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32
어제:
41
전체:
305,653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63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조회 수 33 추천 수 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라면

 

라면, 생의 기억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함께 있었던 존재다.

다섯 살 무렵이었던가, 젓가락을 포크처럼 손가락에 겨우 꼈는데 그때 먹었던 음식이 빨간 국물에 둥둥 떠다니는 불어터진 라면이었다. 끼니 때마다 아주 당연하게 밥상에 올라왔으니, 혀 끝을 감도는 매운 맛쯤이야 생존에 필요한 인내로 받아들이곤 했다.


물론 옆집에 놀라갔다가 저녁 식사를 얻어 먹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때는 밥까지 얻어 먹을 심산은 아니었는데 친구와 놀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녁 밥상에 앉아 있었다. 허연 쌀밥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고깃국과 구수하고 달큼한 향을 내뿜는 다양한 반찬들까지. "오늘 반찬을 준비 못 했네"라는 친구네 어머니이의 말씀이 무색할 만큼, 생애 첫 진수성찬이었다. 


그날 잠들 기 전에 나도 모르고 눈물샘이 터지고 말았다. 그동안 왜 라면을 당연하게 밥처럼 먹었어야만 했는가. 그나마 특식이라고 먹었던 게 달걀 하나를 국물에 너르게 폈던 그것뿐. 결국 아버지에게 소리를 내질렀다.

"우리도 제발 밥 좀 묵고 살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아버지는 잠시 침묵에 잠기고 말았다. 이내 애써 호흡을 크게 가다듬고,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쪼메만 참아봐라, 밥이 문제가 고기도 무러 가자."


그땐 정말 몰랐다. 아버지의 직장에서 몇 달 째 월급이 밀려 있었던 것을. 슈퍼에서 당장 외상으로 가져올 수 있었던 건 신라면 뿐이었다는 것을. 지금이야 경쟁하듯 인간의 한계치를 시험하는 매운라면이 쏟아지지만. 그땐 신라면이 세상에서 가장 매운 음식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날 이후로 라면만 먹으면 혀가 따가웠고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미안하데이."


난 아무 말 없이 면발만 겨우 먹고 싱크대 수돗가에 혀를 헹구곤 했었다. 그때가 인생의 한 순간에서 끊임없이 라면과 만났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건, 나와 같은 라면을 먹었던 아버지께 이 말씀을 못 드렸기 때문이다.


"아부지, 괜찮아요. 그래도 같이 먹어서 진짜 맛있어요."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입 밖으로 못 내민 그 말이 가슴에 맴돌고 있다. 요즘도 라면을 끓일 때마다 그때의 아버지의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가 떠오른다. 지금이라도 말씀 드려볼까, 그때 정말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었다고.



공중전화

 

뚜 뚜 뚜

집에 가는 길이었다. 발걸음을 붙잡는 소리에 잠시 멈춰 고개를 돌렸다. 우리 동네 우체국 옆을 지나는 길이었는데. 그곳에 설치된 공중전화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수화기는 바닥을 향해 축 늘어져있고, 화면엔 300원 남짓 남았다고 표시가 되었다. 과연 누가 급히 이곳을 떠나야만 했을까? 선뜻 수화기를 제자리에 돌려놓지 못한 채. 부스에 멍하니 등을 기대어 서 있었다. 잠시 그때의 기억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때는 약 15년 전, 난 고등학생이었지만 학교와 집과 벗어난 생활에 빠져 들었다. 그 흔한 휴대폰도 지갑도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말이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은 할 여유가 없었다. 그땐 쳇바퀴 굴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자체로 숨을 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일상의 이탈은 하루만에 큰 벽과 만나고 말았다. 분명 뭐든 되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세상은 바위에 전속력으로 들이대는 달걀을 받아줄 관용은 없었다. 어찌되었든 보호자의 품을 벗어난 문제아였고, 잠시라도 몸과 마음에 안식을 제공해주는 이가 없었다. 가족과 주변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결국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고 말았다. 긴급전화 버튼을 누르고 1541, 수신자부담 전화로 먼저 부모님께 했다가 급히 끊고 다시 친구에게 걸었다.


"나야!"


잠시 연결되었던 그 순간, 내 목소리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상대방의 착신 동의를 받는다는 안내멘트가 흐르는 몇 초간, 마른 침을 조심스럽게 삼켰다. 곧이어 넘어오는 친구의 목소리. "어디냐?"가 아닌 "괘안나?"라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넘어올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 한 채, 수화기를 그대로 늘어뜨려놓았다. 공중전화 부스 앞에 주저앉아 뜨겁게 달궈진 눈물을 쏟아내고 있을 때도, 수화기 너머로 친구의 목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괘안타,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


그 말에 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달이 흐르는 어느날,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짧은 시간에 그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신자 부담 동의를 구하는 안내멘트가 나오자마자 바로 받았다. 분명 나와 같은 상황인 걸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난, 바쁜데 뭐하는 짓이냐며 전화를 급히 끊어버리고 말았다. 그 번호로는 다시 연락이 오지 않았고. 며칠 뒤 친구 녀석의 동생이 찾아왔다.


"우리 형이 떠났어.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그날은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다. 한동안 공중전화 근처로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세월에 조금씩 무뎌지고 완전히 잊혀지고 나니, 지금이 되었다. 축 늘어뜨린 공중전화 수화기를 한참 내려다보았다. 어쩌면 저 너머 친구의 목소리가 나오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 잠시 빠져보았다.  



  • profile
    korean 2020.02.29 19:33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수필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6 file korean 2014.07.16 2769
713 제33차 [창작콘테스트] - 수필 1 로제타 2020.02.09 26
712 [제33차 창작콘테스트]-미안한 한 잔의 커피 / 배려가 낳은 오해 (교정 완료) 2 靑雲 2020.02.08 37
711 제 33회 창작 콘테스트 수필 공모 - 미성년 2 하은 2020.02.08 42
710 제33회 수필 공모 - 달님 안녕 1 라파엘라 2020.02.08 24
709 제 33회 창작 콘테스트 수필 공모 텅 빈 잔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외 1 1 박찬현 2020.02.07 36
708 33차 창작콘테스트/1 행복의 향기. 2아버지, 요셉 1 야실이 2020.02.03 33
707 제 33회 창작 콘테스트 수필 공모 마음으로쓰는 편지 외 2 박선영 2020.02.02 37
» 제33회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라면 외 1편) 1 채민 2020.02.02 33
705 제 33회 창작 콘테스트 수필 공모 2 - 한달 살기 1 콜라벌레 2020.02.01 26
704 제 33회 창작 콘테스트 수필 공모 1 - 나를 규정하는 인종 1 콜라벌레 2020.02.01 20
703 제33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2 1 한결같은사랑 2020.01.18 28
702 제33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1 1 한결같은사랑 2020.01.18 36
701 [제 33차 공모전] 우리집 1 백향수타면 2020.01.15 31
700 제33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 일상의 순간마다 즐거움이 있다 1 세실 2020.01.11 24
699 회한 1 적극적방관자 2020.01.09 22
698 제 33차 수필공모 - 겨울비 1 돌고래 2020.01.07 33
697 제33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부문 공모 - 시의 둔덕을 오르내리고 외 1편 1 봄눈 2019.12.31 34
696 [제33회 수필 창작 콘테스트] 케이크를 사면초가와 초가삼간을 태우지 2 Ravlitzen 2019.12.27 28
695 늦가을 나들이 3 장군 2019.12.23 36
694 마애불상을 찾아서 2 장군 2019.12.23 25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40 Next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