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추억ㅡ2ㅡ

by 빡샘 posted Feb 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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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년 의   추 억 ㅡ2


- What women want -


' 숙소에 도마뱀은 없데? '

일주일간 필리핀 오지마을을 돌며

음악봉사를 하고 돌아온 큰아이에게 물었다

밤 비행기를 타고 도착해

점심을 같이 먹던 자리였다

' 아니,대신 커다란 바퀴벌레가 있었어 '

그러자 막내 나영이 대뜸 말했다

' 옛날에 바다에 갔을때도 바퀴벌레

있었잖아 '

헐!..4년전쯤 제주도에 가족여행 가서

바닷가옆 값싼 모텔에  묶었던 때를

어린 나영이 기억하다니...

밤바다를 본다며 같이 외출했다

돌아와 불을 딱! 켠 순간

방바닥에 있던 어마어마하게 큰

바퀴벌레와 눈이 마주쳤다

잠시 팽팽한 주도권 싸움이 벌어졌다

' 오늘밤 돈내고 들어왔으니 내방이야 '

' 헐!..난 평생 이방에서 살아온 원주민이거든? '

난 논쟁을 거부했고 들고있던 두툼한

여행책자를 집어던졌다

' 찍!.. '

그 때의 생생한 기억에 난 

숟가락을 내려놓고 말았다

' 나영아! 넌 왜 그 얘기를 해가지고..'



문득, 6학년때의 어느날이 떠올랐다

그날은 시험을 보는 날이었는데

소나기라도 퍼부울듯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다

앞에 앉아계시던 선생님은

졸고 계신지 교실이 어두워지는걸 모르셨다

몇몇 아이들이 킬킬거리며 

어둠을 틈타 커닝을 시도하던 차에

'  꺅!.. '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며

나무 걸상에 올라섰다

이어서 앞자리 옆자리의 아이들도

의자에 올라서며 교실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어리둥절한 선생님의 호통이 들렸지만

사태는 이미 걷잡을수가 없었고

난 의자에 올라서던 아이들의 

얼굴에서 공포를 읽을수가 있었다

' 무언가가 있다 '

순간 내쪽으로 돌진해 오던

검은 그림자의 긴 꼬리를 본 순간

나 역시 난장판이 되버린  교실 상황에

합류하게 되었다

' 쥐!..쥐다!..'

시험 치느라 조용하던 교실이 어둑해지자

상황파악을 잘못했던 커다란 쥐한마리가

나무바닥밑에서 솟아오른 것이었다


아이들만큼이나 당황했던 그 쥐역시

출구를 찾아 필사적으로 달렸지만

번번이 아이들의 발작적인 비명과 움직임에

지그재그로 방향을 틀어 결국

교실의 모든 아이들이 

책상 또는 의자에 올라서게 되었다

앞 뒤 교실문이 닫힌 상황에서 

아무도 쉽사리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고

쥐는 쉴새없이 움직이며 여기저기서

발악에 가까운 ' 비명 교항곡 ' 을 지휘했다

선생님조차 넋을 잃고 

'비명 교향곡' 단원에 합류한 상황에서

더이상의 희망을 포기하려던 순간

문제의 해결은 엉뚱한 데서 나왔다


한 여자아이가  ㅡ난 얘 이름을 절대 

말하지 않을거다 안그러면 얘가 나를 

죽이려 들테니까!.. ㅡ의자위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그만

쥐를 엉덩이로 뭉개버린 것이다

척추를 다친듯한 상황에서도

쥐는 앞발로 몸을 끌어가며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애썼지만 느닷없이 나타난

김진혁의 손에 잡혀 애처롭게 '찍!찍..'

울어댔다

선생님은 화를 내듯 ' 당장 내다버려' 소릴

지르셨고 그가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쥐를 들고 밖으로 나가자

비로소 상황이 종료됬다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그를 보며

나는 '영웅' 이 된 그가 부러웠다

이제 반의 모든 여자 아이들이 

그를 숭배하며 사모하리라 생각했다

그는 '맨손으로 쥐를 잡은 남자' 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이상하게도

그날이후 여자아이들은 그를 슬슬

피하기 시작했다

그가 지나가면 '움찔' 놀라며

거리를 두는게 보였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