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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를 가르쳐준 엄마의 슬리퍼


 나는 명절 때 고향에 갈 때마다 엄마에게 꼭 사드리는 선물중하나가 신발이다. 벌써10년 넘게 빠지지 않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엄마는 그럴 때마다 신발 아직 멀쩡한데 멀 또 사와라고 말씀하시지만 싫지는 않은 표정이다. 그러면 나는 엄마 남들은 신발 종류별로 신어, 엄마처럼 내가 사다준 신발 한 켤레로 반년을 버티고 그러지 않아라고 말씀드린다.

 우리어머니는 무슨 물건을사면 버리지를 못하신다. 신발 같은 경우 한번 신으면 신발밑창이 떨어져도 버리는 것을 아까와 하실 정도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처럼 나도 그런 기질을 이어받았는지 무슨 물건을사서 수명이 다해서 버릴 때가 와도 도무지 아쉽다. 물건에도 정이 들어서 뭔가 허전하고 그렇다. 엄마나 나나 이렇게 물건에 애착을 가지게 된 데는 원래 정이 너무 많아 사람은물론 물건에까지 정이 잘 드는 성격도 한몫 했지만 가난하게 살던 과거와 나의 막나가던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은 35년 전에 평택구석의 시골장터에서 작은 구멍가게에서 신혼을 시작하셨다. 요즘은 편의점이라고 부르지만 그 시절에는 껌이나 과자 음료수를 파는 작은 가게를 구멍가게라고 불렀다. 7평밖에 되지 않는 작은 구멍가게구석에는 여름에는 천장에 물이세고 겨울에는 바람이 숭숭 들이칠 정도로 허름한 문짝을 가진 쪽방을 끼고 있었는데 거기서 우리부모님과 나와 동생 네 식구가 먹고 자고 생활했다. 부모님은 항상 그런 환경에 우리남매한테 많이 미안해 하셨지만 나는 그런 집에서 산다는 것이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났다. “우리 집은 왜 이리 가난하냐?”고 대들기도 많이 대들었고 애들한테 창피해서 여기서 살기 싫다는 해서는 안 될 소리까지 서슴없이 했고 가출도 여러 차례 했다. 엄마는 그때마다 무슨 죄인이 된 것처럼 막나가는 나를 달래고 미안하다는 말만 하셨다. 집이 부끄러워서 반 친구한테 항상 집 위치를 숨겨왔고 초라한 행색의 엄마를 누구한테 말하기도 실어서 학교운동회 때도 엄마를 오지 말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엄마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를 생각하면 너무도 미안하고 죄스럽지만 그 시절에는 부모가 개을러서 이렇게밖에 못 산다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사춘기 때는 반항의 의미로 학교도 무단결석하고 나쁜 친구들과 맘대로 놀러 다니고 참 무던히도 속 썩이는 아들이었다. 그때마다 엄마는 엄마가 잘못했다고 우시는데 그게 더 갑갑하고 보기 싫어서 나는 반항심만 갈수록 키워갔다. 엄마가 초라하고 그렇게 창피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다보니 삐뚤어진 성격은 고쳐질 줄 모르고 모든 원망을 엄마한테 돌리는 것이 습관처럼 궂어지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막나가던 유년기를 지나 고등학교도 겨우겨우 졸업할 실력으로 대학을 붙을 리가 만무했다.

그렇지만 당신스스로가 못 배워서 가난한 생활에서 못 벋어난다고 생각했던 우리 부모님은 아들만이라도 대학학사모를 씌워주는 것이 소원이었고 대학을 갈 생각조차 없었고 꿈은 더더욱 없었던 나한테 거의 빌다시피 해서 재수학원에 등록시켰다. 그 시절 빚까지 져가면서 재수학원비용을 대어주셨는데 나는 미안해하기는커녕 참고서 산다고 거짓말하고 그 돈으로 술 마시고 놀러 다녔다. 공부가 될 턱이 없었고 수능도 망쳐서 대학은 아예 포기하다시피 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원서를 낸 학교가 정원미달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엄마는 그날 우리아들 대학 들어갔다고동네방내자랑하면서 너무도 좋아했다. 남들은 알아주지도 않는 시골대학인데도 아들이 대학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엄마한테는 너무 큰 행복이었던 것 같다.

