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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6 01:24

사이버문단(文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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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사이버문단(文壇)

 

- 은유시인 -

 

 

 

 


  문학에 관여하고 종사하는 식자들 간에는 사이버공간에서 불거지는 여러 문제점을 들어 사이버문학의 범람에 심히 우려를 나타내지만, 어쩌면 인터넷을 매개로 확대일로에 있는 사이버문단으로 말미암아 한국문학은 제2의 부흥기로 접어든 게 아닌가 싶다.
  누구나 손쉽게 글을 접하고 직접 글을 써서 쉽게 인터넷에 올릴 수 있다는 간편성으로 독자층의 확산은 물론 때 아닌 창작 러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난, 어려서부터 미술방면엔 재능이 뛰어났고 이후 사회에 진출한 뒤로도 줄곧 광고디자인계통에서만 일을 해온 사람으로 컴퓨터와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내가 주로 하던 일은 기업체 심벌마크 디자인을 비롯하여 카탈로그, 팸플릿 등 상업용 인쇄물과 관련된 그래픽디자인으로, 내가 운영하던 데코ㆍ브레인을 부산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관련 디자인계통에서는 꽤나 유명한 광고전문디자인회사로 성장시켜왔다. 
  그리고 상당한 수입이 있었기에 웬만한 최신장비들은 누구보다 앞질러 구입하곤 하였다. 
  10여 년 전만해도 인쇄관련디자인계통에선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 당시 소형컴퓨터의 그래픽전용프로그램이 현장의 수준을 맞춰줄 수 있을 만큼 진보하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단순한 그래픽기능을 가진 것만으로도 컴퓨터의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싼 까닭도 있었다. 
  따라서 그래픽전용컴퓨터가 나오고도 한동안은 재능과 경험에 의한 수작업으로 모든 디자인작업이 이루어졌다. 
  10년쯤 전, 애플사에서 몇 차례에 걸쳐 업그레이드된 ‘맥투에프엑스(MacⅡFX)’란 매킨토시(Macintosh)를 선보였는데, 지금으로 치면 50만 원짜리도 안 될 형편없는 시스템이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가격도 변두리의 웬만한 소형아파트 한 채 값을 능가하였다. 
  그 매킨토시를 구입한 이래, 업그레이드된 매킨토시가 출시될 때마다 추가로 구입하면서 차츰 컴퓨터에 익숙해져갔으나, 직접 매킨토시를 다루기까지는 이후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0여 년간 운영해오던 광고회사가 손아래동서의 농간으로 부도가 났고, 그 이래 매킨토시를 다루는 오퍼레이터의 인건비마저 꽤나 부담스럽게 느꼈기에, 직접 매킨토시 앞에 앉아 이리저리 뚜드려보고 조몰락거리며 장난도 치다보니, 불과 한두 달 만에 웬만한 디자인은 물론 편집작업까지 직접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을 만큼 능숙해진 것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 인쇄계통에서는 일반 아이비엠 컴퓨터보다 디자인ㆍ편집기능이 월등한 매킨토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작업의 신속성과 보다 완벽한 완성도가 더 큰 이유라 할 것이다.

 

