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아빠에게

by 정수엄마 posted Nov 11,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정혜아빠!. 벌써  우리가 만난지도 5년이 다 되어가요. 참 세월 빠르죠. 엊그제 같은데------. 양가의 반대를 무릎쓰고 결혼하여 아웅다웅 다투기도 많이 했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세월, 좀 더 서로를 생각하며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조금 더 이해하며 살기로 해요. 당신과 살면서 기쁜 날 보다는 슬픈 날이 많았죠.' 내가 왜 살고 있을까? 내가 왜 결혼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때마다 주저앉게 되는 나 자신을 돌이켜보며 자식의 커가는 모습에 희망을 갖곤 했죠. 처음에는 당신의 구타에 1년 반을 애태우며 버텼고 1년 반은 카드 값 때문에 살림이 어려웠죠. 그런 이유에선지 아이도 2번 자연유산 되고 그 때문에 난 그 때 우울증에 빠질 뻔도 했죠. '이혼' 이란 말도 생각을 하면서 내 자신을 탓했었죠. 난초처럼 자라온 나에겐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었어요. '이혼' 이란 것도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예요. 당신은 다툼이 있을 때마다 이혼이란 무책임스런 말을 했지만 나에겐 이혼보다 자식이 먼저 앞섰으니까요. 자식에게 만큼 홀부모 밑에서 자라게 할 순 없다는 것이 나에겐 철칙이었으니까요. 두 번의 유산 끝에 얻은 자식이었건만 당신은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얼굴조차 보려하지 않더군요. 아이낳고 몸조리하고 3일이 지나서야 고개든 당신보고 난 더이상 뭐라 말할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자식은 딸이 되었건 아들이 되었건 모두 소중한 거 아닌가요? 이젠 아이가 재롱도 피우고 말도 하고 그러니 이쁘긴 하겠지만 아이낳고 몸조리하고 나서도 마음의 상처는 쉽게 가라않지 않는군요. 당신은 늘 그런 식이었어요. 가정은 있지만 무책임한 남편, 아버지. 요즈음 내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예요. 내가 왜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한 남자를 바라보며 애태우고 속 끓이면서 살고있는지------. 요즘 당신은 또 버릇 한가지가 생겼더군요. 음주운전하는 버릇. 늘 길가에 내 논 아이마냥 내 마음이 얼마나 불안한지. 사고는 치지 않을지------. 사는 날이 힘겹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데------. 내가 무엇을 믿고 의지해야 되는지 한없이 무너져만 가는 내 자신을 볼 때마다 가슴을 부여잡고 울고 싶습니다. 그리고 외치고 싶습니다. "하느님 절 도와주세요." 라고. 이 세상 사람마다 한 두가지씩 근심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나처럼 몇 년 살지도 않았는데 그 몇 년이 몇 십년 지나간 것처럼 길게만 느껴지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나만 이렇게 산다고 생각하면 더 서글퍼 지지만 '서로 부부가 만족해 가며 사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생각하며 위로받습니다. 심신이 모두 지칠때 난 기도합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느님을 부여잡고 울어도 봅니다. 그리고 나면 가슴 한 구석이 뚫린 것 같으니까요.' 왜 이러고 살아야 되는지.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희망은 없는건지. 그러면 주님은 대답하죠. '기다려라.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나를 믿고 모든 것을 용서하라고요. 그나마 이런 속에서도 내가 버틸 수 있는 것은 신앙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달려가 구하고 울고 들어 줄 그 주님이 있기때문에 버티는가 봅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 디디듯이 초조함 속에서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자식과 신앙이 있어서겠죠. 왜 사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들까요? 한 남자로 인해 내 인생이 무너져 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왜 연애할 때는 몰랐을까? 내 자신이 미워집니다. 어쩌겠습니까? 자식의 커가는 모습 보고 견디고 신앙과 믿음으로 버티는 수 밖에요. 부모님이 반대했는데 이제 와서 돌려 놓을 수는 없겠죠. 앞으로 더 좋은 날 기쁜 날도 있겠죠? 언젠가는 나에게도 그런 날이 돌아오겠죠. 다시 한 번 희망을 가지며 신앙에 의존합니다. 지금도 그렇게 버텼으니까요. 성경을 읽을 때마다 세상 모든 잡념, 힘든 것을 잊게 됩니다. 그러더군요. 세상 것에 의존하지 말라구요. 주님을 의지하면 된다요. 내 말에 순종하라구요. 또 이렇게 글로써 모든 마음의 복잡한 것을 쓰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져요. 당신도 같이 교회 다니면서 믿음 생활하면 좋겠어요. 할 말은 다음에 미루기로 하고 이만 줄입니다.



                                                                                               2000년 10월 20일.

                                                                                                    당신의 아내가.


Articles

1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