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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3 14:18

산신령이 된 호랑이

조회 수 151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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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아주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느 하루 경상도 땅 함양이란 고을에 덕망 높은 원님이 새로 부임을 했습니다. 함양은 웅장한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아주 해맑은 고장이었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그 당시에는 차(茶)가 무척 귀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각 고을의 원님들은 부임지에 도착하면 그 고장에서 나는 제일 좋은 차를 골라 궁궐의 임금님에게 보내는 것이 신하 된 기본 도리였습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원님이 알아보니 함양에는 이렇다 할 차나무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온이 얕은 산자락 아래여서 차나무가 자라기에는 조건이 맞지 않은 탓도 있었습니다.

저 높고 넓은 지리산에 아무렴 차나무 하나가 없겠는가? 모두가 나서서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 보라."

원님의 명을 받은 포졸들이 온 산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를 며칠 째, 드디어 지리산 중턱에서 희귀한 차나무 한 그루가 발견 되었습니다. 당연히 포졸들은 그 차나무를 뿌리째 캐서 원님 앞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오! 어디에서 발견 하였는고?

포졸 하나가 약간 쭈뼛거리다가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글쎄 이것이...... 호랑이 똥밭에 솟아나 있었습니다요.

호랑이 똥밭이라 하였느냐?

예, 나으리.

오! 그렇다면 이건 필시 보통 차는 아니로다. 호랑이 똥이라. 음, 앞으로 이 차의 이름을 호자(虎茶)라고 부르도록 하자꾸나.

이리하여 원님은 그 호차를 잘 심어 정성껏 가꾸도록 지시했고 이윽고 이듬해에는 차 잎을 따서 임금님께로 보낼 수가 있었습니다. 호차는 워낙에 차향이 깊고 맛이 뛰어나 임금님도 아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원님은 따로 밭을 일궈 호차를 특별히 재배토록 명도 내렸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 차나무의 주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지리산을 지키는 늙은 호랑이였던 것입니다. 스스로 거름을 주고 가꾸어 새순이 돋을 때마다 한 잎씩 따서 먹었는데 그만 차나무가 온데간데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필시 인간의 소행이라고 생각한 호랑이는 몹시도 화가 났습니다.

화가 난 호랑이는 밤중에 슬며시 마을로 내려와 잠자는 아이 하나를 덥석 물고는 다시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동굴에 도착한 호랑이는 크게 입을 벌리고는 입맛을 쩝쩝 다셨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아이는 여전히 새근새근 깊은 잠에 빠져있었습니다.

호랑이는 잠시 자는 아이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아무리 차나무를 훔쳐간 인간이 밉다 해도 티 없이 맑은 아이를 차마 잡아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대신 아이를 돌려 보내지 않고 산중에 데리고 있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이는 나중에 호랑이가 자신을 해치지 않고 살려 준 사실을 알고는 크게 고마워했습니다. 그래서 호랑이의 말벗도 되어주며 함께 지내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아, 오늘따라 그 차향이 참으로 그립구나.

호랑이는 그윽한 차 맛을 생각하다가 이내 깊은 한숨을 내 쉬었습니다. 아이는 혼자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 차나무를 도둑맞았다면 분명 마을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조용히 산을 내려왔습니다. 마을에 가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마을에 도착한 아이는 주변 여기저기를 유심히 살피다가 마침내 한 텃밭에서 그 차나무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몇 개의 차 잎을 따 산으로 올라온 아이는 호랑이에게 건네주었습니다. 호랑이는 크게 기뻐하며 그 차를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이가 새벽마다 차 잎을 따다 호랑이에게 건네기를 어느새 3년이 넘었습니다.

하루는 늙은 호랑이가 아이를 조용히 불러 앉혔습니다.

이제는 너도 네 부모에게로 돌아가도록 하여라.

아이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습니다.

난 이제 늙어서 더는 살지 못할 것 같구나. 그러니 너도 더 이상 산에 머물 이유가 없다.

호랑이의 말이 떨어지자 아이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렸습니다. 그날 밤 늙은 호랑이는 엎드린 채로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아이는 숨을 거둔 호랑이 옆에 앉아 한동안 또 슬피 흐느끼며 울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의 눈앞에 신기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죽은 호랑이의 몸에서 백발이 성성한 한 노인이 연기처럼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얘야.

큰 지팡이를 든 노인이 불렀습니다.

네가 따다 준 그 차 잎을 먹고 내가 이렇게 신령으로 거듭 났구나. 이 모든 것이 다 너의 덕이다.

아이는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섰습니다. 

내가 너와 너희 마을을 잘 지켜 줄 터이니 너도 이제 집으로 내려가도록 하여라.

하더니 구름을 불러 올라타고는 홀연히 높은 산위로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사라져가는 산신령을 향하여 큰절을 올리고는 마침내 산을 등지고 내려 왔습니다.

 

틀림없이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이가 살아 돌아오니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 모두는 놀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다시 마을로 돌아 온 아이는 늦은 나이였지만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비록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시작한 공부였지만 하나를 알면 열을 깨닫는 총명함을 보이더니 곧 과거시험에도 장원으로 급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이후로도 함양에는 수많은 인재들이 속속 배출되면서 명망 높은 고장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해마다 풍년이 들어 사람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큰 웃음이 넘쳐흘렀습니다.

고을 사람들은 이 모두가 호차를 먹고 산신령이 된 지리산 호랑이의 덕분이라고 굳게 믿으며 늘 고마운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끝>


*나의 고향 경남 함양. 오랜세월 등지고 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동화로나마 이렇게 풀어보면서.... 淸鄕

 

  • profile
    뻘건눈의토끼 2018.10.27 16:26
    어릴때 보던 삼정법사나 무도사 배추도사가 생각납니다. 잘읽없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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