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열린 서해바다

by 카리스마리 posted Aug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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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평택항에서 서해바다의 일몰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동해는 일출이 장관이라면 서해바다는 일몰이 눈물날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푸른 바다로 스며드는 붉은 해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면 저 멀리 수평선이 나에게 작별인사를 고하는 감동에 사로잡히고 바다와 태양이 함께 그리는 자연 앞에 나의마음은 숙연해진다. 오늘도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전생에 얼마나 착한 일을 하면서 살았기에 이런 복 받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나?” 하는 쓸데없는 감회에 사로잡힌다.

 내가 사는 곳은 평택항이 코앞에 닿는 곳이고 서해바다는 우리 집의 앞마당과도 같은 곳이므로 이런 생생한 자연과 평택항의 웅장한 파노라마 같은 모습을 밤낮으로 감상하며? 지내는 것이 일상이다.

 게다가 대중국무역교역확대로 최대수혜지역으로 나날이 발전하는 평택항의 웅장한 자태는 자연미와 인공미의 화려한 앙상블을 선사하고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니 그것 또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항구로 관광선이정박하면 수많은 중국관광객들이 쏟아져 나오고 평택항은 국제항답게 여기저기 중국인들의 활기찬 웃음소리와 발걸음소리로 북적인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미주항로까지 생겼으니 본격적인 전 세계와 통하는 무역항이 된 것이다. 요즘 평택항은 서해바다를 통해 입국한 각국의 무역상과 관광객들로 북적여서 만국박람회장에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활기가 넘친다. 그것 또한 사람 사는 재미, 국제무역항만이 가지는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평택항이 우리나라 5대무역항에 들었다하니 예전 평택항은 부산항이나 인천항과비교하여 존재감조차도 없던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평택항이 원래부터 이렇게 웅장하고 발전된 것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80년대는 평택사람들조차도 평택항에 관심이 없었고 위치를 아는 사람조차 별로 없었다. 평택항하면 그냥 나루터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시절은 항구라 부르기 미안할 정도로 돛단배 몇 척, 어선 몇 척이 오고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냥 어촌마을 같은 느낌이지 무역항 같은 모습은 꼬빼기도 비추지 못하던 시절을 지나 1986년 액화천연가스선이 처음입항하고 나서부터 본격적인 국제무역항으로 개항하였고 80년대 말부터 국제항다운 모습을 갖추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중국경제가 급성장하는 90년대를 맞이하여 평택항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자고일어나면 뭔가 변해있는 것처럼 매일매일 오고가는 물건이 늘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어린나이에도 받을 정도로 평택항의 발전은 눈부셨고 서해바다는 분주해졌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바다를 좋아하고 대형무역선의 선장이 꿈이었기에 부산항이나 인천항 같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형항구를 동경해왔고 그런 곳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그런 부러움 대신 평택항이 인천항이나 부산항만큼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자리 잡았다.

중국은물론 전 세계바다를 누비다 돌아온 대형선박들이 서해바다를 통하여 스르르 미끄러지듯 들어와 항구에 정박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왠지 모를 설렘과 가슴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바다의사나이마도로스를 직접 눈앞에서보고 활기차게 물건을 나르는 보따리상들의 부지런함에 감탄하며 전국에서모인 수 만대의 자동차가 거대한 컨테이너선에 실려 외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보면 서해바다와 평택항이 하나의 거대하고 역동적인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 느낌을 받는다. 평택항은 그만큼 에너지와 활기가 넘치게 발전하였고 그런 변화를 보면서 자란 나에게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다가온다.

평택항은 예로부터 고대중국과 서역각국 간에 무역통로였던 비단길실크로드의 주요경유지라고 한다. 어찌 보면 1000년 넘는 세월동안 우리나라와 중국 서방세계를 이어주는 무역의 통로이자 문화를 이어주던 역할을 평택항이 그 오랜 시간 묵묵히 해오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평택에는 유달리 화교가 많이 살고 나의 경우 친하게 지내는 사람 중에 부모를 따라 이민 온 화교2세도 있을 정도로 스스럼없이 잘 어울려 지낸다.

 언젠가는 평택역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옆자리 아저씨와 한 시간 정도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가 서로 고향을 묻게 되었는데 그분고향이 중국북경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아저씨 한국말을 워낙 유창하게 하셔서 중국분인 줄 전혀 몰랐어요?”하고 물으니 그분이 “10년 전쯤 온가족이 중국에서한국으로 서해바다로 배를 타고 들어와 지금은 자녀들도 한국에 아예 정착해있고 본인도 한국국적이라 나 한국사람 다됐지 뭐” 하고 허허 웃는 모습을 보니 서해바다가 중국하고 바로 이어주는 통로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그 외에도 시내에서 중국관광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서해바다뱃길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21세기실크로드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하지만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늘어나는 관광객에 비하여 그들이 입국하여 쉴 수 있는 공간과 관광할 수 있는 관광자원이 높아만 가는 평택항과 서해바다의 위상과 어울리지 않게 초라하기 그지없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관광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다보니 대형카페리선이 정박할만한 환경이 갖추어지지 못하여 저 멀리 인천항으로 뱃머리를 돌리는 배들이 많다하고 평택바다에 들어와서는 평택 시내가 아닌 차량을 통하여 서울로 바로 이동하는 외국관광객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비교대상으로 좀 맞지 않지만 인천공항의 경우 쇼핑부터 관광까지 공항과 그 주변에 모든 시설이 갖추어져있다 보니 관광객들이 머무르는 시간이 길지만 평택항과 서해바다의 무역발전량과 속도에 비하여 중소도시인 평택이 쫒아가지를 못해서 관광객들이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서해바다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관광객들이 떠나는 것은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무역도중요하지만 아름다운 서해바다를 끼고 있는 살기 좋은 도시, 먹거리와 볼 것 많은 항구도시라는 이미지가 더해진다면 얼마나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하겠는가?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기위해서는 아직 분발하여 발전시키고 새로운 모습을 더해가야 하겠다.

대한민국과 대륙의 통로역할을 하는 서해바다, 한반도와세상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평택항이 되어 나뿐만아니라 우리국민모두의 자랑거리로 우뚝 서기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