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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텨라, 광덕산 딱정벌레야

 

모처럼 일을 일찍 마치고 해가 아직 길어서 가까운 광덕산에 올라갔다. 아내와는 부모님 생신을 챙기는 문제로 싸운 후였다. 복잡한 머리를 식히고 싶었다. 대학생 때 가고 가보지 못한 치악산. 주차장을 나서는 마음이 정말 좋은 공기 때문인지 가벼웠다. 아직 단풍이 완연하게 들지 않아서 또 평일이라 인적이 드물었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 마지막 공용화장실에 들어갔다. 볼일을 보고 수건에 물을 적시기 위해서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만끽했다. 이제야 좀 살 거 같았다. 출입문 바로 안쪽 가까운 세면대에 손을 씻으려는데 하얀 세면대 타원형 아래에서 뭔가가 꿈틀거렸다. ! 작디 작은 딱정벌레였다.

 

검은 모양의 점이 느리게 아주 천천히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등짝에 빨간 점이 보였다. 딱정벌레를 발견한 것이다. 세면대 안을 확인하지 않고 수도꼭지의 물을 틀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직할 뻔 했다. 하마터면 물과 함께 딱정벌레는 저 아래로 빨려 들어갈 뻔했다. 어쨌든 생명체 아니었던가. 어떻게 그 녀석은 자연의 숲이 아닌 세면대 안으로 불시착을 했을까. 그 녀석은 나의 인기척을 느끼고 잔뜩 얼어서 움츠리고 있었다. 두 개의 머리 쪽 더듬이와 네 개의 다리가 바르르 떨고 있는 게 느껴졌다. 나 때문에 불청객의 움직임에 그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어떻게 떨어졌는지 몰라도 그 하얀 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그 미끄러운 물기가 있는 하얀 세면대 중간을 4개의 다리와 2개의 더듬이를 이용하여 천천히 사선으로 움직이며 그곳을 탈출하여 밖으로 산으로 숲으로 나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나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바로 옆의 세면대에 가서 물을 조금 틀고 조심스레 손을 씻었다. 그리고 출입문 쪽으로 나가다가 그 아까 세면대로 가서 다시 천천히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그 녀석의 움직임을 살폈다. 열심히 간혹 미끄러지면서 올라오는데 간혹 옆으로 미끄러지는 듯하다가 다시 위로 방향을 잡고 서서히 아주 조금씩 위로 나오고 있었다. 녀석의 성공적인 탈출과 숲속으로의 귀환을 바랬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 바람을 가지고 화장실을 조심스레 빠져나왔다.

 

그리고 세 시간 정도 땀을 흘리며 산을 올랐다. 마음속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발버둥치는 그 딱정벌레가 함께 산을 오르고 있었다. 아니 나는 광덕산을 오르고 있었고 녀석은 세면대의 타일을 암벽을 등반하고 있었다. 나는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올라올 때 들었던 그 화장실에 인기척이 없음을 확인하고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날은 좀 어두워져 있었다. 나는 땀에 젖은 손수건을 들고 천천히 아까 그 세면대로 다가갔다. 발뒤꿈치를 들고. 어떻게 됐을까? 그 세면대로 가만히 다가가 고개를 쭈욱 천천히 내밀었다.

 

작은 수박씨 같은 점 하나가 꼼짝도 안 하고 죽은 듯 딱 그 세면대 바닥에 고정되어 붙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세면대 가장자리 지점이었다. 아니 처음에 봤을 때보다 더 아랫부분 물 빠지는 부분으로 더 미끄러져 내려간 것 같았다. 혹시 누군가 물을 틀어서 휩쓸린 것일까? 그런데 안 움직이네. 죽었나? 혹시 세면대의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익사? 덜컥 겁이 났다.

 

아이야... ... 자니? 죽었니? 너 죽은거 아니지..?" 슬쩍 건드리니 깊은 잠에서 깨어나듯 움직임이 느껴졌다. 녀석이 움직이자 나도 순간 반가워서 또 왠지 모를 감동에 움찔거렸다. 녀석은 죽지 않았다. 잠시 너무 힘이 들어서 멈춘 것이었다. 다행이다. 그 네 시간이 넘도록 앞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결과는 후진이라니. 아쉬운 결과였다. 그래도 그만하길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콘크리트 건물에서 자신이 사는 지상으로 숲으로 탈출하기가 얼마나 지쳤으면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렇게 아까보다도 아랫부분에서 그냥 배수구로 물에 휩쓸려 죽지 않을 만큼의 자리에서 그냥 버티고 있었을까... 안쓰러웠다. 화장지 한 조각으로 녀석을 조심스럽게 살포시 안았다. 말하자면 나는 작은 생명을 구하는119구조대 역할을 한 것이다. 녀석을 화장지에 쌓인 녀석을 조심스레 잡고 나는 커다란 나뭇잎에 놓아 주었다.

