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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9 19:17

<3만원>

조회 수 139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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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내뱉으면서, 거친 몸짓은 그 의견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니 부여된 일을 마무리하고도, 기분이 유쾌할 수가 없었다.
-
뇌병변 장애를 앓고 계신 할아버지의 입원을 도와드리기로 한 날.
아빠도, 엄마도, 삼촌도, 동생도 모두 시간이 안 되니 반백수인 내가 해야지 뭐.
툴툴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를 믿음직스럽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렇게 차를 끌고 할아버지 댁에 도착하였더니, 할아버지보다 더욱 입원을 바라는 듯한 짐들이 산더미로 쌓여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많을 수가 없지.
하긴, 오히려 할아버지는 집에 계시고 싶으시겠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짐을 싣다보니, 막상 할아버지, 할머니가 탈 공간이 없다.
이런-
-
“아니 얼마나 짐을 꾸리신거에요. 할머니?
네? 자리가 없으니 장애인 콜택시를 부르라고요?
전화번호는요? 네? 전화번호도 모르세요?
후- 잠시만요. 제가 찾아볼게요.”
‘아, 데이터도 다 썼는데 정말...’
“할머니, 찾았어요. 전화해볼게요.
여보세요, 장애인 콜택시 좀 이용하려고 하는데요.
네? 시외로 콜택시 이용하는 것은 3일 전에 예약해야한다고요?
그럼 시내까지만 나갈게요.
뭐라고요? 시내도 하루 전 예약이라고요? 후, 딸깍-
할머니 당일 운행은 안 된데요, 그냥 제가 두 번 왔다 갔다 해야죠 뭐.
기다리고 계세요. 병원 앞에 짐 두고 다시 올게요.”
-
그렇게 두 번의 아니, 세 번의 왕복을 끝내고서야(깜빡하고 약을 놓고 왔다는 할머니의 탄식과 동시에 추가 된 왕복) 시작 된 입원 수속.
처리할 서류는 뭐 이리 많은지.
“네, 네, 네, 네, 네, 네, 네, 이제 더 사인할 서류는 없는 건가요?
근데 여기 왜 이렇게 더워요? 에어컨 안틀어요?
아 환자들 건강 때문에요... 네 그렇죠. 그게 중요한 거죠.
할머니 수속 끝났어요. 607호로 올라가시면 되요.
네 점심이요? 말씀 드렸잖아요. 저 점심 약속 있어요.
아니에요 됐어요. 콩국 안 마셔도 되요.
안 마셔도 된다니까 왜 따라 주세요. 참.
꿀꺽꿀꺽-
너무 되요. 할아버지 드시려면 물 좀 타야겠네.
저 그럼 가요-
-
할아버지가 병원을 옮겨 다니신 것은 여태까지 총 5회가 넘는다.
그때마다 시간 안 되는 가족들을 대신해서 도와드렸고, 그 때마다 고생했다며 5~10만원을 매번 챙겨주셨다.
물론 받을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아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왜 이러시냐고 툴툴거리며 받기는 했지만, 솔직히 매번 기대가 되기는 했다.
때문에 ‘이번에도 챙겨주시려나?’ 하는 기대감은 당연한 것이었고, ‘할머니가 돈이 없어서 3만원밖에 못주겠다. 친구랑 밥 먹을 때 써.’라는 말은 내 안에 감도는 기대감에 못 미치는 것이었다.
‘그래도 챙겨주시는 게 어디야’라고 생각하면서 입으로는 또 왜이러시냐고 툴툴툴툴-
그러면서도 못이기는 척 손을 내밀었는데, 뭔가 많다.
지난 번, 지지난 번보다 액수는 적은데 더욱 풍성한 3만원은, 만원짜리 3장이 아닌, 만원 1장, 오천원 3장, 천원 5장으로 이루어져있었다.
-
예상보다 더 많은 지폐의 등장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를 놀래 킨 6장의 지폐는 6개의 날카로운 조각이 되어, 온종일 툴툴거리던 내 마음을 찔러댔다.
더군다나 원래 예상했던 3장의 지폐 또한 나를 둘러싸고는 비난하는 바람에 나는 약속장소로 향하는 내내 눈물을 떠나보낼 수가 없었다.
내가 쏜 뾰족한 화살들이 죄다 나에게로 돌아왔다.
나만 힘든 것도 아닌데, 힘든 척은 혼자 죄다 해버렸다.
적어도 오늘은 눈이던, 마음이던 눈물이 마를 새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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