  매킨토시에서 사용하는 응용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사진이미지 작업 툴인 포토샵과 애니메이션 작업 툴인 일러스트, 지면 편집 툴인 쿽익스프레스가 그것인데, 제법 오랜 기간 디자인작업을 해왔던 때문인지 그들 프로그램이 의외로 쉽게 다가왔고, 따라서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매킨토시는 흔히 일반가정에서 사용하는 아이비엠 컴퓨터와는 그 기능에 있어 조금은 차이가 났다. 노상 매킨토시를 끼고 앉아 작업을 하면서도 일반컴퓨터를 사용할 일이 그다지 없었기에 그러한 기능상의 차이점에 대해 별반 관심을 갖지는 않았고, 일반컴퓨터는 어쩌다 참고자료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는 정도로만 활용했기에 특별한 조작방법이나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1년 전쯤 우연히 알게 된 한미르란 사이트의 40대 채팅방에서 채팅의 즐거움에 매료되어 시간가는 줄도 모른 채 매달린 적이 있었고, 이후 그 채팅방에 드나들던 한 친구가 개설한 ‘삶과사랑이야기’라는 클럽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어느덧 채팅보다는 글 쓰는 것에 더할 나위 없는 재미를 붙여갔다. 그 후론 여러 개의 문학관련 클럽이나 카페 등을 알게 되면서 시는 물론 수필, 소설, 동화, 희곡 등 장르를 넘나들며 줄기차게 글을 쓰기 시작하였으며,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그래도 몇몇 있음을 확인하고는 아예 모든 것을 접고 글만 본격적으로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글을 쓰기 시작한지 오래지 않아 뜻하지 않게 여러 번의 슬럼프와 좌절을 겪게 되었다. ‘등단문’이란 사이트에 글을 올리면서 나의 다작에 제동을 거는 이들이 나타난 것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하루에 적게는 대여섯 편, 많게는 열댓 편에 이르는 글들을 내지르듯 게시판마다 올려놓았으니 그 짓이 그리도 언짢았나 보다. ‘글 같지 않은 글, 허접하고 쓰레기 같은 글을 그만 올리라’는 노골적인 욕설과 비난의 댓글들이 나를 궁지로 몰아갔고 더불어 창작의욕은 자라모가지처럼 움츠러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협박에 가까운 댓글들이 자꾸 올라오자 더 이상 글을 올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도 내 글이 허접한 쓰레기처럼 여겨지면서 글을 쓰고자하는 욕구마저 완전히 꺾여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내 글이 누군가를 타깃으로 겨냥한 인신공격성 글도 아니요, 독자를 선동하거나 현혹하는 내용이 담긴 것도 아니다. 또한 저급한 욕설이나 혐오감을 주는 표현, 음란한 내용으로 일관된 글도 아닌데 굳이 내 글을 갖고 자꾸 시비를 거니 결국 ‘거울 없이는 내 얼굴을 내가 직접 들여다볼 수 없듯’ 내 눈엔 내 글의 결함이 드러나지 않을 뿐이란 생각에 이르렀다. 
  따라서 도저히 글이라 할 수 없는 어떤 큰 결함요소가 내 글의 저변에 깔려 있으리란 생각과 어쩜 내게는 글을 쓸 수 있는 자질조차 갖춰져 있지 않았으리란 지레짐작에 이후 한동안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동안 운영해왔던 사업도 접어야할 마당이고 따라서 벌이도 마땅찮은 처지에 뒤늦게 글 쓰는 것을 낙으로 삼았고 오로지 그로인해 큰 위로를 받으며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었는데, 그마저 포기해야한다는 것이 내게 있어 결코 넘을 수 없는 큰 시련이라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 조건 없이 누구든지 한미르나 다움 사이트 등에 개인홈페이지나 다름없는 카페나 클럽을 개설하여 운영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사이트마다 클럽이나 카페 등을 한꺼번에 여러 개 개설해놓고 그때부터 또다시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내 비록 지금은 글쓰기에 있어 서툴지만 줄기차게 글을 써나가다 보면 자연 글 쓰는 솜씨도 늘 것이고, 늘다 보면 당연히 작품다운 글도 나올 것이 아니겠냐는 나름대로의 믿음 때문이었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포털사이트들이 있고 그들 포털사이트 안에도 수많은 문학관련 클럽이나 카페 등이 있다. 나는 여태껏 한미르와 다움에만 익숙해져있기에 다른 사이트들은 차치하고 그들 사이트만 해도 수만 개가 넘는 문학관련 클럽이나 카페가 자리하고 있어 우선 그 엄청난 수효에 기가 질릴 지경이다. 하물며 다른 포털사이트까지 망라한다면 아마 수십만 개, 또는 수백만 개는 족히 되리라 짐작하고도 남겠다. 
  책 안 읽기로 유명한 것이 한국 사람들일진대 문학관련 클럽이나 카페가 어찌 그리 많을 수 있으며, 또 사람들이 어찌 그리도 많이 몰려드는가. 참으로 신기하다 못해 불가사의한 현상이라 여겨질 정도이다. 몇 십만, 어쩌면 몇 백만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카페니 클럽이니 따위를 개설해놓고 나름대로의 독자층을 형성해가면서 문학을 즐기고 있으리라 여겨지는 것이다. 
  클럽이나 카페 등을 개설하고 운영하면서 실감한 것은 그들 클럽이나 카페들 중 상당수는 취미생활이나 친목수준을 넘어 기업형으로 변모해감을 느낀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클럽 등을 개설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뿐더러 홍보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관리도 서툴러 회원이 고작 열댓 명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클럽들은 회원 수가 자그마치 만 명, 십만 명을 넘어선 클럽도 상당수가 있었다. 
  내가 대충 흩어본 바에 의하면, ‘이어도(어느게으른몽상가의꿈)’라는 클럽은 회원이 5천명을 넘어섰고, ‘천가지의슬픈사랑이야기’라는 클럽은 10대가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회원 수가 무려 2만2천명을 넘어섰다. 그 정도라면 아무리 사이버라 할지라도 그 영향력과 잠재가치에 있어 가히 오프라인의 기업수준은 되지 않겠는가라는 추측이다.

