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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06:04

개들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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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개들의 천국


- 은유시인 -




 

  구두쇠란 고약한 평판을 들으면서도 개들만큼은 자신의 혈육 못잖게 끔찍이 사랑해 왔던 백설기라는 독거노인이 있었다. 

  백 노인은 죽기 직전에 자신이 평생 모아둔 현금 70억 원 외에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집문서와 자신이 지닌 땅문서들을 ‘개들을 위한 복지기금으로 써 달라’며, 자신이 거주해온 부산지역 지방자치단체 사하구청에 기탁했다.

  백 노인은 사하구청장을 비롯하여 함께 동행 방문한 관계공무원들한테 자신이 자식처럼 키워온 네 마리의 개를 일일이 소개했다.

  “요 넘은 잉글리쉬코카스페니엘로 네 살 난 암컷이며, 예삐라 합니다. 또 요 넘은 시츄로 그 중 제일 나이 많은 여덟 살짜리 암컷인데, 이름은 돌돌이라 하지요. 에 또……. 저 밖에 있는 넘은 진돗개인데 여섯 살 된 수컷으로 이름은 순멍이라오. 그리고…… 또 한 놈……. 그러니까 조 넘은 닥스훈트 종으로 두 살짜리 막내인데 암컷으로 새촘이라 합니다. 늘그막 하니 요 넘들 때문에 그나마 사는 즐거움도 느꼈고,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는데……. 하여튼 잘 좀 키워주이소.”

  백 노인은 구청장의 손을 꽉 움켜쥐고는 잘 좀 키워달라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제가 버림받은 개나 학대받는 개들을 일일이 걷어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아 죽는 순간까지 네 마리밖에 거두지 못했으나 티브이프로 ‘동물의 왕국’이나 ‘세상에 이런 일이’ 등을 통해 인간들에 의해 몹쓸 짓을 당해온 개들을 지켜보노라면 분노를 참기 어려울 때가 많았지요. 그때마다 그 개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네 마리의 개들에게 더욱 잘해주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부디 제가 오늘 기탁하는 기금으로 네 마리의 개는 물론 인간에 의해 고통을 받는 개들을 구제하여 마땅히 개로서의 삶을 되찾게 하는데 사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백 노인은 걱정 말라는 구청장의 약속을 듣고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백 노인의 그러한 행위가 매스컴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자 백 노인의 유지를 높게 칭송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의외로 미친 짓거리로 매도하려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그리고 장애인관련단체들과 불우이웃돕기관련단체들의 관계자들이 사하구청으로 대거 몰려들어 항의를 했다.

  “별 미친 노인네 다 보겠네요. 사람도 배곯아 죽어가는 판에 개를 위한 복지기금이라니, 그게 미친 짓이 아니고서야 말이나 될법한 소리요?”

  사하구청 관계공무원들이 그들을 타일렀다.

  “고인의 뜻이 그러한데, 우리로서도 마땅히 고인의 유지를 따를 수밖에요.”

  “아무리 고인이 그런 뜻을 밝혔기로 사람이 먼저지 개가 먼저는 아닙니다. 그러니 일부는 개를 위해서 쓰더라도 나머지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게 원칙이며, 고인의 유지를 크게 벗어나는 것도 아닐 겁니다.”

  “이 기금은 백설기 노인께서 평생 힘들게 벌어 장만한 겁니다. 요즘 돈 있는 사람들이 수천만 원짜리 골프채를 사든 수억 원짜리 수입차를 사든 제 돈 쓴다하여 누가 상관할 바 못되지 않습니까? 그런 사치품 사들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인간이 키우다 싫증나서 길바닥에 버린 개들을 구제하는데 써달라는데, 그게 크게 도리에 어긋난 짓도 아니잖습니까?”

  “그렇게는 못합니다. 우리가 결사반대해서라도 개를 위해 헛되이 쓰게끔 내버려두지는 않을 겁니다.” 


kyc_20140716_10.jpg

  사하구청은 대규모 유기견 보호소건립을 위해 다대무지개공단 뒤쪽 아미산 기슭에 넓은 대지를 조성하고, 보호소건물 건립 등에 20억 원을 들여 그럴듯한 현대식시설로 꾸몄다. 1천2백 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대단한 규모로 그 규모에 있어선 전국 최대 규모인 것이다.

  그리고 사육장 명칭도 전국 공모를 통해 도그즈빌(Dog's Vill)로 명명했다. 보호소 소장을 비롯하여 전담수의사와 관리사, 그 외에 시설담당 환경담당 조경담당 구매담당 영양담당 사료담당 물담당 분뇨당담 등등 열두 명의 새 일자리가 생겨났다. 

