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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날이 창창한 젊은 생명 40여명을 수중고혼으로 만든 천안함 침몰은 결국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으로 판명됐다.

그들은 모두 어느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요, 형제였으며 또 일부는 누군가의 든든한 남편인 동시 아직 어린 자식의 아버지였다.

군인은 총, , 화약 등 살상무기를 다루며 그것들을 이용해 훈련을 하는 신분이고 국난상황에서는 하나뿐인 생명일망정 아낌없이 바치는 것이 또한 본분인 탓에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60년 전의 한국전쟁과 그 후의 크고 작은 도발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는지 우리는 기억한다. 구국의 희생일망정 사랑하는 아들을, 남편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이 조금도 덜할게 없음도 역시 헤아릴 수 있다.

그러나 이번의 참사는 전투수행이 아닌 평상시의 훈련 중에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충격과 비애가 다른 것이다.

한편으로 군 수뇌부의 사건 대응이 유족들의 분노를 배가시키고 전 국민의 우려를 증폭시킨 바가 없지 않은데, 사건 초기, 경계에 실패한(북한 잠수정의 접근과 공격의도를 캐치하지 못한 점) 군 수뇌부는 이 잘못을 은폐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의혹을 양산했고 급기야 우방인 미군에 의한 격침 설, 북한을 궁지로 몰기 위한 현 정부의 사건 조작 설까지를 좌편향된 진보인사가 공공연히 주장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다. 결국 군 수뇌부의 이런 어리석음은 호주와 스웨덴 등의 국제 전문가들이 참여한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까지 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했으며 일부 진보인사들의 여전한 행보(미군에 의한 격침 설, 북한을 궁지로 몰기 위한 현 정부의 사건 조작 설 등의 무분별한 유포 행위)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진보인사들의 그러한 이적행위에도 나름의 정보력과 판단력이 바탕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또한 그래야만 하는 어떤 입지전적인 이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유로운 정보교환과 의사소통이 보장되는 민주사회와 그 모든 것이 제한되는 폐쇄사회의 차이점을 간과하지 말고 주장하되, 그 주장으로 어느 누가 이익을 얻는지를 냉철히 한번 생각해 보길 권한다.


아래 글은 대표적인 진보학자의 한 사람으로 참여정부 탄생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으나 거듭되는 실정에 실망, 지지를 철회함을 자신의 글에서 밝힌 언어학자 고종석 씨의 책 말들의 풍경속 한 단원 남과 북, 그 헌법의 풍경을 읽은 후의 감회를 적은 것이다.

고씨의 표현 그대로를 옮긴 부분도 더러 있음에 씨의 너그러운 양해를 구하며 친북성향의 진보인사들이 공평한 시각을 갖는데 도움이 되길 희망 한다.(일부는 맞춤법에 관계없이 북한쪽 표현을 그대로 옮겼음을 밝힌다.)

 