 

  클럽이나 카페 등을 한꺼번에 여러 개 개설해놓고는 그때부터 욕심껏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혼자만이 뛰어놀 수 있는 멍석위에서 무슨 지랄을 하던 남의 간섭 따위를 받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즈음 몇몇 비교적 규모가 큰 문학관련 클럽이나 카페 등으로부터 초대를 받아 작가로 떠받들려졌다. 등단문에서 어처구니없게 겪었던 굴욕이 다소 씻기는듯했다. 그리고 그들 클럽 등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그들 클럽 등을 운영하는 주인들 대부분이 등단한 시인이라는 것과 그들에게 몇 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간파했다.

 

  첫째는 그들 주인 모두가 대단한 카리스마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얼굴 없는 사이버공간에서의 카리스마라?’ 
  언뜻 이해되지 않았으나 오프라인상의 대규모 모임의 대표 못잖은 권위와 자존심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또는 위협이 될 행위는 절대로 용납하려하지 않는다.
  나는 등단문에서 쫓겨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섯 군데나 되는 클럽 또는 카페에서, 그것도 거의 같은 시기에 내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쫓겨나는 수모를 또 겪게 되었다. 
  물론 내 글에 특별한 문제점이 있었던 것도 아니요, 내가 네티켓을 무시해가며 그들에게 무례하게 굴었다거나 눈엣가시 같은 행동을 한 바도 없었다. 내가 추측컨대 시인임을 자처하는 그들보다 몇 곱절 더 많은 글을, 그리고 더 잘 써진 글을 올린 것이 주인으로서는 자신의 권위를 도전하는 행위라 여겼을 것이고 어쩜 자신의 팬들을 엉뚱한 사람에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평화의울타리’라는 카페에서는 그 카페의 운영자로서 활동 중인 모 여인이 나의 시(詩)를 그림태그를 사용하여 멋지게 꾸며주었으며, 나는 그 감사의 표시로 그녀에게 공개적으로 헌시(獻詩) 한편 써준 것이 큰 화근이었다.
  그 카페주인은 그 즉시 나를 영구 추방하면서 ‘자신과 그 여인과는 그럴 수 없는 관계인데, 당신이 그 여인을 유혹했다.’는 메일을 내게 보내온 것이다. 참으로 어이없고 유치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후 몇 차례의 메일을 내게 더 보낼 만큼 중차대한 문제였을 것이다. 내게 있어 그녀는 그야말로 일면식도 없는 여인에 불과할 뿐인데 말이다. 
  카페주인들은 카페관리를 위해 운영자나 부운영자를 여럿씩 거느리고 있으며 대개 여성들로 구성되어있다. 그들 운영자들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 카페의 관리는 물론 회원들을 끌어 모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에 대한 대가가 있을 리 만무하고, 어찌 보면 주인에 대한 맹목적인 헌신으로 마치 사이비종단의 교주를 모시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둘째, 그들 카페주인들은 자신의 글에 대해 일체의 평가를 금기시하고 있다.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데다 작문속도도 빨라 다작을 하는 편에 속하지만, 아직 나는 등단한 작가가 아니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에서 실명을 대신한 ‘은유시인’이란 대명(대화명)을 필명으로 즐겨 사용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등단한 시인이 아니기에 거침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사이버공간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치고 대명을 한두 개쯤 안 가진 이는 없을 것이다. 