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20
어제:
55
전체:
244,597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20174점
  • 2위. 靑雲
    18945점
  • 3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4위. 뻘건눈의토끼
    16224점
  • 5위. 농촌시인
    11971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키다리
    9310점
  • 8위. 오드리
    8414점
  • 9위. 마사루
    8306점
  • 10위. 송옥
    7620점
  • 11위. 은유시인
    7521점
  • 12위. 산들
    7490점
  • 13위. 백합향
    5126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이쁜이
    2237점
  • 17위. 돌고래
    1856점
  • 18위. 풋사과
    184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조회 수 27 추천 수 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머니의 향



다섯 번 만나고 결혼을 했다. 지인의 소개였다. 결혼하는 당사자는 나인데, 일찌감치 결혼한 친구들이 난리법석을 떨었다.

어떻게 연애도 안 해 보고 결혼하니?’ ,‘몇 번이나 봤다고 네 인생을 맡겨?’, ‘그 남자 친구들은 만나 봤어?’, ‘어디가 얼마나 좋기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해?’

몇 년씩 교제를 하고 결혼한 친구들은 알 만치 알고 한 결혼생활이어도 매일 전쟁이라며 후회할 거라 협박까지 얹었다.

순수하다는 말까지 들으며 결혼을 결정한 내가 내건 조건은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남자였다.


술에 취한 아버지는 박철순보다 멋진 커브를 구사했다.

상 위의 김치와 시금치가 접시에 실린 채 머리 위에서 휙휙 날았다.

<선데이 서울, 비행접시, 80년대 略傳> 권혁웅


아버지는 야구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술에 취하면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졌다. 아주 어릴 때는 몰랐지만 십대에 들어섰을 무렵엔, 무언가를 집어던지기 위해 술을 찾은 거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평소에는 너무나 점잖으셨다. 해야 할 말도 삼키고 마는 참으로 무거운 아버지.

어쩌다 동네 일로, 무슨 행사로 술 마실 기회가 생기면 뭐라도 던지기 충분할 만큼 술을 드셨다. 마치 그래야 술 마시지 않았던 날들의 침묵을 보상이라도 받는다는 듯이.

15도가 넘는 소주 몇 병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어서 평소에 눌러둔 마음을 모조리 토해내게 한다. 오래도록 압착되었던 그 마음들은 줄을 서는 법도 없었고,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 마냥 앞 다투어 밀치고 나온다. 그럴 때 아버지의 몸은 던지기 위해 태어난 투수 같았다.


지나간 일들을 쏟아내며 일장연설을 하시는데, 술 냄새에 이미 겁에 질린 우리들은 무릎을 꿇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럴 때 아버지는 당신을 무시하는 거라며 술잔을 던지고, 빈 병을 던진다. 그것들이 날아서 이미 금이 간 텔레비전은 완전히 박살이 나고, 유리창이 깨어지고 하였다. 무슨 반응이라도 하지 않으면 더 큰 사단이 날까 싶어 아무 말이라도 중얼거리면 어디서 말대꾸냐며 술상을 엎었다. 김치보시기가 깨어지고 김치 쪼가리가 바닥에 들러붙고 여기저기 빨간 김치 국물이 튈 무렵, 흡사 나는 피를 보는 공포를 느끼곤 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간 아버지의 혁대가 풀리고 우리들은 차례로 매를 맞을 터였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온몸을 던져 우리의 방패가 되었다. 그러면서 두 눈으로는 사인을 주셨다. 멀리 도망치라고, 어서 이 집을 벗어나라고.

겁에 질린 우리들은 마당을 가로질러 깜깜한 밤을 건너 목적지도 없이 내달리곤 했다. 그 다음 장면은 보지 않아도 선명하였다. 아이들은 때렸어도 엄마를 때릴 수 없는 아버지는 다른 살림들을 더 부수고 몸을 가눌 수 없을 지경이 되면 쓰러져 잠에 드는 것이다.

깜깜한 밤 너머에서 희영아! 범석아! 아버지 잠들었다.” 소리가 들리면 우리들은 무슨 신나는 놀이를 마친 아이들 마냥 회심의 미소를 띠며, 그러나 한편으론 숨소리마저 죽여 놓고 불 꺼진 집으로 살금살금 기어들어가는 것이다.