대학입학식하기전날 엄마가 나한테 우리아들대학생이나 됐는데 구두한 켤레 사줘야겠다라고 하시면서 메이커 붙어있는 유명한 가게로 가자고 하시는 것이었다. 집이가난해서 대학문턱에도 못 가본 어머니인지라 엄마생각에는 대학생은 성인이니까 회사처럼 구두신고 다니는 줄 아셨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신발은 항상 시골장터노점에서 파는 몇천원짜리 신발 같은 것만 사주었는데 다른 아이들이 나이키니 아디다스니 하는 메이커신발신고 가는 것 볼 때마다 그렇게 아들한테 미안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엄마가 몇일 동안 장사해야 겨우 벌 수 있는 거금3만원을 주머니에 꼬깃꼬깃 넣어서 나와함께 메이커구두점을 찾아가는데, 그 순간 지난과거를 후회하게 만드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아들 메이커신발사주겠다고 들떠있는 어머니의 낡은 슬리퍼를 봤는데 밑창이 다 떨어져서 걸을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가 나고 구멍이 나서 발가락 끝이 삐져나와있었다. 그 추운 한겨울에 운동화도 아니고 낡은 고무슬리퍼로 한겨울을 버티면서 아들 구두사주겠다고 못 먹고 못 입으면서 모은 돈3만원을 가지고 아들 신발사준다고 좋아하시는 어머니모습에 그 순간부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차마 엄마한테 그 돈으로 내 신발 사자는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그 짧은 순간에 지금까지 이런 어머니한테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라는 후회가 밀려들고 과거가 부끄러워서 한참을 그 자리에서 소리 없이 울었다. 그날 어머니한테 엄마 대학이 회사도 아니고 요즘 운동화 신고 다니지 구두 신지 않아. 엄마신발 좀 오래된 것 같은데 이왕 나온 김에 엄마신발하나 사서 집에 가자라고 말하고 나는 괜찮다라고 연신 손사래 치는 엄마의 신발을 한 켤레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엄마는 우리아들이 사준 귀한 신발이라고 새 신발은 가슴에 꼭 안고 낡은 슬리퍼를 그냥 신고 오셨다.

 엄마의 슬리퍼를 본이후로 나는 많이 달라졌다. 더 이상 가난한부모를 원망하지 않았다.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엄마가 더 이상 한겨울에 낡은 슬리퍼신고 생활하는 모습은 다시는 보이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날 이후로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고향집에 갈 때 부모님신발만큼은 꼭 사서간다. 엄마는 내가 신발을 사올 때마다 어린애처럼 우리아들이 사준 신발이라고 바로 신지 않고 무슨 보물인양 주위 이웃어른들한테 자랑하신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더욱더 미안해진다. 얼마나 어렵게 고생해서 나와 동생을 학교를 보내고 먹이고 입혀 왔는지 상상이 되기 때문이다.

 엄마의 낡은 슬리퍼 한 켤레가 나를 바로잡아주었다는 것을 엄마는 아직도 모르신다. 그 말을 하면 가난한집안에서 자라게 하는 것에 대하여 항상 미안해하시던 엄마가 그런 초라한 모습을 보인 것조차 나한테 미안해 하실까봐 차마 말하지 못했다.

엄마의 낡은 슬리퍼가 나한테 반성과 깨달음을 주어 내 인생을 바른길로 바꾸어준 것이 어찌 보면 고마울 정도이다.

효도는 선택의 사항이 아니다.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며 운명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작성자 이영호 연락처01048038588 charismaly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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