그는 옷깃을 세우고 잔뜩 웅크린 채 밴치에 누워버렸습니다. 어둠 속에 잠긴 대로 위를 차 한 대가 질주하며 사라진 자리에 허공에 휘날렸던 낙엽들이 차의 뒤꽁무니를 쫒아 아스팔트 위를 뒹굴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포장마차의 불빛이 하나 둘 꺼지고 다시 공원 아래로 사라졌습니다.


가로수 아래 밴치는 낙엽들이 하나 둘 내려와 앉았습니다. 그가 웅크리고 누워있는 밴치에도 낙엽들이 내려와 이불처럼 덥어 주었습니다. 새벽이슬을 몰고 온 바람이 설핏 잠이 든 그를 타고 넘어갔습니다. 움찔하며 다시 웅크리던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잠을 청했습니다. 별 하나가 긴 꼬리를 끌며 서편 하늘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가로등 불빛이 가늘게 흔들렸습니다. 멀리 개 한 마리 우는 소리가 들렸고 그렇게 밤은 깊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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