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째 지속되는 구직활동.
계속되는 탈락과 거절 통보에 덤덤해진 스스로의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 쉴 틈 없이 달려온 걸까?
이렇게 무기력한 감정을 느끼기 위한 여정은 아니었을 터인데….
먼저, 어디로 걸어야할지, 얼마나 가야하는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은 세상이, 또한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잠시나마 쉴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야속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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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면접이 잡혔다.
다른 수많은 면접과 같이 큰 기대를 하면 실망도 크겠지만, 면접 볼 회사가 예전에 살던 동네라는 이유만으로 ‘혹시나’하는 기대감, 아니 잘 될 것 같은 느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살짝 상기된 기분으로, 여느 때와는 달리 미소를 머금고 면접장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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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시작할 자신이 없다.
부모님 얼굴을 뵐 면목도 없고, 그렇다고 다시금 이 지옥 같은 과정을 준비하는 것은 더더욱 자신이 없었다.
애당초 회사가 예전에 살던 동네라고 기대한 내가 병신이지.
그게 뭐라고 헛된 기대감에 차서 이리 좌절을 자처했을까.
버스가 지나간다.
후... 이 버스 한 번 놓치면 1시간은 기다려야하는데.
그래, 어차피 일찍 들어가도 할 일도 없으니, 옛 추억을 떠올리며 동네나 돌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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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는 변한 게 하나 없네.
학교도 그대로고, 집 앞에 분식집도 그대로고, 와, 이 공중화장실 문은 아직도 고장나있네.
어럽쇼? 이거 내가 친구랑 초등학생 때, 벽에 낙서한 건데 이게 아직도 그려져 있네.
그런데, 낙서를 이렇게 낮게 그렸었나?
그러고 보니 모든 게, 내 기억보다는 왜소하게 느껴지네.
어릴 때의 동네는 항상 활발하고 큰 존재였는데.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가?
아니야, 내가 큰 거겠지.
어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또 한 시간 기다리기는 싫으니 얼른 버스 타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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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이 힘든 시기도 왜소하게 느껴지겠지.
힘내자, 내 청춘아.
고맙다, 동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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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면접이 잡혔다.
나는 면접에 붙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면접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당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