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모님 만세

by 죽송 posted Jul 2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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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청솔모님 만세




  나는 경기도 가평에서 지금 살고 있습니다. 인천에서 이사 온지도 10년이 넘었습니다. 


  이곳은 잣나무 단지로 유명하다. 전국의 잣 생산량의 70%이상을 생산한다. 지금은 잣공장이 몇군데 있지만 옛날에는 모두가 수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 어렵던 시절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축령산.연인산.계관산으로 둘러 쌓여있는 우리집 주변 앞. 옆. 뒷산에만 해도 30년이상 수령의 잣나무가 빽빽히 꽉 들어차 있다. 높은 산이 많은 이고장에 그 옛날 6.70년대에 산을 이용한 고소득 작물로 지형. 풍토.토질등 모든 면을 다각적으로 연구분석하여 심은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강원도 홍천쪽으로 옮겨져 가고 있는 추세다. 

  3.40미터 높이라 이 잣나무는 전문가가 아니면 나무에 올라가 딸수가 없다. 처다 보기만 해도 목이 아프고 현기증이 나며 어지럽다. 잣열매는 나무의 맨 꼭대기에 주렁주렁 열린다.우리들은 바람의 힘으로 흔들려 떨어지는 것이나 주워서 까먹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작업이 쉬운일이 아니다. 요번에도 아주 강한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많이 떨어졌다. 개인 산은 개인이 주워서 까서 먹을 수 있고 수작업 해서 조금씩 정다운 친구에게 선물하거나 팔수도 있다. 그러나 국유림이나 도유림, 군유림은 관리가 국가에서 즉 지자체에서 관리 시행된다. 그래서 가을이면 전문작업꾼을 고용해 따고 있다. 

  그 높고 가파른 산에도 경운기로 실어 나를수 있는 일명 '잣길'이 형성 되어있다.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어버리면 이길을 따라 내려오면 된다. 그리고 잣공장을 지자체에서 의뢰해 조합공동체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은 엄두도 못낸다. 잣공장에 수수료를 내고 작업을 의뢰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양이 많아야만 받아준다, 

  보통 1톤트럭으로 한 대분 꽉차게 실을수 있어야만 한다. 즉 큰 마대자루 50개이상 정도이면 소정의 수수료를 내고 부탁해서 잣을 하얗게 까올수 있다. 수수료도 비싸다. 그래서 잣값이 비싸서 마음놓고 먹어보기 힘들다 우리 가정에서는 그렇게 많이 주워 올수도 없다. 힘든 노력과 위럼이 뒷따르기 때문이다. 

  잣따는 일은 손수 나무에 올라가 따거나 자연 바람의 힘에 떨어지는 것 주워서 올수 밖에 없다. 사람이 따는 것도 너무 높아 위험하다. 몇년전에 원숭이를 시켜 따보니  온몸에 송진이 붙어 따지 못하고 실패 했다, 그래서 바람에 떨어져 있는것 줍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청솔모와의 전쟁이다. 먼저 주워가는 사람이 임자다. 늦으면 청솔모가 모두 다 까먹는다. 부지런해야 한다. 

  그리고는 잣따기 인력꾼 전문가가 신발에 쇠창살을 끼고 45도 각도로 기울어서 매달려 올라간다. 겨울에 등산용 신발에 아이잰을 찬것과 비슷하다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 그 높은 꼭대기에 외줄을 걸고 올라가 매달려 가지고 긴장대로 두둘겨서 떨어뜨리면 밑에서는 주워서 담아 경운기로 실어 나른다. 긴 장대는 너무 길어 어른인 내가 너무 무거워 들지도 못한다. 대나무 온통 통째로 긴 것이다. 참으로 용감하다.이렇게 위험하고 힘들어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꼭대기에서 작업하다가 떨어지면 중상 아니면 사망이다. 항상 사고가 발생한다. 그리하여 젊은 이들은 아예 포기한다. 