 

밖엔 어둠이 내렸다. 그만큼 고생했으면 그만큼 버티고 버텼으면 딱정벌레 이 녀석은 정말 끈기가 있는 녀석이었다. 풀밭으로 어둠 속으로 원주 치악산 국립공원 자락의 자연으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만한 자격이 충분한 벌레였다. 왜냐면 하루종일 그 미끄러운 세면대 타일이라는 함정에서 견디고 버텼으니까. 스스로 자연으로의 탈출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참아냈으니까 도움의 손길을 받은 것이다. 그 작은 딱정벌레는 수풀 속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지지치 말자. 저 작은 생명체도 저렇게 살아가려고 버티고 발버둥을 치는데 하물며 사람이 함부로 생을 포기해서야 하겠는가.




나의 걷기 이력서

 

 

아침 출근길부터 걸으면서 만보기의 카운트를 즉 셈을 시작한다. 버스를 타는 곳까지는 느린 걸음으로는 10분이 걸린다. 하지만 아직 젊은 오십대의 나의 빠른 걸음으로는 5분이면 가능하다. 환승하는 지하철역 입구로 들어가며 의례히 그랬듯이 스마트폰에 설치된 만보계를 살펴본다. 하루 일정 양을 정해놓고 걸으면 몇 원의 포인트를 주기도 하는데 그걸 모아서 커피로 바꾸어 먹기도 한다. 2000가 넘으려면 조금 남았다. 그런데 늘 여기를 지날 때면 긴장하게 되고 께름칙하다. 바로 에스컬레이터를 만나기 때문이다. 나에겐 장애물이다. 몇 달간은 그냥 어쩔 수 없듯이 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사람들이 많이 밀리기도 했고 열차를 놓치기 싫어서였다. 계단을 내려가고 싶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반대편 백화점을 통과해서 가야했기 때문이었다. 그 거리가 좀 길어서 걷기를 좋아하는 내가 반가워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영업을 안 하는 검은 건물 속을 경비원이 지키는 그 곳을 지나가기가 좀 그랬다. 여하튼 할 수 없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좀 내려가서는 다시 반대편 개찰구를 좀 돌아서 걸어간다. “!” 하고 스마트폰으로 대고 통과하니 역시 2000보가 넘었다. 다시 지하 계단을 바삐 걸어서 플랫폼으로 내려간다. 그렇게 나는 이른 아침부터 걷기를 통해 하루를 바지런하게 시작한다.

 

언제부터 나는 걷기에 빠져들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초등학교 중학교는 걸을 만한 거리였다. 그런데 고등학교 배정을 좀 먼 곳을 받았었다. 걷기는 힘들고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거리였다. 며칠을 버스를 타고 다녔다. 등굣길은 정말 만원이었다. 앉을 자리도 없고 근처의 여중, 여고 학생들로 버스는 콩나물시루 같았다. 밖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사람에 채이고 한 번은 버스에서 내리지 못해 먼 길을 힘들게 돌아 와야만 했다. 그때 결심했다. 답답해서 버스 못타고 다니겠다. 버스비도 절약하고 걸어 다니자. 세상을 구경하면서 그냥 걷자. 그렇게 해서 나의 걷기, 나의 가장 오래된 취미이자 오랜 친구이자 평생 함께 해야 할 동반자인 걷기가 시작되었다. 등 하교통학 할 때 걷는 시간은 갈 때 한 시간 올 때 한 시간 모두 두 시간이 넘었다. 학교에 도착해서는 좀 힘들었다. 걷느라 피곤하고 힘들어서 수업시간에는 많이 졸고 혼났다. 물론 성적도 안 나왔다. 피곤해서 공부를 못했다는 것은 핑계일지도 모른다. 아니 핑계다, 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내가 걸으면서 보고 듣는 것이 책에서 배운 딱딱한 내용의 지식보다 난 더 알차고 살아있는 생생한 정보라고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평생 택시 운전사였다. 몇 번 아버지가 택시를 운전하고 일을 하시다가 나를 발견하고 길 가에 차를 세우고 타라고 했지만 나는 타지 않았다. 여든이 넘으신 아버지가 그때 기억을 하신다. “몇 번 걸어가는 너를 보고 태워준다고 차에 타라고 하니까 쳐다도 안보고 도망가는 거야...” 그때 내가 걷지 않고 아버지의 차를 탄다면 지는 것이야라고 생각을 했다. 진다? 누구에게 진다? 내 결심에게 다짐에게 약속에게 진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렇게 3년을 고등학생의 작고 왜소한 몸으로 그 먼 왕복 10km 거리를 걸어 다녔다. 이게 인연이 되었는지 군대에 자원입대를 해서 육군 보병 즉 속된 말로 땅개가 되었다. 강원도 화천 산골에서 복무를 했는데 훈련이나 진지 보수작업이다 정말 징글징글하게 걸어 다녀야만 했다. 그때는 사실 걷기가 체력적으로 너무나 힘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미 벗어날 수 없는 상태였다. 늘 어디를 가나 일부러라도 차에서 내리거나 한밤중에라도 밖으로 나와 걸으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을 다듬는 시간을 만들었다.

