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커니
배종환
벌컥 들이킨 냉수가 잠을 데리고 갔다
숙취에 타는 목이 잠을 깬 후
잘 가라, 보내주마
신음도 낼 수 없는 정지된
낯설 고도 눈에 익은 마루에서
한 줄기 달빛을 본다
아니, 수족관을 바다로 아는 열대어가
나를 응시하고 있다
제 몸을 빛으로 굴리는 행렬이
나래비집의 사창가 불빛처럼 어지러워
저 바다는 작은 어촌하나 달래지 못해
하얀 면사포같은 달빛
하나 둘 꺼지는 집어등이 졸음을 동구 밖까지 밀어 낸다
뽀글뽀글 방울은 쏟아지는 별이 되지 못해
다시 숨소리 들려오는 미열처럼 물비늘이 아늑하다
괭이갈매기 똥벼락에 낡은 등대는
갈증을 파도에 씻고 붉은 목젖으로 멍한 시선이다
뼝대처럼 깊어진 적막을 보며
처자식의 고단한 잠을 본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바다에서 꾼 꿈이
처음으로 허공에 갇힌 열대어처럼 별은 빛난다
공부의 굴레로 떠나보낼 여식의
벌어진 입이 미소처럼 밤은 자꾸 얇아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