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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고 단심가


세계 바둑 계의 일인자로 칭해지던 이 창호가 몇 개월 전, 5연패의 나락에 빠지자 바둑인들 사이에선 이제 이 창호도 끝났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다고 한다

그런 이 창호가 농심배세계바둑국가대항전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일본과 중국의 고수4명인가를 연파하고 한국의 우승을 이루어냈다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연패를 할 당시, 이 창호는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었다는데,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비교적 어린 나이지만 험한 세상 살아가는 지혜 한 토막을 말하고 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지 않겠어요?" 그래, 인생 새옹지마라! 비록 바둑은 내리 졌지만 더 중요한 삶의 지혜를 얻었다는 말 아니겠는가! 이렇듯 바둑에는 인생이 있다고 한다

한국의 바둑 인구가 과연 몇이나 될까? 역시 인생을 논하기로 고스톱 또한 빼놓을 수 없지 싶다. 한국 사람 셋만 모이면 벌어진다는 고스톱 판, 한때 고스톱 망국론까지 회자되었던 걸 보면 과연 전국민적인 스포츠?라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지금은 삼풍고스톱에 전직 대통령 이름을 붙인 것 등, 그 노는 방법도 다양해져, (한국 사람 기발한 건 알아줘야 한다.) 즐기고 아니고를 떠나서 한 두가지 모르는 사람 드물지 않을까 싶다

추석, 민속의 날 등 명절 날 그 극심한 귀향 전쟁을 치르고 시골집에서 만난 형제나 친척들의 반가움이 무엇으로 나타나는가! 윷도 놀고 바둑도 두곤 하지만 역시 고스톱 아니겠는가

흔히 고스톱을 운73의 놀이라고 한다기술이 없어서도 안되지만 그 날의 운이 젬병이면 남의 돈 먹기는 애 저녁에 그른 일이라는 말이겠다

뒷장 싸움이란 말도 그래서 있는데, 손에 오광을 들고 있으면 뭐 하는가! 치는 족족 빈손이요, 설사까지 해댄다면 죽 쑤어서 뭐 준다고 내 점수에 덤까지 얹어서 남 주기 바쁜데 남의 돈이 눈 멀었다고 내게 오겠는가? 여기에 알량한 대로 인생의 철학 부스러기가 있는 것이다

눈 앞에 고도리가 쌩끗 웃고 있더라도 그것이 생짜여든 함부로 잡지 말란 것이다. 독 버섯일수록 화려하다지 않는가! 눈 앞에 내밀어진 돈 다발이 머지않은 후일, 은 팔찌를 불러 올 수도 있으며 예쁜 꽃을 꺾으면 언젠가 반드시 그 대가를 지불하게 마련이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고,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 말은 오늘 날에도 살아 숨쉬는 명언인 바, 그날 운이 하! 지랄이면 하찮은 고스톱일망정 삼가고 또 삼가란 얘기다

하물며 한번뿐인 인생 살이야!?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조급해 하지말고 느긋하게 때를 기다려 보자. 작은 것에 연연하지 말고 큰 것을 위해 과감한 희생도 감수해보자. 인생 새옹지마라는데 그 보상이 설마 없겠나

하지만 말이 쉽지 어디 실천까지 쉬울라고!? 그저 바닥 기고 사는 나 같은 잔챙이들은 포은의 시조나 한 수 음미하고 볼일이다.


[이 몸이 죽고 죽어 광 못 팔고 다시 죽어

본전이 진토되어 가리라도 있고 없고

쓰리고 향한 일편 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엽기 진달래꽃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애송하는 시 중에 소월의 진달래 꽃이 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잘 어울리는 운율에 가슴 절절한 사랑이 담겼다.

그런데…, 자기를 버리고 떠나는 님, 편히 가라고 꽃 길을 깔아 주겠다?
이 역설적이고도 쉬 이해되지 않는 지고(至高)의 사랑은 유교적 관습 속에서 안으로 안으로만 삭이며 살아온 우리 옛 여인들의 정 한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해서 남녀 노소불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바….

올해는 그 진달래 꽃이 꽃망울을 터뜨린 지 90주년쯤이 되겠다.

10년 세월에도 강산이 변한다는데, 10배 가까운 90년 세월이고 보면 변하지 않는 것이 되레 이상할 일이겠지만, 우리 여인들의 위상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한 것 같다.
매 맞고 사는 남편에, 애인이 생겼다며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등등은 이미 옛말 된지 오래고, 보험금 노리고 멀쩡한 남편 독살하는 악처들의 무용담(?)이 새삼스럽지 않은 지경에까지 이른 걸 보면, ! 소월 선생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겠다.

해서 요즘 시류에 맞게 선생의 시도 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님 보기가 역겨워 보낼 때에는 독한 맘 수이 보내 드리오리다

문방구에 널린 자잘한 압정 아름 사다 보낼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못을 맨발로 썌리 밟고 가시옵소서

님 보기가 역겨워 보낼 때에는 쎄() 빼물고 아니 웃음 지으오리다]


여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했던가?
혹시 90년 전, 떠나는 님에게 꽃 길을 깔아준 순종 이면에는 ! 이래도 네가 날 떠날래?’하고 벼르는 여인의 무서움이 숨어있지는 않았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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