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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규정하는 인종



 인도의 바라나시는 전 세계 여행자들의 메카이다. 왠지 한 번쯤 갠지스 강의 일몰을 바라보거나 죽은 사람의 장례식과 산 사람의 식사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이 도시에 두 발을 내딛어야 그래, 너 여행 좀 했구나.’ 하는 인증을 받는 도장과 같은 도시이다. 특히 수 년 전, 아직 인도가 위험하고 비 윤리적인 나라로 그려지기 전 내면의 평화와 영혼의 안식처로 집약된 나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을 당시 한국 여행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도시였다. 아마 관광을 위해 런던이나 파리와 같은 서유럽의 도시를 다녀온 여행 초보자들과 달리 스스로의 자아를 찾는 진정한 여행을 하는 듯한 또다른 자랑거리였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히 생각해 보았다.


 인도 델리를 거쳐 바라나리로 곧장 들어온 인도 여행 초행자인 나에게 바라나시는 조금 힘든 도시였다. 다른 도시들보다 최소 수 백 년은 더 오래된 탓에 도로, 건물 모두가 칸딘스키의 추상화처럼 어지럽게 늘여져 있었고, 사람보다 많은 소와 개, 그리고 그 동물들보다 많은 오토바이와 자동차들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힘들었다. 사람과 릭샤, 차량으로 정체된 도로의 사이에 테트리스 마냥 껴 있는 다양한 동물들까지, 이 도시는 정체를 한 눈에 파악하기 불가능했다. 나는 이 도시의 어지러운 골목의 한쪽 끝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게 되었다. 다른 여행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인도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 하루에 3000, 우리나라에서 커피 한 잔 값도 안되는 가격으로 침대 한 칸을 배정 받았다. 게스트 하우스의 5층은 식당 겸 휴게실 겸 흡연실이었다. 날이 저물면 방에 있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인종을 불문하고 맥주나 혹은 간식, 담배와 그 비슷한 무언가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와 하늘을 천장삼은 그곳에서 다들 들고 온 모든 것을 공유하며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낯선 도시의 어둠이 겁이 나 일찍 숙소로 들어온 어느 날, 옥상에 올라가 일기를 쓰고 있었다. 며칠 간 마주하며 인사했던 눈에 익은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따라 올라오더니 서서히 저무는 해와 함께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 도시에 대한 서로의 감상을 시작으로 인도의 문화와 역사를 거쳐 4대 문명과 유전자와 같이 한 번 터진 이야기의 봇물은 걷잡을 수 없이 지속되었다. 끊임 없이 변하던 주제는 어느새 문신으로 바뀌었다. 서로의 문신에 대해 이야기 하던 와중 한 명이 나에게 문신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아니라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구석에서 탁자를 칼로 긁고 있던 한 남자가 당연히 없겠지.’ 라는 말을 하였다. 왠지 아리송한 느낌이 들었던 그 순간 남자는 주머니에서 대마초를 꺼냈다. 담배처럼 생겼지만 색부터 확연히 다른 검은 이파리들을 얇은 종이에 싸고 성냥으로 불을 붙여 한 모금 빨아들이고는 몸을 뒤로 뉘었다. 대마가 엄연히 금지된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남자는 한 모금 더 빨아들이고 옆에 있던 사람에게 건네고, 또 그 사람은 다시 옆에 있는 사람에게 건넸다. 반 바퀴 정도 돌았을까, 중국에서 영어 선생을 하고 있다는 한 사람이 나에게도 건넸다. 많은 해외 여행자들이 마주하는 호기심과 불법 사이의 선택에서 나 또한 고민하게 되었다.


 이미 하루에 한 갑의 담배를 태우는 흡연자였기 때문에 식물의 이파리를 태워 그 연기를 마시는 행위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지만, 대마초라는 마약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속인주의를 채택한 한국의 법률이 두려워 거절했다. 양 손을 펴고 살짝 흔들면서 나는 괜찮다고 하는 순간, 이 술잔 돌리기 같은 행위를 시작한 남자가 아직 바닥에 널브러진 채로 말했다.