어머니는 다음 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부엌 한편에 향을 피우셨다. 향로를 따로 꺼내는 일은 없었다. 제사에 쓰는 수댕그릇(스테인리스)에 보리쌀을 가득 채워 넣고 붉은 향 세 개를 꽂아 넣은 것이 전부다.


아주 오래 전부터 맡아온 냄새였다. 잠귀가 얕고 예민했던 나는 어머니가 깨서 부엌으로 가는 발걸음에 뒤척였고, 향에 불이 붙었다가 꺼지고 붉게 달아오른 향내가 집안으로 퍼질 무렵엔 완전히 잠이 깨었다.

식구들이 깨기 전 어머니는 회색 몸빼 바지에 지폐 몇 장을 추려서는 산비탈 암자를 찾으셨다. 그 암자에는 삭발도 하지 않은 고운 보살님이 두 분 계셨는데, 어머니를 보면 두 손을 모아 인사를 하셨고 어머니도 같은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내가 어머니를 따라 그 암자에 가 본 기억이 초등학생이 되기도 전의 기억이니 어머니의 새벽기도는 어쩌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두 보살님과 인사를 나누고 나면 어머니는 법당으로 들어섰고 불전함에 가져온 지폐를 넣은 뒤 뒷걸음으로 조심스럽게 몇 발자국 물러서서 절을 하기 시작했다. 하나 두울 세엣.....

어린 내가 따라갔던 날에는 매번 그 횟수가 너무 많아, 나는 세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하나 두울 세엣....여러 차례 도돌이표를 그려야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향을 피우고, 불상 앞에서 간절했던 어머니의 기도가 무엇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개에 물려 미련하게 되어버린 오빠를 남자답게 해 달라는 기도였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먹을 게 넉넉하지 못하고 학교도 제때 보내지 못해 기숙사 딸린 공장으로 보낸 큰언니와 둘째언니의 안녕을 위하는 기도 같기도 했다. 그 기도의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아버지는 평소에는 아무 말씀도 없다가 으레 알코올이 들어가는 날이면 힘이 세졌다. ‘그 따위 부처에게 또 가면 암자에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울릉대기도 했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 날 새벽에도 어머니는 어김없이 향을 피웠다. 숨죽여 잠을 자는 척했지만 나는 어머니가 미웠다. 그 일이 시비가 되어 아버지는 또 술잔을 던지고 신문지로 발라놓은 창문을 완전히 밀어내 버릴 것 같았다.

어머니의 기도는 몇 년째 변함없이 이어졌지만, 오빠가 용감해지거나, 언니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일어나진 않았다. 고등학생이 된 나는 언젠가 물었다.

아니, 그렇게 빌어도 달라지는 게 없는데, 뭐 하러 계속 해요? 이제 그만 하시지. 괜히 아버지 부아 돋우지 말고요.’

! 그런 소리 마라. 정성이란 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부처님 다 듣고 계셔. 함부로 입 놀리지 마.’

 

남편은 오늘도 어김없이 소주병을 기울인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던 그 남자는 실상은 애주가였다. 나와 다섯 번 만나던 그 겨울, 하필이면 그 두어 달 동안에 술을 마시지 않았던 이유를 나는 아직도 묻지 못했다. 남편은 술을 마시면 그저 얼굴이 벌게지고, 기분이 좋아지다가 슬그머니 잠에 빠지는 사람이다. 아버지처럼 억눌린 화도 없다. 남편에게 술은 내가 마시는 커피인 듯 가벼운 음료이며 여흥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나는 소주라는 녀석을 만날 때마다 심장이 조이고, 그 다음 이어지는 감정은 분노다.

결혼 십사 년 째, 나의 두려움과 분노는 근거도 없이, 그저 소주병을 딸 때마다 솟구쳐 올라온다. 나는 가랑거리다가 그가 싫어지고 혼자 집을 나서 목적지도 없이 거리를 걷는다. 아버지 매를 피해 내달렸던 그런 밤들처럼.

