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by 유성 posted Jun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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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부터 대학원 첫 학기까지 총 12년간, 잘하던 못하던 체육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 덕분에 요즘 뭐하고 지내냐는 질문이 가장 두려웠지요.

그 두려움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스스로에게서 비롯되었으며, ‘과연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걸어 나갈 수 있을까?’하는 자신에 대한 의심으로 마무리 된 것입니다.

때문에 언제나 저의 진실 된 대답은 ‘취업 준비’, ‘영어 공부’ 따위의 형식적인 답변 뒤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걷는 길이 부끄러워서?

절대 아닙니다.

그 길을 걷기에 준비되지 않은 제가 부끄러웠을 뿐입니다.

그럼 이제는 준비를 마쳤다는 뜻?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부족한 실력임을 인정하고, 더욱 정진하려는 뜻이, 제가 이 길을 진심으로 걷고 싶다는 마음이 뚜렷해져, 이제는 ‘뭐하고 지내냐’는 질문에 더 이상 숨지 않으려는 것일 뿐입니다.

-

글을 씁니다.

손에 펜을 쥐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뼈를 붙이고, 살을 붙여 세상의 흐름에 흘려보내는 작가가 되기를 꿈꿉니다.

어떤 이는 말도 안 된다며 날카로운 말과 함께 돌을 던질 것이고, 다른 이는 코웃음을 치며 무시하겠지요.

그러나 누군가는 이 말도 안 되는 무모함을 응원해줄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굉장히 의식하는 나약한 인간이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나약하여도, 모든 이가 돌을 던진다 해도, 저는 돌무더기를 파헤치고 펜을 잡고 공책에 글을 써내려갈 겁니다.

하버드 대학의 교수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가 말했듯이,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임을 지난 12년간의 경험으로 뼈저리게 알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늦게나마 스스로의 선택으로 작가의 길을 걸으려 하는 제 자신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길을 걸어가다가 때로는 현실에 벽에 부딪힐 때도, 움푹 파여진 구덩이에 넘어지기도, 줄곧 오르막만 이어져있는 언덕에 지치기도 하겠지만, 뭐 어때요, 내가 선택한 길인걸요.

좋아하는 음악 크게 틀어놓고, 흥얼거리며 힘차게 나아가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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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하고 지내?’

‘글을 써, 언젠가 세상에 한 줄기 흐름을 가져오는 작가가 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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