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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 시구에 백석의 꿋꿋한 인생이, 그리고 나의 바람이 웅크리고 있다. 웅크리고 울고 있다. 웅크리고 울며 다리에 힘을 준다. 두 발로, 굳고 정한 갈매나무처럼, 일어나려고. “나 하나도 너무 많은 것 같은좁은 고시원 방에서, 나 하나도 너무 무거운 것 같은 삶에서 어떻게 하면 영어를 학생들에게 더 잘 가르칠까 고민하는 백석의 과거가 나의 미래와 만나다. 미래의 나는 학생들과 축구를 한다. 백석의 과거처럼. 우주로 통하는 이 좁은 바위에서 떨어져 나와 학교라는 바다에 던져진다. 이 바다에서 나는 나를 보호하려는 낡은 굴 껍데기로부터 도망친다. 파도가 나를 부술 수 있게. 파도는 나를 부수어 나를 바다로 만든다. 나를 씹으면 바다냄새가 난다. 슬프지만 용감한 냄새가 난다. 결국 너는 나의 이 냄새를 모두 먹어버린다. 네 뱃속에서 슬프지만 용감한 냄새가 난다. 높고, 외롭고, 쓸쓸한, 하늘이 사랑하는 냄새가 난다. 백석의 냄새가 난다.

 

흰 바람벽이 있어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였다. 엄마는 내 얼굴을 보시면서도 보고 싶다고 했다. 영상전화를 처음 걸었을 때 엄마는 어머, 어머, 종진아...” 내 이름을 부르시면서 울먹이셨다. 영상전화가 나를 100퍼센트 전달하지는 않나보다. 엄마한테 학교 옆산의 꽃이 핀 아름다운 모습을 찍어 보내드렸지만, 사진이 봄산이 완전히 전달하지는 못한다고 느낀 것처럼. 내가 집에 가면 빨래도 늘어나고, 밥도 더 많이 해야 하고, 동생이랑 내가 싸우면 말리느라 더 고생하실 텐데, 집에는 언제 오냐고 물어보신다. 나 때문에 고생하시는 것까지 그리운 걸까? 얼굴이 어째 더 아파보이시는데 건강은 괜찮으실까? 생각하다보니 어느샌가 내 곁에 와 계신다. 영상통화를 할 때보다 더 가까이. 백석의 시에서처럼 고시원의 내 방 얇은 바람벽 속에서 엄마와의 추억도 나오고, 고생도 나오고, 사랑도 나오고, 우리 동네 벚꽃이며 장미며 골목골목까지 다 나온다. 한발 한발 걷는다. 앞에는 학점이며 수업이 있는데 옆을 보니 우리동네 장미 가득 핀 골목이 있다. ‘이 아름다운 길을 걸으려면 나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 하리라생각까지 흰 바람벽에서 나온다. 기계가 참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이 흰 바람벽만큼 발전하려면 아직 먼 것 같다.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당나귀는 말보다 키도 작고, 털도 거칠고, 잘 생기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다. 어쩌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당나귀는 가격이 싸서 가난한 곁에서 응앙응앙 울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말은 비싸서 돈 많고 높으신 분을 위해 울어야 하니까. 동화속에서 왕자님은 항상 하얀 말을 타고 온다. 근데 <메밀꽃 필 무렵>에서 가난한 장돌뱅이가 아들을 알아보게 하는 것도 요 당나귀고, 가난한 왕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타신 녀석이 또 요 당나귀다. 당나귀는 싸서 가난한 사람들이 살 수 있고, 키가 작아서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까이 볼 수 있었고, 거친 털이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해 주었을거다. 지금 내가 당나귀처럼 힘든 것도 나중엔 더 많은 학생을 포용할 수 있는 교사가 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한 봉지에 천원씩하는 식빵에 작년에 주점에서 쓰고 남았다는 블루베리 시럽을 발라 아침으로 먹으면서 생각한다.

 

영어 원어민 교수님 수업이 끝났다.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 알아듣겠다. 영어라는 바다, 대학이라는 바다의 파도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거칠었다. 갈 곳도 모르고 떠돌다가, 국어교육과에 갈 것을 잘못 왔다는 생각이 들고, 영어를 포기하고 싶어질 때, 멋진 영어교사 백석이 나타나신다. 꿈결같은 머리를 휘날리며. 다시 영어를 공부한다. 사나운 고기가 와도 무섭지 않게. 굴은 껍질을 짓는다. 나의 붙을 바위가 되어주신 영어선생, 나의 선생,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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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뻘건눈의토끼 2016.12.22 18:56
    스페인어로 된 책인 돈키호테에서도 당나귀를 타고 풍차로 돌진했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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