  잣나무는 비탈진 높은 산에 많다. 아주 높은 1000미터 되는 산에 올라가도 그 높은 산꼭대기에 잣나무가 즐비하게 꽉차 울창하게 들어섰다. 소나무과라 소나무와 비슷하지만 유심히 보면 아주 다르다. 보통 사람은 착각한다.그러나 솔방울보다 다섯배 정도 크고 무겁다.솔잎은 가늘며 연하고 잣솔잎은 굵고 길며 억세다 그러므로 잣을 줍거나 따도 마대자루에 담아 잘 묶어서 산비탈 아래로 굴려서 내려간다. 혼자는 줍지도 못한다. 가볍게 들고 올수있는 정도 간단히 줍는 것은 몰라도 그래도 몇자루 주으려면 여럿이 힘을 합쳐야 한다. 

  나도 오래 간만에 식구들과 같이 밑에서 부터 주우면서 올라가서 한가득 꽉 차서 꽁꽁 묶어서  굴려 내려보내 모아서 하나씩 줄로 뜰빵을 해서 양 어깨에 지고 간다. 어깨가 아프고 무겁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젓는다. 40킬로 쌀자루를 생각하면 된다. 너무 비탈지다. 한번 발을 헛디디면 데굴데굴 구른다. 사전에 교육을 받고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친다. 장화나 등산화는 필수다. 일전에 도시에 있는 친구가 와서 줍다가 넘어져 다리를 다친 적이 있다. 너무 가파르기 때문이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 어떻게 이런데서 이렇게 튼튼하고 굵게 높이 잘 자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네자루 정도 주어서 굴려서 하루종일 오전에 두자루 오후에 두자루 져나르고 하여 집으로 가져왔다. 너무 힘들다. 욕심을 내면 화근이 생긴다. 

  산은 자연의 순리가 우선이다. 있는 그대로, 주는 그대로 조금씩 나누어 먹는 것이 상책이다, 산에서 사는 청솔모는 이것을 먹고 산다. 모두 주워서 가져가면 인간에게 해를 가져온다. 동네로 쳐들어 온다. 까치밥처럼 하여간 똑같이 나누어 먹어야 된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며 진리다.

  힘들여 가져온 잣을 그냥 까먹는 것이 아니다. 일주일 동안 바삭할 정도로 말린다. 말리는 과정에도 청솔모나 다람쥐가 달라붙어 모두 쪼아 가져가지 못하도록 둘레에는 망이나 그물철망을 쳐서 말려야 한다.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비니루를 깔고 망을 치고 하여 햇빛에 일주일간 말리면 뽀송뽀송하게 송진이 말라붙고 바삭하게 마른다. 이렇게 잘 말린다음 쪼개기 작업을 한다. 쪼개기 작업이란 잣열매를 여러토막으로 쪼개는 작업을 말한다. 열매 덩어리를 상.하로 꽉잡고 한손은 밑에 잡고 다른 한손은 윗부분을 비틀어 대면 쪼개진다. 터져있는 윗부문부터 비틀면 갈라진다. 그래야만 속에있는 잣알갱이가 쏟아져 떨어져서 나온다. 부수면서 껍질과 송진가루 등등 부순물이 잣알갱이와 같이 섞여져 있다. 다 부수고 쪼개는 작업이 끝나면 털어낸다. 큰 불순물을 따로 모아 자루에 담아 두었다가 가마솥이나 난로에 불 쏘스개로 사용한다. 최고다. 송진가루가 묻어 있어 불이 잘 붙어 탄다. 어릴때 밤에 불 켜가지고 다닐때 썼던 관솔을 생각하게 된다. 

  작은 불순물과 섞인 것을 모두 들고 함지박에 담아 수돗가에 들고가 세척 작업을 한다. 깨끗이 씻으면서 몇 번이고 반복하며 알갱이만 고른다. 여러번 씻은후 물을 가득담고 소금물을 푼다. 벼농사 지을때 볍씨 고르기와 비슷하다.   

