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년생의 첫걸음

by 글적기 posted Feb 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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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 전 나는 막연하게 내 직장 생활은 아름다울 거야!’라고 생각했다. 힘든 일이 생겨도 척척 풀어 나갈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막상 취직을 하고 보니 재활치료사라는 직업은 나를 수없이 힘들게 했다. 예민한 환자들도 상대해야하고 치료라는 일 이외에도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혼자서 생각한 치료라는 업은 현실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예민한 환자들의 날카로운 한마디에 상처받기도 했고, 자꾸 실수하는 나 자신 때문에 내 마음은 여러 번 무너져 내렸다. 처음 갖는 직장이었기에 이런 것이 당연한 것이었지만, 학생이 아닌 사회인으로서의 첫걸음이었기에 느끼는 책임감이 컸다. 하나 둘 실수 할수록 내가 이렇게 빈틈이 많다니!’하며 우울해하기 일쑤였다. 우울 뒤엔 더 잘해야 해.’하며 나를 수없이 채찍질했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지쳐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혼자 생각했다. ‘정말 나에게 맞는 일일까?’라고 수없이 나에게 물었다. 지쳐있던 나는 이 직업이 나에게 맞는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했던 직장 생활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힘든 일이 닥쳐와도 척척 해결하며 환자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환자들과의 잦은 마찰도 있으며 심지어는 무시당하기도 했다. 많이 서툴렀으며 어떤 식으로 다가가야할지조차 몰랐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라서 먼저 말 붙이는 것조차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말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그러면서도 집에 가면 이 일을 내가 계속할 수 있을까?’생각하며 잠들고 그다음 날 아침 다시 출근했다.

그러다 점점 일에 적응되어갔다. 실수하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었고 환자들과의 관계도 좋아져갔다. 먼저 말거는 것도 조금은 쉽게 느껴졌다. ‘오늘 저녁에는 비가온대요~’라거나 오늘 날씨 정말 좋네요.’와 같은 날씨 인사가 제일 건네기 쉬운 인사였다. 굳어있던 얼굴이 긴장이 풀리니 미소도 자연스럽게 지을 수 있었다. 퇴근 후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저녁 시간도 소소한 취미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

1년 정도가 지난 지금 처음보다는 많이 적응되었지만 아직도 많이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분명해진 것은 나에게 이 직장은 아직 더 걸어가야 할 길이라는 것이다. 겪은 것보다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 아직 내 앞에 펼쳐져있다. 내가 처음에 견디지 못했더라면 이 아름다운 일들이 손에 닿지도 못했을 것이다. 내게 치료라는 일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행위이다.

아직 첫걸음을 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앞에 많은 장애물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에도 처음 잘 견뎌냈던 것처럼 앞으로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흔들렸던 것보다 앞으로 더 흔들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앞으로 더 나아갈 다짐을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아야 한다. 자신의 성향과도 맞아야하며 잘할 수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많이 서툴지만 나는 이 일을 앞으로 잘해보려고 한다.

첫 걸음은 무엇이든 누구든 힘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당연히 힘든 것을 당연하다고 인정하기 힘들 때가 많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당연히 힘들다고 여기지 못하며 더 허우적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처음이기에 아름답고 경이로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