사이버공간에서 사용되는 대명으로는 고유명사나 보통명사를 포괄하여 기상천외한 것 등 온갖 것이 다 있는데, 자신을 한껏 미화한 대명도 있고 상상력을 부추기는 대명도 있으며 때론 속되고 천박함이 느껴지는 대명도 있다. 그런가하면 나이트클럽 웨이터가 유명인사의 이름을 가명으로 쓰듯 내로라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대명으로 쓰는 경우도 종종 보아왔다. 설령 어떤 이가 ‘김대중대통령’이란 대명을 사용한다하여 누가 뭐랄 사람 있겠는가. 설혹 김대중 대통령께서 이를 안다하더라도 ‘낄낄’ 웃고 말 일이지……. 그렇듯 대명이란 사용자의 입맛대로 지어다 붙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은유시인이란 대명 가지고도 입방아 찧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는 했다. ‘시인도 아니면서 왜 은유시인이라 자칭하느냐’라며……. 
  나는 등단한 작가가 아니다. 즉, 전문적인 글쟁이가 아니므로 내 글의 수준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툴 수밖에 없는 내 글에 대해 누군가가 조목조목 따져가며 잘잘못을 지적하여준다면 그보다 더 올바른 길잡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지적이라면 오히려 고맙게 여기고 감지덕지할 일이다. 
  내가 기분 나빠하는 것은 그런 평가를 생략한 채 오로지 ‘쓰레기 같은 글 집어치워라’라는 모욕적 언사에 가까운 독설 때문이다. 전문작가에 이르지 못한 내가 쓴 글이 세련되어 흠잡을 곳 없고 더할 나위 없이 미려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전문작가가 하루아침에 그리 수월하게 될 수 있다면 결국 전문작가란 것도 대단하기는커녕 너도나도 쉽게 넘볼 수 있는 별 볼일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문학관련 클럽이나 카페 등을 찾아와 글을 올리는 숱한 사람들 가운데 정작 등단하여 문단에서 인정받는 작가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어쩌면 거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등단을 한 작가가 아니더라도 오로지 글 쓰는 재미에 또는 글 읽는 재미에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 또한 나처럼 글 쓰는 방법론을 배우고 습작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여겨진다. 
  게시판에 올려 진 글들 가운데 형편없는 글이야 외면하거나 잘 썼다는 거짓 평을 남길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이 있는 글에 대해서는 오히려 조목조목 혹독한 비평을 해야 할 것이다. 
  사실 남이 써놓은 글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상당한 관심과 나름의 용기가 있어야한다. 비록 내 자신이 글의 대가가 아닐지라도 남의 글을 유심히 읽다보면 결함을 발견할 때가 많다. 사람마다 습관과 타성이 굳어있듯이 글에도 그 사람만의 좋지 못한 버릇이 배어있을 수 있다. 그러나 카페주인의 입장에서는 카페회원들 상대로 자신이 대단한 실력가임을 자부하고 있을 터인데 그러한 지적이 과연 가당키나 하겠는가. 그러니 대부분의 문학관련 카페주인들은 자신만의 왕국에 군림한 군주와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카페에 소속된 회원들은 카페주인의 글에 대해 섣부른 평을 터부시하는가 보다.