 

2002,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는 무덤에 흙을 덮고 와서도 울지 않았다. 자식들 모두 집을 떠나 자기 밥벌이에 바쁜 시기였기에 나는 적이 안심이 되었다. 마치 어머니가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길 바라기라도 한 듯, 혼자 남은 어머니가 걱정이 되지 않는 묘한 안도감. 우리 모두가 각자의 생활전선으로 떠나도 어머니는 괜찮겠구나 싶었다. 도리어 아버지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홀로 편하시겠구나 생각했다.

집을 떠나는 날, 산비탈 암자에서 보살님이 내려오셨다. 하얗게 센 머리지만 여전히 고운 얼굴로 어머니를 보며 합장을 하셨다. 어머니는 이상하게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외로 돌리셨다. 수년 간 어머니를 지탱해 준 인연 앞에서 차가운 날씨 탓이라고만 할 수 없는 회색 기운이 감돌았다. 보살님은 어머니 손을 당겨 잡으셨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전하셨는데, 그때 어머니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사나운 짐승마냥 울부짖었다.

 

"아니, 부처님도 너무 하시지. 이럴 순 없는 겁니다.

애들 아빠 술주정 줄여달라는 기도가 뭐가 그리 어렵다고.... 기도를 이딴 식으로 들어줘요?

내가 하루도 안 거르고 향을 피웠습니다. 내가 애들에게는 줘 보지도 못한 돈을 갖다 바쳤습니다. 술 좀 줄여 달라 했더니, 아니 영영 끊게 해 놔요?

아니, 엉엉, 이제 이 새끼들 다 떠나고 나면 나는~

아이고, 아이고, 나는 어떡하라고.

범석 아버지~~범석 아버지~~아이고~~아이고

부처, 무슨 부처가 어디 있기나 합니까.

나 이제 그딴 거 안 믿어요. 내가 다시 부처 앞에 절을 하면 사람이 아닙니다.

아이고~아이고~”

어머니는 장례 동안 참았던 울음을 다 쏟으셨고, 집안에 향내는 더 이상 나지 않았다.


초파일이 되면 나는 절에 간다. 법당에 들어가는 일도 없고 불전함에 지폐를 넣는 일도 없이 그저 대웅전 앞을 거닌다. 목탁 소리에, 바람 냄새에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아버지 냄새를 실려 보낸다. 소주병 뚜껑을 돌리는 그에게서, 바람처럼 가벼운 냄새가 맡아지길 기도처럼 읊어본다.




돌려드립니다, 그 사과


휴대폰이 부르르 두 번 몸을 떨었다. [농협 입금 60,000****죄송합니다]. 입금자명 란에는 보낸 사람 이름 대신 죄송합니다라 적혀 있었다. 눈물이 팽 돌았다. 지난 1년간 정말 듣고 싶던 사과의 말, 누구한테라도 듣고 싶던 말이었다. 부러진 안경 교체 비용 6만원과 고개 숙인 채 한자 한자 적었을 것 같은 죄송합니다. 그 돈을 받고 나면 짓눌렸던 원망이 해소될 거라고 짐작했다. 그 동안 아이가 받았던 복잡한 고통들이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에 씻길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오히려 공포가 밀려왔다.

 

1학년 종업식 날 아침, 빈 가방을 맨 큰 아이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나보다 더 큰 덩치가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엄마, 1년 동안 진짜 수고했어요~’ 애교 섞인 목소리를 남발했다. 자기 마음을 적재적소에 잘 표현하는 아이다. 얼마나 홀가분하게 느꼈을 아침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큰 덩치를 꼬옥 껴안으며 속삭였다.

에구~우리 원이도 진짜로 수고했어요. 못된 녀석들 잘 참아내며 1년을 보냈네. 대단해, 대단해. 오늘이면 끝이다. 잘 다녀와.”

 

지난 1, 집단 따돌림에 몰래 운 아이. 혹여 엄마가 알까 봐 숨기려고 한 사건도 몇 있었고, 이웃 아이를 통해 알게 된 소소한 사건까지 합치면 뉴스에 나옴직한 사고를 겪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 가슴이 조여 온다.

