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손

by slrspdlqdjqtdma posted Feb 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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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동안 피아노를 배웠다. 고사리 같던 손부터 엉성한 매니큐어를 자랑스럽게 바르고 다닐 수 있을 때 쯤 까지였다. 생각나는, 칠 수 있는 곡은 이제 없다. 내게 남은 거라곤 피아노를 배우며 늘 신경 썼던 내 손만이 남아있었다. 예쁜 손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손처럼 가녀리지도 않은 손이지만 왜인지 나는 손이 예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손가락이 조금은 두꺼워서 자신이 없던 손이였는데, 커가면서 어른 손 같아, 손 깔끔하고 예뻐. 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가 보는 손과 남이 보는 손이 다른가 하고 의아해했다.

 

성격이 늘 불안함을 달고 사는 나에게 손톱은 늘 시달렸다. 오른 손의 손톱으로 왼손의 손톱을 뜯기도 하고 입어 넣고 씹어버리기도 했다. 그런 날이 지속 될수록 내 손에 대한 칭찬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친구의 잘 정리된 손톱을 봤다. 깔끔한 손톱이었다. 손이 마냥 예쁘지는 않았지만 그 손톱으로 그 친구의 이미지가 다시 보였다. 아마 그 사람들도 내 손을 보고 예쁘다고 한 이유가 이것일까. 별안간 손톱을 물어뜯지도 않고 차츰 단정해져갔다. 향이 좋은 핸드크림도 수시로 발랐다.

 

처음 본 언니가 내 손을 보더니 손이 예쁘단다. 길쭉하니 손에 영양이 있어 보인다 했다.

동갑 친구가 손을 보더니 네 손은 빛나는 것 같다며 칭찬을 해줬다. 막 핸드크림을 바르고 나와서 빛에 번들거리는 손을 예쁘게 말해준 것 이다. 그 후 나는 손을 자주 들여다보고 더 예쁘게 내 손을 가꾸어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손톱은 늘 둥글게 자른다. 성격이 둥글지 못해서 손톱이라도 그렇게 자른다. 내게 불안함의 표식은 손톱이었다. 울퉁불퉁한 손톱을 보고 알아줬음 했다. 손톱은 늘 영양제를 발라서 생기 있게 보이게 했다. 빛에 비춰 반짝거리는 손톱이 좋았다.

 

친척언니의 결혼식 날 영양제를 덧바르고 핸드크림을 듬뿍 바르고 보드라운 손으로 하얀 장갑을 낀 언니의 손을 잡고 축하해줬다. 결혼식이 끝나고 친척들이랑 식당에 내려가서 밥을 먹고 있었다.

다 먹어갈 때 쯤 할머니가 옆에 와 앉으셨다. 가만히 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시다가 가만히 있던 내 왼손을 움켜쥐셨다.

 

왜요?”

 

예뻐서. 손이 왜 이렇게 예뻐?”

 

할머니의 손은 두텁고 나무껍질 같았다.

주름 사이마다 사연이 있는 것 같았고, 나무껍질같이 거친 손은 흐르는 시간이 불규칙하게 쌓인 것 같았다. 그 손을 그렇게 맞잡고 있으니까 내 손이 더 예뻐 보였다.

잠을 자기 전까지 자꾸 생각났다. 그리고 울적해지고 곧이어 눈물이 났다

내 손도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게 되겠지. 나도 내 손도 나이가 들면 어느 젊은 아이 손을 보면서 그 순간을 떠올리며 할머니가 내 손을 잡은 이유 또한 깨닫게 되겠지.

그때가 되면 없어질 할머니 손과 내 손이 만났던 어느 날. 나는 그 날을 기억하면서 살아가겠지. 그러면 별안간 나도 그 젊고 생기 넘치는 손을 맞잡고 싶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