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by 유성 posted Jun 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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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잃어버리고, 다음에는 팔아버렸다.
고결할거라 믿었던 감정 또한 바닥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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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받은 세뱃돈과 조금씩 모아 온 용돈으로 반지를 맞추었다.
비록 순수의 빛이 아닌 흉내를 내는 반지였지만, 그녀를 향한 마음만은 누구보다 진실 됐다.
언행을 통한 고백이 아닌, 증표를 활용한 첫 사랑의 고백이었다.
덕분에 우리의 사랑이 더욱 굳건해지고 사실시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애지중지하게 여기던 증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홀하게 관리를 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어디에다 빼놓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 부주의에 가득 찬 행동이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이별을 향한 하나의 계기임은 확실했다.
나는 그렇게 이별을 맞이했다.
바보같이 어디에서 놓쳤는지도 모른 채, 잃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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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있는 연인을 만나러 날아가며, 가지고 있던 목돈을 탈탈 털어 반지를 맞추었다.
물질적인 것이 내 감정을 죄다 말해줄 수 있다고는 생각 안했지만, 상당수 말해 줄 수 있다고 믿은 것은 분명하다.
학생 신분에 무리를 해가면서도 증표를 맞춘 것은, 순전히 그녀가 한없이 기뻐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영원할 것 같던 감정의 교류도 단절이 났고, 나는 그 증표를 차마 어찌하지 못하고 내버려두었다.
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기억하기 싫은 이별을 자꾸 상기시켜주었으므로, 견디지 못한 나는 그 증표를 팔아버렸다.
감정에 가치를 매기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생각하지만, 열 조각 중 하나의 조각도 반환 받지 못한 사랑의 증표가 굉장히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마치 내 감정처럼.
그대에 대한 감정은 남아있지도 않으면서, 그 때에 대한 추억이 훼손당한 것 같아, 한참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렇게 두 번째 사랑을 견디다 못해 팔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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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로도 새로운 만남을 가져봤지만, 손가락에 끼워 사랑을 다짐하는 증표가 이제는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혹시나 이 감정의 교류를 물체를 통해 표현하려하였기에, 나도 모른 채 그런 방법에 크게 기대고 있던 것은 아닐까하며 말이다.
손가락은 여전히 허전하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