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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0 19:29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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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어.’
그녀는 살며시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
그녀는 언제나 카메라와 함께였다.
젊은 날의 기억은 보다 뚜렷한 것이 좋다는 그녀의 어머니의 말마따나, 그녀는 자신의 청춘을 보다 뚜렷하게 남기기 위해서 카메라를 언제나 들고 다녔다.
그 덕에 그녀는 젊은 날의 대부분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고, 머릿속에 희미했던 기억일지라도 사진들을 들춰보며 끄나풀을 잡고는 온전한 기억으로 떠올릴 수 있었다.
아니 떠올릴 수 있다고 믿었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이 정확하다고 믿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녀 또한 그러했고,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이, 간직하고 있는 사진 덕에 남들보다 더욱 정확할 것이라고 믿었던 기억이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카메라를 항상 들고 다니지는 않게 되었다.
-
시간이 흘러, 그녀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녀는 그와 많은 추억을 만들었고, 그 추억들을 간직하기 위해 많은 사진을 찍고는 했다.
물론 그 전과 같이 매 순간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아름다운 순간들을 남기기에는 충분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더욱 흘러, 그녀와 그는 이별을 맞이하였고 그녀는 그간의 남은 흔적을 견딜 수 없이 슬퍼하였다.
그래서 그 흔적들을 모조리 태워버리고 난 후에는 카메라를 아주 가끔씩만 들고 다니게 되었다.
-
그녀가 여행을 떠났을 때 일이다.
그녀는 아름다운 경치를, 그 찰나의 순간을 인간의 문명에 담기 위하여 수많은 셔터를 눌러댔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경치는, 그 순간의 황홀감은 절대로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말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지그시 바라보며 자신의 눈에 각인시키려 노력했다.
아름다운 추억이란 순간적이라 더욱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녀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을 영원히 멈추었다.
-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기억이 무조건 올곧다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그녀는 더 이상 행복한 순간들이 훗날에도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녀는 아름다움은 순간적일 때, 그 가치가 발한다는 것을 안다.
보이지 않는 렌즈가 그녀의 시선에 끼어진다.
그녀는 카메라에서 손을 떼었지만, 카메라 덕분에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눈에는 성숙한 기운이 도사려, 깊은 눈빛을 자아내고 있다.
이제 그녀의 눈빛은 독자적으로 말을 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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