  “아니, 무슨 고급 양로원이나 노인복지병원도 아니고 개를 걷어 키우는 곳에 웬 관리직원들이 그렇게 많아요? 그 인건비를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거창하게 치러진 건립기념 행사장에 취재하러 나온 기자들의 질문에 보호소 소장은 당연한 듯 말했다.

  “많긴 뭐가 많습니까? 개 1천2백 마리 키우는데, 그럼 그 정도의 인력이 필요하지 않단 얘깁니까? 보소. 개 1천2백 마리에 사람 열두 명이면 개 1백 마리당 한 사람 꼴밖엔 더 됩니까? 학교 한 학급교실에도 교사 한 사람이 30명이나 많아봐야 40명의 학생을 수업하는데…….”


  초현대식의 유기견 보호소가 생겼다는 소문에 개를 입구에 갖다버리는 사람들도 늘어났지만, 개를 키우기가 곤란하게 되었으니 대신 키워달라며 맡기고 가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래서 한때는 그 수용한계를 세 배 이상 뛰어 넘어 3천8백여 마리의 개가 수용되었다. 

  사하구청은 시설확장에 10억 원을 더 투입했다. 그리고 관리직원도 서른 명으로 크게 늘렸다. 이 정도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그 규모를 따를 데가 없었다. 

  자연히 미국 뉴스전문채널인 CNN과 영국의 공영방송 BBC를 비롯하여 미국 최대일간지 USA투데이, 독일의 대표적인 주간지 슈피겔지 등 전 세계의 주요언론사 외신기자들까지 몰려들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부산 변두리지역인 사하구는 일약 개들의 천국으로 부상했으며, 전 세계의 애견가나 전문가들을 비롯하여 관광객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사하구청은 구청장을 모델로 등장시킨 공익광고를 통해 더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기에 열을 올렸다. 이미 세계 최대 규모로 기네스북에 등재한 바 있는 다대포해수욕장 바닥분수대도 홍보할 겸 지역 이미지제고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여겼다.

  많은 개들이 속속 몰려들어 도그즈빌은 이미 수용한계를 넘어섰지만, 그에 만족하지 않은 사하구청은 보호소의 규모를 더 늘리는 한편, 공무원들을 집집마다 방문하게 하여 두당 5만원씩에 개를 구입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나 후원자들도 끊임없이 늘어갔다.

  도그즈빌의 규모가 최고조에 이를 즈음엔 3만5천여 마리의 개와 78명의 관리직원 외에 5백7십여 명의 자원봉사자, 그리고 3천8백9십여 명의 후원자가 집계되었다. 


  그러나 그런 열기도 한때였다. 전 세계의 매스컴은 물론 국내 언론들의 보도가 뜸해지자 열기마저 점차 수그러들면서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뜸해졌다. 따라서 그 많던 자원봉사자들도 하나둘씩 떨어져나가고 몇 천 명을 헤아리던 후원자들도 냉담해졌다.

  영구히 지속되리라는 예측을 뒤엎고 금방 시들해진 것에 대해 사하구청은 골머리를 앓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많은 개를 어떻게, 무슨 돈으로 키울 것인가. 그리고 70명이 넘는 관리직원들을 어떻게 먹여 살릴 것인가?”

  시간이 지나면서 백 노인이 맡긴 복지기금마저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상황이 그러하니 그 많은 개들의 사료구입은커녕 직원들의 임금도 제때 지급할 여력이 없었다. 


kyc_20140716_11.jpg

  어느 날부턴가 덩치 큰 개들의 수효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수용소 직원들 얘기로는 영양실조로 인한 개들의 자연사가 늘어서 줄어든 것이라 했다. 그렇지만 내막은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전국에서 몰려든 개장사들한테 고기로 쳐서 저울로 계량하여 내다 판 것이다.

  직원들 스스로도 ‘도리가 아니지만,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줄어들기 시작한 개들의 수효가 도그즈빌 설립 2년 만에 3백여 마리를 밑돌게 되었다. 

  물론 그 개들 가운데엔 백 노인이 그렇게나 애지중지 키어왔던, 그리고 그렇게나 사하구청장 손을 움켜쥐고 장래를 부탁했던 예삐나 돌돌이, 그리고 순멍이나 새촘이의 모습마저 보이지 않았다.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오물로 질척거리는 휑뎅그레한 유기견 보호소 도그즈빌엔 오늘도 70여 명의 직원들이 ‘백 노인이 남겨놓은 복지기금이 바닥나는 그 순간, 쫓겨날지도 모른다’란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3백여 마리의 개들을 상대로 게으른 근무를 하고 있으리라.

  개들의 천국이란 전설만이 무성한 채…….

  




(200자 원고지 22매 분량)


2010/02/12/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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