우연한 기회에 남,북한 헌법의 전문(前文)을 접했다.
언어학자 고종석 씨의 책, ‘말들의 풍경속 한 단원 남과 북, 그 헌법의 풍경에서다.
대한민국 헌법의 전문이 310 99어절을 한 문장 속에 집어넣느라고 많이도 덮씌워지고 뒤틀리며 꾸역꾸역 이어지는 성분들로 조악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 서문으로 명명된 북의 그것은 전문(前文)이라기에는 다소 긴 15개의 문장에 국가의 정체성이라고 하기 조금 무리스런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사상과 령도를 구현한 주체의 사회주의 조국이다로 국체를 밝힌 첫 문장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주체적인 국가건설사상과 국가건설업적을 법화한 김일성헌법이다'고 헌법의 성격을 규정한 끝 문장까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매 문장 얼굴을 보이고 있다. 그 중 12개 문장에서는 주격으로 선봉에 등장하고 있다. 김일성에 대한 최고의 찬미로 일관하다 보니 대한민국 헌법전문에서보다 더한 덮씌워짐과 꾸역꾸역 이어지는 조악한 모습도 보인다. 이를테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조선민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창건자이시며 사회주의조선의 시조이시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창시하시고 그 기치 밑에 항일혁명투쟁을 조직, 령도하시여 영광스러운 혁명전통을 마련하시고 조국광복의 력사적 위업을 이룩하시었으며 정치, 경제, 문화, 군사 분야에서 자주독립국가건설의 튼튼한 토대를 닦은데 기초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창건하시였다이런 식으로 극존칭을 써가며 김일성을 찬미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헌법은 1948 98일 제정된 이래 지난달의 개정까지 총 9차례 고쳐졌다고 한다. 지난달의 헌법개정에서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위를 최고지도자로 명시하고 선군(先軍)사상을 주체사상과 같은 반열에 올리는 등 김정일 체제를 확고히 했지만 이미 고인이 된 김일성 찬미 일변도의 서문은 그대로 두었다.
북한도 국가의 틀을 갖춘 나라인 만큼 그들의 헌법도 존중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진보, 보수를 떠나 어지간한 양식이 있는 대한민국사람이라면 이 서문을 보고 그 헌법을 존중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다.

한민족뿐만이 아니다. 소위 민주를 국호에 버젓이 표방한 나라의 헌법서문이 이렇게 개인숭배로 도배되어 있다면 이해타산이 걸려 있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조차도 존중은커녕 비아냥과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싶다.
북한헌법에도 주권재민(主權在民)이 명문화되어 있기는 하다. 북한헌법은 제4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은 로동자, 농민, 근로인테리와 모든 근로인민에게 있다고 명기함으로써 형식적이나마 국호에 들어있는 민주주의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개정에서 북한은 발권(發權)세력에 새로 군인을 추가하고 선군(先軍)사상을 주체사상과 함께 국가지도이념으로 공식화함으로써 군사화에 올인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북한이 군을 위한 나라이지 인민을 위한 나라가 아님을 천명한 것으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는 앞으로 더욱 열악해질 것이며 그들이 표방하는 민주주의가 결국 허울에 지나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이미 사문화된 공산주의를 삭제하는 등 몇몇 표현의 변화를 이번 개정에서 시도했는데 이를 두고 대한민국 일부에서 제기되는 북한이 체제개방으로 가려 한다고 보는 시각은 섣부르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건국 후 60년 이상을 김 부자 일인 독재체제로 이어 왔으면서도 버젓이 주권재민을 표방해 왔으며 표현의 순화와는 달리 내부 결속을 강화해 3대 세습을 획책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과거에 얽매여 관계 발전을 꾀하지 못하는 좁은 시각이 바람직스러운 건 아니지만 숨은 알맹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것에만 일희일비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할 일이겠다.
서문 15개 문장 어느 것 하나 가소롭지 않은 게 없지만 한 문장만 더 소개하고자 한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주체적인 혁명로선을 내놓으시고 여러 단계의 사회혁명과 건설사업을 현명하게 령도하시여 공화국을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 나라로, 자주, 자립, 자위의 사회주의 국가로 강화발전시키시였다그야말로 지나던 개가 웃을 일이다. 수백만의 백성이 굶어 죽고 당장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으면 또 얼만큼의 백성이 아사(餓死)의 현장으로 내 몰릴지 모르는 나라가 자주, 자립을 운운할 수 있는지

 

사상은 처한 환경과 입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또한 누구나 자기의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 이것이 성숙한 민주사회의 모습이다. 하지만 권리에는 그에 상응하는 의무가 따르게 마련이고 그 의무를 망각하는 순간, 그것은 권리 아닌 방종이 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지만 특수한 상황 탓으로 국민에게 부여되는 의무가 비교적 많은 나라이다. 그렇다 해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폐쇄사회인 북한과는 애당초 격이 다르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친북인사들은 집권 중인 정권을 향한 자신들의 자유로운 비판 등이 과연 북한 내에서는 가당키나 할 것인가를 먼저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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