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마당

오늘:
81
어제:
49
전체:
278,415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39706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088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79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516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2018.02.01 16:29

예쁜 손

조회 수 95 추천 수 1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8년 동안 피아노를 배웠다. 고사리 같던 손부터 엉성한 매니큐어를 자랑스럽게 바르고 다닐 수 있을 때 쯤 까지였다. 생각나는, 칠 수 있는 곡은 이제 없다. 내게 남은 거라곤 피아노를 배우며 늘 신경 썼던 내 손만이 남아있었다. 예쁜 손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손처럼 가녀리지도 않은 손이지만 왜인지 나는 손이 예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손가락이 조금은 두꺼워서 자신이 없던 손이였는데, 커가면서 어른 손 같아, 손 깔끔하고 예뻐. 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가 보는 손과 남이 보는 손이 다른가 하고 의아해했다.

 

성격이 늘 불안함을 달고 사는 나에게 손톱은 늘 시달렸다. 오른 손의 손톱으로 왼손의 손톱을 뜯기도 하고 입어 넣고 씹어버리기도 했다. 그런 날이 지속 될수록 내 손에 대한 칭찬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친구의 잘 정리된 손톱을 봤다. 깔끔한 손톱이었다. 손이 마냥 예쁘지는 않았지만 그 손톱으로 그 친구의 이미지가 다시 보였다. 아마 그 사람들도 내 손을 보고 예쁘다고 한 이유가 이것일까. 별안간 손톱을 물어뜯지도 않고 차츰 단정해져갔다. 향이 좋은 핸드크림도 수시로 발랐다.

 

처음 본 언니가 내 손을 보더니 손이 예쁘단다. 길쭉하니 손에 영양이 있어 보인다 했다.

동갑 친구가 손을 보더니 네 손은 빛나는 것 같다며 칭찬을 해줬다. 막 핸드크림을 바르고 나와서 빛에 번들거리는 손을 예쁘게 말해준 것 이다. 그 후 나는 손을 자주 들여다보고 더 예쁘게 내 손을 가꾸어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손톱은 늘 둥글게 자른다. 성격이 둥글지 못해서 손톱이라도 그렇게 자른다. 내게 불안함의 표식은 손톱이었다. 울퉁불퉁한 손톱을 보고 알아줬음 했다. 손톱은 늘 영양제를 발라서 생기 있게 보이게 했다. 빛에 비춰 반짝거리는 손톱이 좋았다.

 

친척언니의 결혼식 날 영양제를 덧바르고 핸드크림을 듬뿍 바르고 보드라운 손으로 하얀 장갑을 낀 언니의 손을 잡고 축하해줬다. 결혼식이 끝나고 친척들이랑 식당에 내려가서 밥을 먹고 있었다.

다 먹어갈 때 쯤 할머니가 옆에 와 앉으셨다. 가만히 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시다가 가만히 있던 내 왼손을 움켜쥐셨다.

 

왜요?”

 

예뻐서. 손이 왜 이렇게 예뻐?”

 

할머니의 손은 두텁고 나무껍질 같았다.

주름 사이마다 사연이 있는 것 같았고, 나무껍질같이 거친 손은 흐르는 시간이 불규칙하게 쌓인 것 같았다. 그 손을 그렇게 맞잡고 있으니까 내 손이 더 예뻐 보였다.

잠을 자기 전까지 자꾸 생각났다. 그리고 울적해지고 곧이어 눈물이 났다

내 손도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게 되겠지. 나도 내 손도 나이가 들면 어느 젊은 아이 손을 보면서 그 순간을 떠올리며 할머니가 내 손을 잡은 이유 또한 깨닫게 되겠지.

그때가 되면 없어질 할머니 손과 내 손이 만났던 어느 날. 나는 그 날을 기억하면서 살아가겠지. 그러면 별안간 나도 그 젊고 생기 넘치는 손을 맞잡고 싶겠지

  • profile
    뻘건눈의토끼 2018.02.02 16:05
    할머니 손은 약손!
  • profile
    뻘건눈의토끼 2020.04.17 15:50
    그때가 되면 없어질 할머니 손과 내 손이 만났던 어느 날. 나는 그 날을 기억하면서 살아가겠지. 그러면 별안간 나도 그 젊고 생기 넘치는 손을 맞잡고 싶겠지.
  • profile
    뻘건눈의토끼 2020.04.17 15:50
    아름다운 글이네요. ^_^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마당에 수필을 올리실 때 주의사항 file korean 2014.07.16 683
97 전혀아름답지 않지만 가장 위대한 사랑하며... 뻘건눈의토끼 2019.10.24 70
96 장기터에서의 정情 뻘건눈의토끼 2018.09.15 99
95 장기터 바둑터 인간들... 2 뻘건눈의토끼 2018.01.14 112
94 잔인하고도 더러운 세상 2 뻘건눈의토끼 2015.10.01 204
93 자유로운 영혼 ^^ 토끼가... (완성시킴...) 1 뻘건눈의토끼 2018.04.23 203
92 유년의 추억ㅡ2ㅡ 빡샘 2017.02.01 39
91 유년의 추억 ㅡ1 ㅡ 빡샘 2017.02.01 42
90 오월의 가슴앓이 1 에스더 2017.05.20 106
» 예쁜 손 3 slrspdlqdjqtdma 2018.02.01 95
88 여편네-1 2 이재성 2014.12.28 502
87 업적들 하며... 3 뻘건눈의토끼 2016.11.11 56
86 어린시절의 짜스한 추억거리들하며 ,,, ^_^ 뻘건눈의토끼 2020.02.28 72
85 양의 방 박미기 2018.03.17 112
84 아무도 찾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귀뚜라미는귀뚤 2016.02.15 149
83 아기는 나를보고 웃지않는다 예랑 2016.10.10 103
82 쓰레기 산. 2 qwertyuiop 2016.03.16 108
81 식물과 태아들... 뻘건눈의토끼 2015.11.05 141
80 시련은?.. 원둥이 2016.02.27 43
79 슬픈 베르테르의 젊음 1 성열 2018.02.27 142
78 수필이란 스쿨정아얌 2016.05.18 4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 6 Nex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