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

by 유성 posted May 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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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동안 뜨겁게 군림하던 해는, 살랑거리며 불어대는 바람의 끈질긴 애교에 마침내 자리를 비켜준다.

그렇게 태양이 물러가고 서늘한 바람이 대지를 잠식할 때면, 나는 당신과 이 들판을 찾고는 했다.

푸른빛과 초록빛의 화합으로 구성된 들판의 환성이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고, 굳건하게 뿌리를 내려 그 곳을 통치하던 아름드리나무는 그늘을 내줌으로서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심신이 편안한 상태로 당신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노라면, 진실로 고하건 데, 세상에 우리 둘, 그대와 나 말고는 모든 것이 사라져서, 언제나 내 머릿속을 점거하고 있던 두려움이나 걱정 따위는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당신과 나, 우리의 존재만이 가득해졌다, 아니 그득해졌다, 아니 그윽해졌다.

그렇게 순간의 평온한 도취감에 취해 그대와 함께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리고는 했다.

‘Oh, baby. Love never felt so good-

Never felt so good-

It never felt so good.'

-

‘그 당시에는 노랫말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렇게나 좋았었는데-

이제는 순전히 그리움의 매개체일 뿐이야.

꼭 다시 한 번, 서늘한 그늘 아래에서 그대와 듣던 선율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