 

  셋째, 카페주인들은 대체로 지나치게 배타적이다. 자신의 카페에 소속된 회원들이 타 유사카페에 가입하는 것을 상당히 견제하는데, 특히 카페에서 간부로 활동하기라도 한다면 타 카페와의 이중가입을 일체 불허하고 있는 것이다. 기분 내키는 대로 열 군데든 백 군데든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얼마든지 가입할 수 있으며 또 그게 무슨 상관일까 싶지만 그들은 그리 생각 않는 것이다. 
  내가 만든 카페나 클럽 등은 개설하고 수개월이 지나도록 제대로 관리가 안 되어 회원이 고작 수십 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어느 공간이든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야 손님들이 연신 들락거리듯이 문학카페도 회원을 확보하려면 시나 수필 등 읽을거리만 많아서 되는 것이 아니다. 화려한 동영상과 음악, 그리고 각종 볼거리도 많아야하는 것이다. 
  내가 아직 그림이나 음악, 동영상 불러오기 등의 태그에 익숙하지 않아 ‘섬진강나루터’란 카페 부운영자인 모 여성에게 내 카페에 와서 잠시만 도와 달라 요청했다. 그녀도 흔쾌히 도와주기로 약속했었고, 그리고 그 후 잠깐씩 짬 내어 내 카페를 단장해주었다. 그런데 얼마 후 카페주인이 그녀가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그는 ‘카페주인끼리 도의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식 밖의 일’이라했다. 그리고 나는 물론 그녀까지 그의 카페에서 영구추방을 했다. 그렇듯 초보자의 카페에 자발적으로 들러 좀 도와주는 것이 일종의 기업윤리나 상도의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되는 것인지는 나로서는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사이버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길가는 사람에게 이유 없이 행패를 부리는 것은 막돼먹은 행위임’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사이버공간에서의 행패는 묵인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는 자각하고 있되 사이버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의 존재는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경우에 어긋나는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인 것이다.
  네모난 컴퓨터모니터를 통해 접하게 되는 사람들의 숨결, 그리고 사람들의 흔적. 분명 그것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오프라인에 현존하는 사람들의 숨결이자 움직임이다. 컴퓨터 앞에 마주앉아 장기를 두던 바둑을 두던 게임을 하던 이쪽 상대로 내가 앉아있듯 모니터 너머로 그 누군가가 나의 상대로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니터를 통해 읽게 되는 글들은 내가 글을 올리듯이 그 누군가가 올려놓은 글들이다. 그 말은 내가 상대로부터 인격적으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듯이 모니터를 통해 인지되는 상대 또한 당연히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컴퓨터를 갖추고 인터넷만 연결되어있으면 얼마든지 자신의 생각이나 견해를 불특정 다수를 향해 발표할 수 있는 공간이 무한대로 열려있다. 문학 또한 마찬가지로 등단을 했든 안했든 개의치 않고 얼마든지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수 있으며, 나름대로 자신의 독자층을 확보할 수도 있다. 어쩌면 사이버를 통한 작품발표야 말로 쉽게 작성할 수 있고 수정ㆍ삭제 또한 용이하다는 이점과 쉽게 발표할 수 있다는 이점, 그리고 쉽게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면 늘어났지 절대로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전문작가들이 소속된 한국문단에서는 인터넷확산과 더불어 급속하게 형성된 사이버문단을 긍정적이기 보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경향이 짙다. 이유는 검증되지 않은 글들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여과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과 사이버환경에서 새롭게 나타나기 시작한 각종 신조어와 이모티콘 등의 남발로 기존표현방식이 자칫 무너질까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나라는 컴퓨터보급률이나 인터넷보급률에 있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편리성으로 인해 삼척동자에서 칠순노인에 이르기까지 평소엔 전혀 글을 읽지도 쓰지도 않던 사람들까지 인터넷사이트의 문학관련 클럽이나 카페 등에 가입하고 글을 읽거나 쓰기 시작했다. 머잖아 실제 오프라인문단보다 온라인상의 사이버문단규모가 열배, 또는 백배 이상 더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그러고 보면 사이버공간에서의 문학시장도 오프라인 시장 못지않게 어쩌면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 끝 -

 

 


 

200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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