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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2 13:41

그들만의 공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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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치고 신학 교수 겸 교회의 목사가 된다. 30세 뒤늦은 나이에 보장된 장래를 뒤로하고 의학을 공부해 의사가 된 뒤,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험난한 아프리카의 오지를 제 발로 찾아가 일생을 가난하고 소외된 흑인들을 상대로 자선의료 봉사를 펼친 인물이다.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 한 토막. 그가 친구(?)와 싸움이 벌어졌다. 상대를 쓰러트린 그가 막 주먹을 날리려는데 상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너처럼 매일 고깃국을 먹었더라면 절대로 지지 않았을 거야어린 슈바이처가 그때 벌써 세상의 불공정함을 알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때의 경험이 그의 일생을 관통한 박애사상의 한 축을 담당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본국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용과제가 친 서민에서 기회균등의 공정사회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그머니 옮겨갔다. 친 서민이나 공정사회나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기 보다 연장선상의 개념으로 볼 수 있어 화두를 옮긴 것만으론 큰 흠이랄 수 없겠다. 대통령이나 그 주변인사들이 하나같이 모두 서민이라곤 결코 할 수 없는 기득권층일걸 감안하면 공정사회란 이들의 기득권이 서민에게도 개방될 수 있는 것이란 점에서 그렇다.                      

 나아가 친 서민이나 공정사회 구현으로 그들이 덕 볼 건 없을 것이기에 설령 말의 성찬으로 끝날지언정 집권세력에 의한 그것의 표방만으로도 서민들은 감지덕지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공연한 비아냥이 아니라 공정사회 구현의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공정사회라는 게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어느 날 뚝딱 만들어질 수만 있다면 이런 돼먹지 않은 딴죽도, 국정과제니 뭐니 요란하게 떠들 이유도 없겠지만 그게 어디 그런가? 앞에서도 언급한 바, 그걸 이루자면 기득권층의 과감한 기득권포기가 전제되어야 할 텐데 그게 말처럼 쉽겠는가 말이다.       

 소위 민주사회에서 아무리 상당한 권력을 위임 받은 대통령이라 해도 저 북녘의 누구처럼 기득권층을 윽박질러 포기각서를 받거나 공산사회의 토지개혁이라도 하듯 모든 기득권을 몰수한 후 재분배할 수는 없는 일. 그저 그들의 자발적 참여나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데 보여지는 행태는 싹수가 노랗니 그렇다는 것이다.         

, 정책으로 밀어 부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너무 순진하다. 그럴 경우 어느 정도의 구속력을 지닌 법률이 필요한데 그 법률을 대통령 혼자 만드는 게 아니고 기존의 기득권층, 즉 정당소속 국회의원들이나 주변 참모들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서 노무현이라는 한 아웃사이더 출신 대통령의 실패와 좌절을 통해 공정사회의 구현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를 보았다. 그는 비교적 기득권층에 대한 정치적 부채가 덜했기에 과감한 개혁을 시도했으나 사사건건 기득권층의 반발과 견제를 받았고 종국엔 그의 가족과 참모들까지 기득권의 물이 드는(?) 지경에까지 내몰렸다. 그를 지지한 반 기득권층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 힘은 유감스럽게도 거기까지만이었던 것이다. 기득권의 벽에 둘러싸인 대통령은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최고 권력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못해 먹겠다는 말을 남발했을까? 기득권층은 자신들과 성분 다른 대통령이 기득권 타파를 외치는 꼴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의 이상은 실현되지 못했고 그 배경엔 기득권층의 자기 몫 챙기기가 버티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만큼은 아니지만 정치적 부채가 덜한 편이라고 한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처럼 오랜 세월 고난을 함께 한 동지들이 있는 것도, 전두환, 노태우 전임들처럼 정권찬탈을 함께 한 군부세력이 뒤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자리로 보은할 만큼의 빚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임기 반을 지내오는 동안 대통령의 인사는 국민들 눈에 마뜩찮게 비쳤다. ‘고소영’ ‘강부자란 유행어를 만들어 놓더니 친 서민을 표방하고도 서민과는 동떨어진 기득권 내각을 구상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위장전입에 투기, 거짓말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국리민복을 위해 맡겨진 일을 어찌어찌 최선을 다 하겠다는 소신천명 대신 죄송송구로 국민 앞에 머리 조아려야 했고 그나마 일부는 자리에 오르지도 못하고 쫓겨남으로써 대통령의 공정사회 천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국민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아랑곳없이 나만 잘 먹고 잘살면 그만이라는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를 보임으로서 과연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에 포진하고 있으면 대통령의 공정사회 구현 의지가 제대로 시행되겠는가 하는 의구심만을 국민에게 준 것이다.               