봄 수련회에 가서는 대여섯 명 아이들 틈에서 알몸이 될 뻔 한 사건을 겪었다. 학폭위가 열릴 만한 사안이었지만 아이는 그들의 사과를 받은 것으로 되었다며 나를 설득했다. 여름 무렵부터는 급식을 자주 못 먹고 귀가해서는 4시가 다 된 시각에야 점심을 먹는 일이 반복되었다. 아이에게 물어도 온전히 말을 않고 그저 나를 안심시키며 스스로 해결할 거라는 말만 거듭했다. 담임 선생님이 먼저 전화를 걸어와 가해자 아이들의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먼저 고백하는 일도 있었다. 그때마다 아이가 다 말하지 않는 그 수위를 혼자 상상하며 아이가 원하는 방식대로 모른 척, 또 모른 척 넘어갔다. 스스로 해결할 만큼 이제 다 컸다 말하는 아이를 존중한다는 방식이 모른 척 넘어갈 줄 아는 고상한엄마 모드였다.

 

한번은 학교 상담실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 심리 상담을 위해 부모 동의가 필요하니 방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늘 피해를 받은 건 우리 아이인데, 심리 상담이라니요? 상담 선생님의 요점은 늘 피해를 받는 아이가 분노가 쌓이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 예방 차원에서 심리 상담을 받자는 것이었다. 상담 선생님은 이전에 피해자였던 아이가 가해자로 돌변했던 사례를 몇 들어주며 나를 주눅 들게 했다. 겁이 난 나는 동의서에 서명을 했다. 그날 저녁 아이와 얘기를 나눴고 아이는 격분했다. 잘못한 아이들은 그대로 두고 왜 맨날 참고 지내는 자기가 상담을 받아야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건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원아~ 상담 받을 필요 없다고 생각되면 내일 상담실 가서 받고 싶지 않다고 말씀 드려.’

 

그렇게 엄마와 아이의 마음을 갉아먹으며 지낸 중학교 1학년 생활이었다. 수고했다는 말을 엄마에게 하면서 아이는 스스로 듣고 싶었을 것이다. ‘수고했어, 정말.’

그 마지막 날, 시비 걸어오는 아이가 있었고 참다가 날린 한방에 상대 아이는 거칠게 응수했고 안경은 박살이 났다. 아이의 부모는 전화가 없었다. 다음 날도 전화가 없었다. 나는 왜 그렇게 안경을 박살낸 아이 부모의 전화를 기다렸던 것일까? 예전에는 더 큰 사건에도 모른 척하며 잘 넘어갔다. ‘아이들 크면서 치고받고 하는 거지요.’ 하며 이해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누가 우리 아이 건드렸어?’하는 심정으로 학교로 달려가지는 않던 고상한 엄마 역할은 충분히 했는데. 다음 날도 전화가 없었다. 약이 올랐다.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몰랐다. 지난 봄 우리 아이 옷을 벗기고 성기를 가지고 놀려대던 그 여섯 명의 아이들. 급식 시간마다 줄을 새치기 해 다시 맨 끝자리에 가서 줄을 서다 보면 종료 시간이 되어 밥을 못 먹게 했던 못된 그 놈들. 걸핏하면 시비를 걸어 갖은 욕설로 아이의 심장에 못을 박았던 또 다른 놈들. 모둠 활동 때마다 아이의 약점을 건드려 놀림이 되도록 하던 더 나쁜 놈들. 그 모두를 대신한 사과가 필요했다. 그 사과를 모조리 대신할 만큼 덩치 큰 사과가 필요했다. 나는 전화가 오기만 기다렸다. 어떤 인간인지 모르지만 내 아이를 모욕하고 그 엄마에게 사과조차 할 줄 모르는 무례한 사람을 기다렸다.

 

11시가 넘은 시각,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예상을 깨고 남자의 목소리였다.

, 원이 어머님 맞으세요? 동진이 아빱니다. 전화가 너무 늦었습니다. 제가 일 끝나면 매번 이 시간이라 전화 드리기가......”

느리고 무거운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퍼부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토해내지 못할 것 같은 말들이 순서도 없이 터져나왔다.