  잣알갱이는 가라앉고 불순물은 둥둥 뜬다. 이것을 건져내 가며 분리작업을 해 깨끗이 알갱이만을 건져내어 또한 번 소금기를 없애느라 씻는다. 이렇게 씻은 것을 또 햇빛에 말린다. 햇빛에 바싹 말려 오래 보관해서 가정에서 심심할때나 필요할 때 즉석에서 까서 먹는다. 겨울에 몇 개씩 까먹는 재미는 남다르다. 변비에 좋아서 하루에 열개씩 먹으면 속이 시원하다. 변이 시원하게 나온다. 힘을 안주어도 된다. 그리고는 잘 말렸기 때문에 그이듬해 여름에 콩국수 할때에 콩과 같이 갈아서 넣어 먹으면 구수하고 그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여름에 우리고장은 잣콩국수가 유명하다. 평소에는 반찬양념 묻힐때 몇개씩 넣어 먹기도 한다. 까는 기구도 철물점에 가면 살수 있다고 토박이 어르신이 가르쳐 준다. 어떤이는 미련하게 망치로 두둘기다가 손등을 다치는 일이 허다하다. 나도 처음에 손톱을 다친일이 몇 번 있었다. 철물점에 가면 견과류 까는 펜치가 있다. 즉 작은 견과류부터 큰 견과류까지 한펜치에 모두다 깔수 있도록 만들어져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참 잘 만들었다. 잣 은행 호두 크기별로 모두 까먹을 수 있는 펜치를 칠천원에 사서 활용하면 된다. 참 잘 만들었다고 고맙게 생각한다. 수입제품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공정을 잣공장에서는 기계에 넣고 하니 얼마나 편리한가? 그 옛날 공장이 없던 시절에는 우리네 가정에서 하는 방법으로 해왔으니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지금도 많은 양이 아니면 받아서 까주지 않는 것은 오로지 잣송진과 분리공정에 있다고 한다. 한번 공장기계를 돌리면 나중에 기계속를 깨끗이 손질해서 딲아 두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여러번 자주 기계를 돌릴수 없다고 한다. 송진가루가 떡개지어서 크게 굳으면 큰일이다. 다음에 기계를 돌릴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솔모는 어떤가? 순식간에 그 높은 나무에 오르고 내리고 하면서 이것을 날카로운 22개의 이빨과 갈퀴모양의 억센발톱으로 굴려가며 삽시간에 깨끗이 까서 배불리 먹고 자기집으로 갔다가 굴속에 보관해서 겨울나기 준비를 하지 않는가?우리는 송진 때문에 고생이 많은데 청솔모는 입이나 발에 그리고 온몸에 송진이 달라 붙지않는 그 무엇이 있지 않은가. 만일에 그렇다면 그것을 이용해 끈적한 것이 달라붙지 않는 청솔모를 이용해 신발명품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요.? 요염하고 귀엽게 생긴 청솔모는 맛있는 잣양식을 바위틈이나 굴속에 한가득 모아놓고 겨울양식으로 조금씩 먹으며 차디찬 겨울동안 눈보라속에 추위를 이겨내고 다음해를 바라보고 있다.

  “청솔모님 잔뜩 까서 쌓아놓은 잣을 같이 나누어 먹읍시다.”라고 말하면  청솔모는 나를 보고 무어라고 놀릴까요? 바보라고 말하지 않을 까요. 어떤때는 떨어진 잣을 맛있게 까먹다가 나를 보면 화다닥 놀라 달려가다가 서서 귀여운 이빨을 흔들며

"메롱, 메롱."

  놀리는 것같이 멋진 쇼를 하다가 자랑이나 하듯 쏜살같이 나무위로 올라가며 내려다 보고, 잇빨과 머리를 흔들어 대며 놀리다가 또 올라가다 내려다 보고 자랑스렇게 뽐내며 놀리지 않는가?

  "어리석은 바보."

  "바보야! 나잡아 봐라."

  혀를 낼름거리며 "용! 용! 죽겠지"

  "약, 오르지"

  하며 나무 꼭대기로 사라져 버린다.

  ‘그래, 나는 바보다.’

  “에이 바보 ”

  바보 탈을 벗어나 보자. 

  청솔모한테 지금은 졌다. "청솔모 만세"다. 

  내년 따스한 봄 돌담축대 위에서 다시 만나자




- 끝 -









성명: 전표건(全杓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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