 조선 세종 때의 재상 맹사성은 정승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고대광실은커녕 초가에 살았으며 가마 대신 소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대한민국에서 이걸 공직자의 규범으로 강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공무원의 본분이 멸사봉공인 점을 감안해 최소한 직위를 이용, 내 배 불리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점들을 살펴볼 때 대통령의 공정사회 운운이 과연 진정일까 싶은 의구심이 든다. 자수성가라고는 해도 그 자신 300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재산가였으며 그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정당치 못한 행위도 없지 않은 탓이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지내는 등 충분한 세월을 기득권층으로 살았기에 하는 말이다. 그 많은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고 서민의 일원으로 돌아 오기는 했지만 대통령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고, 앞서 지적한 대로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의 인사형태가 여전히 기득권적이라는 점 역시 그런 의구심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그럼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정치권은 서민적인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가 못하다. 대통령의 부적절한 인사에 날을 세운 야권의원들조차 자신들의 연금인상법안을 찬성, 통과시켰으며 국회의장이란 사람은 해외에서 거짓 통계까지 제시해가며 슬그머니 세비인상을 거론하는 등 제 밥그릇 챙기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는 현실이 스스로 서민이 아님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누군가? 노동자, 농민, 도시 근로자 등 가난한 서민이 덕망 좀 있다고 되는 게 아님은 대한민국 백성 누구도 모르지 않는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해도 공탁금과 선거비용 등 만만찮은 돈이 들어가는데 정당공천이라도 받으러 들면 당비 내야지, 인맥 만들어야지 등등에 근근이 저축해 집 칸이라도 마련하고자 아등바등 사는 서민들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일 아닌가. 해서 국회의원이라도 한 자리 하려는 사람은 그 순간 이미 서민이 아닌 것이다.                                    

 어디 국회의원뿐인가? 광역의원, 기초의원 역시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서민들의 몫이 아닌 건 여지없다. 간혹 구색 맞추기로 기초의원 정도에 특권층 아닌 서민이 한 두 사람 포함되는 경우가 없지 않으나 그들은 힘이 없고 힘을 축적해 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기득권층에 동화되고 마는 것이다. 그들 중에서 대통령도 나오고 장관, 총리도 나오게 마련임을 감안할 때 서민으로 출발했어도 기득권층의 일원이 되고 나면 그것을 지키고 확장하고자 하는 욕구는 인지상정일 터, 제도나 법으로 규제한다고 될 일은 아니겠다.            

 구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다같이 일하고 똑같이 나누자는 공산주의 이념은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 듯 하다. 사람들은 똑 같은 분배, 똑 같은 생활에서는 일 할 의욕을 내지 않고 따라서 사회는 퇴보를 거듭하다 결국은 소멸되고 만다는 것을 구 소련의 붕괴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론으로 공산주의의 이념적 근거가 됐던 마르크스조차 부르주아 계급이었다니 여북하겠는가. 해서 21세기 신 좌파는 균등분배대신에 공정한 분배를 주창하고 있다

 자본의 가치와 기득권을 인정하는 대신 노동의 가치도 인정하고 공정한 틀을 깨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틀이 공정한 것이며 대체 노동의 가치는 얼마큼이냐는 것이겠다. 일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역이 모호하고 노동력의 값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적정선을 긋느냐는 것이다.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 이 상반되는 집단은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을 그으려 할 위험성 탓에 생산력 없는 집단인 정치력에 중재를 위임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그러나 앞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민주주의는 무산계급의 권익을 대변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앞서 소개한 슈바이처 박사는 교수 겸 목사로 두어 권의 책도 저술해 신분보장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 의학을 공부한 뒤 봉사의 삶을 택했다. 세상은 그에게 노벨 평화상을 주어 덕을 기렸으며 대한민국은 그를 성자로 가르쳤다. 쓸데 없는 가정이지만 그가 만일 봉사의 삶을 살지 않고 기득권 내에서 살았다면 일생은 편했을지 몰라도 이처럼 후세사람들에게 칭송을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노블레스오블리주서구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보통명사가 된 이 말이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특별한 말이라고 한다. 우리의 기득권층이 이런 점들을 유념해 오명을 후세에 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도나 법이 규제하지 못하는 부분은 천상 개인의 양심과 도덕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역대 최악이라는 수식어를 갱신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20대 국회의 청년의원 비율이 다른 대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합니다. 게다가 야당의원은 물론이고 여당의원까지 청년이라곤 도저히 할 수 없을 만큼 재산들이 어마무시하다네요. 20대 개원 초에 발의된 청년기본법이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현재까지 단 한차례의 논의가 없었던 것과도 무관치 않겠지요. 단순비교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겠지만 핀랜드나 스웨덴 등의 선진의회가 부러운 이유이기도 하구요.

개천에서 용 나기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버린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무산계급의 이익을 대변할 무산계급이 국회에 입성한다는 건 아직은 요원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거대한 둑을 무너뜨리는 게 극히 작은 구멍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걸 감안하면 지금도 그리 늦은 건 아니지 싶습니다.

100일도 남지 않은 21대 국회엔 제발이지 청년이든, 노년이든 제대로 무산계급의 어려움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3년전 촛불의 염원을 망각하고 있는 듯한 집권여당은 어느새 기득권의 물이 들어가는 자신들을 돌아보고 진정한 개혁이 무엇인지, 그 개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새겨보기를 바랍니다.

미래를 책임질 우리 청년세대는 눈 부릅뜨고 깨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자식들이 좀 더 공정한 사회에서 살기 바라는 마음에서 오래 전 글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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