우리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번번이 우리 애만 당해야 합니까? 안경이 부러지면서 눈 밑에 상처까지 났는데 알고 계세요? 매번 제가 참으면서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안경 값을 물어주셔야겠습니다. 저도 참을 만큼 참았고요. 동진이도 자기 잘못으로 아빠가 돈까지 물어야 한다는 것도 알아야 더 조심할 거고요. 안경 값 6만원입니다.”

아고 당연히 물어드려야지요. 아이가 상처 난 건 몰랐습니다. 병원에는 가 보셨는지......”

느리고 무거운 목소리를 나는 또 밀어내며 아퀴 지었다.

상처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문자로 계좌 보낼게요.”

전화를 끊었다.


지난 1년 간 가슴에 담았던 말을 다 쏟았고 얼마 안 되는 안경 값까지 정확히 들먹였다. 후련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몇 분 후 휴대폰이 두 번 몸을 떨었고 환하게 켜진 화면엔 죄송합니다만 확대되었다. 목이 말랐다. 그에게서 들어야 할 말이 아니란 후회는 이미 늦었다. 1년간 나와 아이를 힘들게 했던 모두를 대표해 애꿎은 동진 아빠가 표적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농협 입금 60,000****죄송합니다]

아이가 힘들었던 1, 내가 참을 수 있었던 뿌리를 알게 됐다. 숨죽인 자기 방어를 끝낸 아이가 언젠가 한 주먹 휘둘렀을 때 벌어질 엄청난 폭력에 대한 보험이었다. 그동안 잘 참아낸 나를 보며 당신들도 몇 번은 용서해야 할 거 아니냐고 준비했던 변명이었다.


엄마! 그 돈 꼭 받으셔야 했어요?”

반환할 곳 없는 6만원과 타인의 모든 사과를 종합한 [죄송합니다]를 들고 나는 어찌할 줄 모르고 있다.







  • profile
    korean 2020.05.03 16:53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수필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5 file korean 2014.07.16 2595
747 제 34차 창작콘테스트 수필공모 - 생각 주머니가 작다고? 1 file prince 2020.04.09 17
746 34차 창작 콘테스트 수필 응모 - 강변붕어빵, 소년 신문배달원 1 불탄바나나 2020.04.09 15
745 지하철, 오늘도 무사히 2 qqro 2020.04.08 19
744 제 34차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수필 공모) _ 1.머터니티 블루 2. 낭독태교 1 minabab 2020.04.08 16
743 제34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 1. 거미줄 / 2. 서울 언니 2 소녀 2020.04.07 23
742 [제34차 창작콘테스트] 수필공모 1.각골(刻骨) 2. 붉어진 마음 1 bluekusa 2020.04.05 17
741 제 34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粹筆 - 순수한 글> 코기 2020.04.04 19
740 제34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채유딘> 1 최진 2020.04.03 20
739 제34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1. 좀 더 둔감하게 / 2. 경고등이 떴다!) 1 플로라 2020.04.03 18
738 33차 창장콘테스트 수필 공모(조금 늦은 42년 전의 약속, ‘수학여행’외 1편) 1 동굴 2020.04.02 16
737 제34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 버스를 타다 그리고 내리다 / 해프닝 1 아몬드초코볼 2020.04.02 23
736 우리는 그날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졌다 1 적극적방관자 2020.04.01 14
735 <34차 창작콘테스트> 당신, 나의 복숭아 나무/ 다이빙 1 박자몽 2020.03.28 20
734 수필(2편) 1 꿈을가진코끼리 2020.03.16 20
733 그시절 동네 목욕탕에 숨겨진 아버지에 사랑 외 1편 1 한걸음 2020.03.14 25
732 [제 34회 창작콘테스트] 수필부문 - 어떤 물음 외 1편 2 최리 2020.03.09 39
731 제34차 창작 콘테스트 공모 - 용서를 구하기 위한 8년, 세벽녘 문자 내용 속 소년.소녀 1 에세이 2020.03.02 26
730 제34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 사소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 1 강사슬 2020.03.01 33
» 제34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어머니의 향 외 1편) 1 은여우 2020.02.27 27
728 제34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문득 너를 떠올려봤어 외 1편) 1 기뮤리 2020.02.17 4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9 Next
/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