 

전역 후 다니던 학교도 다니다 말고 영화판이다 연극판을 기웃거렸다. 전력투구를 하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 책임지지 않는 자유가 특권인양 오랫동안 부모님 아래에서 그렇게 자유 분망하게 살았다. 그래도 걷기는 놓지 않았다. 비틀어지고 나약해지고 또 비관적인 마음을 잡에 해준 것이 바로 걷기가 아닐까 싶다. 조용히 혼자 걸으면서 내 안의 나와 대화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으니까. 늦은 나이 서른에 상경하여 우연히 월간지의 동호회 걷기모임 기사를 보고 인터넷카페 걷기 동호회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아무 조건 없이 한 달에 한 두 번씩 걷기 모임에 나가 경치 좋은 곳도 걷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 모임에 즐겁게 열심히 참석했다. 운영자가 되어서는 퇴근 후 저녁걷기, 남산걷기 등 일요일이 아니라 평일에도 매주 모여 걸을 수 있는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17년 전의 일이다. 곧이어 제주 올레길도 나오고 걷기를 위한 길도 개발이 되고 이어서 커다란 걷기 열풍이 불어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정말 어딜 가나 걷기 좋은 길이 관광지도에도 잘 안내가 되어 있고 잘 정돈된 길도 많이 있어서 걷기에 참 좋은 환경이 되고 있다. 나는 지금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직업인이 되었다. 또 운전이 주업인 사람이라 차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주말에도 일을 나갈 때는 여유가 있으니 9km를 출근 장소까지 1시간 반을 걷기도 한다. 일찍 퇴근하면 주변 야산을 통과하는 등산로를 걷기로 퇴근을 종종 하기도 한다. 아울러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는 절대 타지 않는다는 신념을 실천한다. 13층까지도 걷는데 그것이 작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걷기는 내 몸의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을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정말 내 머릿속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인간 정화기 역할도 하고 있다.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지금 틈만 나면 걷고 출퇴근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걷고 있는 중이다. 지금 걷기를 통해 단련된 튼튼한 허벅지와 장딴지는 내가 건강하게 살아가는 힘이자 원천이다. 걷기를 좋아하다보니 걷기를 통해 많은 것을 변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아이디어도 생각을 해보았다. 병원을 지을 돈으로 걷기 좋은 길을 더 만들고 걷기를 아예 초등학생부터 교육을 시키는 방법. 우리나라는 성인병도 없어지고 건강보험 지출도 줄일 수 있어 재정 건전성도 좋아지리라.

 

나는 걷기가 참 좋다. 걷기는 내 삶의 아름다운 동반자이가 살아있는 숨쉬는 교과서가 아닐까 싶다. 걷기를 통해 삶의 목표를 다시 세우게 되었다. 힘들어도 인내하면서 소소한 삶의 즐거움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병원에 가서 약을 타고 병을 낫을 생각을 하지 말자. 대신 사람들이 언제나 차를 멀리하고 일상속의 걷기를 생활화했으면 좋겠다. 걷기를 생활화하면 내 몸이 건강해짐을 느낄 수 있다. 또 병들고 지친 몸과 마음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걷기는 정말 돈이 하나도 안 드는 만병통치약이다. 걷기를 통해 개인과 사회는 소통이 잘 되고 또한 건강해진다고 확신한다. 나의 걷기 이력서를 써보며 걷기의 참 매력에 다시 빠지게 된다.

  • profile
    korean 2020.10.31 18:21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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