아시아인들이 그렇지 뭐.”

 옆에 있던 인도인이 자신도 아시아인이라며 수습하려고 하였지만 한 번 차가워진 공기는 가슴 한 켠을 시큰하게 훑고 지나갔다. 인종 차별이나 마약의 폐해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캐나다인 이었던 그의 관념 속의 아시아인, 특히 중국, 일본, 한국을 묶은 동북 아시아인은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스테레오타입화 된 인종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의 눈에서의 나는 대학생이며, 경영을 전공하지만 진로를 고민하고, 영화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덩치가 작고 자기 주장을 펼치기 보다 남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에 익숙하고, 학창 시절 뙤약볕에서 살을 태우며 운동하기 보다 책상 앞에서 수두룩한 문제지에 둘러 쌓여 살아온 범생이 같은 인종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가 생각하는 아시아인과 나는 완전히 부합하는 쌍방이었다.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라는 산문집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하였다.


여행자는 낯선 존재이며, 그러므로 자주, 명백하게 분류되고 기호화된다. 국적, 성별, 피부색, 나이에 따른 스테레오타입이 정체성을 대체한다. ,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개별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여행자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 노바디일 뿐이다.”


 인간은 태초부터 보수적인 존재이다. 정치적인 의미의 보수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삶의 연속성을 가지고 현상을 유지하는 것에 만족하지 현실을 깨부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다. 때문에 자신의 삶을 방해하는 새로운 현상을 기피하게 된다. 우리가 머릿속으로 타인을 기호화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존재인지 파악하기 위해 정신적 에너지를 쏟는 것 보다는, 기존에 만났던 익숙한 스테레오 타입에 그 사람을 끼워 넣어서 미리 지레짐작 하는 것이 익숙하다. 이런 기조로 관상이라는 점복학이 과학 만능주의의 현대에도 남아 있는 것이다. 외국인을 보는 시선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생각해보니 나 또한 머리 속에 정립된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도 어디에서 외국인을 우연히 만나면 우선 입에서는 영어가 먼저 튀어 나간다. 그리고 대개 유쾌하고, 남들과 잘 어울리고, 맥주를 좋아하는 이미지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 눈 앞의 낯선 존재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정체성이 대체되는 것이다. 그럼 이 문화적 스테레오 타입화는 어디까지 정립되는 것일까?


 인간은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유전자의 우성과 열성(과학적으로 두 유전자가 만났을 때 발현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지 우생학적으로 우월하고 열등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으로 인해 어떤 인종은 폐가 다른 인종보다 발달했고, 어떤 인종은 큰 키에 넓은 어깨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인종은 좋은 시력을 가지고 있다. 인종으로 구분되는 인간은 이런 유전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사회의 관습이 겹치고 겹쳐 문화를 이룩한다. 그래서 그 문화 안에서 교육받고 자라온 사람을 규정하는 것 중 문화를 배제할 수는 없다. 사실 경험상 서로의 문화를 미디어를 통해서만 알고 있더라도 대개 상대방에 대해 질문하면 절반은 맞는 편이다.


그럼 난 그 인종적인 스테레오 타입처럼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인가? 그들의 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이라도 쳐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인종적 스테레오 타입은 엄연히 틀린 것이라고 말해야 할까. 우리는 좁은 땅을 가진 나라에서 태어났으며, 그 좁은 땅에서 제한적인 일자리가 있기 때문에 그 작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인생의 시기마다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유교와 사실상 통일성의 인종 정책이 겹겹이 쌓아 올린 나라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인종으로 자란 것이고, 다른 나라나 민족은 그들의 문화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교육받고 자란 인종이 된 것이다.


 아시아인들이 다 그렇지 뭐.”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그들이 원하는 인종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순하고 다툼을 싫어하는 아시아인처럼, 다만 제스처는 그들이 쓰는 대로 입을 삐죽이고 어깨를 들썩 올렸다.


박희성

pubss@naver.com

010-3099-1134

  • profile
    korean 2020.02.29 19:31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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