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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와 술】

                                                                                                                                                                                                                                                                       현영민



어느 늦은 오후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 집을 덮칠 즈음 나는 스탠드 하나만 켠 채 책상을 마주하며 의자에 앉아 있다.

더위는 안 탄다고 자부하던 내가 이 무더위는 어쩔 수 없는지 선풍기를 약풍으로 튼 채, 아버지를 생각하며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집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덥다고 선풍기를 틀면서까지 불평불만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나를 보면 군 시절 뙤약볕 아래에서 훈련하던 모습과 겨울에는 매서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나시만 입은 채, 연병장에서 뛰어다니며, 체력단련했던 그 시절의 나와 상당히 비교가 된다.

 

잠시 글을 쓰다 말고 고개를 돌려 군번줄을 쳐다보았다. 2년 동안 나의 분신과 같았던 군번줄이 이젠 나의 목이 아닌 벽에 박힌 못에 의지한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걸 보면, 마치 지금 내가 부모님이란 그늘 밑에 의지한 채 살아가고 있는 나와 별 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한때, 군대를 전역하면 부모님의 그늘 없이 당당히 살아가겠노라 했던 그 군인정신은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군번줄을 보며 한 번 더 내 자신을 후벼파며 반성을 한다. 그래도 이렇게 나 자신을 반성을 하고 되돌아보며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조금이나마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에서야 이렇게 글에 쓰인 대로 부모님의 감사함과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지만 한때는 무서움과 원망이란 단어가 더 잘 어울렸을지도 모르겠다.

트라우마란 단어가 맞는 건지 아니면 내가 철이 없었던 건지...

 

내가 어렸을 적 아니 내가 20살 적만 해도 아버지는 늘 술을 달고 사셨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술이 떠오른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해서 아버지께서는 막노동을 시작하셨다. 팀을 이루어서 전국을 돌아다니시며 일을 하셨기 때문에 몇 달에 한 번씩 집에 내려오셨고, 그 당시 나는 어려서인지 모르겠지만 아버지께서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당연히 아버지는 계속 일을 하시고 전국을 돌아다니시며 몇 달에 한 번씩 집에 오셔야 되는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게 아니라 그런 모습에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아버지께서 몇 달에 한 번씩 집에 오시면 나는 어색해서인지 아버지와 말하기를 꺼리게 되었고, 또 왜 그러신지 모르겠지만 잠시 집에 오시는 며칠 동안에도 잘 못 드시는 술을 많이 드시곤 하셨다.

술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시는 아버지께서 술 한 병, 두병을 마시면서 무엇을 그렇게 잊고 싶으신 건지, 그리고 무엇이 그렇게 한이 맺히신 건지 술 마시기 전에 아버지와는 상반된 모습이셨다.

몇 잔의 술에 금방 취하시는 아버지께서 두 병 넘게 마시면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한이 맺힌 귀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 좁디좁은 집에서 나는 아버지가 무서워 뒷 베란다에 움크리고 앉아 숨어 있었다. 연신 나의 이름을 부르시는 아버지가 왜 그렇게 귀신보다 무서웠을까...나의 숨소리가 뒷 베란다에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아 더욱더 무서움이 몰려왔다.

어쩔 수 없이 나의 이름을 연신 부르시던 술에 취하신 아버지 옆으로 가서 앉으면 아버지께서는 밤늦도록 계속 술 주정을 하셨고, 나는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휘감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어머니는 아버지와 다투시는 일이 많아졌고, 나보다 7살이 많았던 나의 형은 공부에 신경 쓸 시기에 누구 못지않은 스트레스를 받곤 했었다.

 

내가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무렵, 나와 7살 차이가 났던 형은 군 입대를 하게 되었고, 집에서 출퇴근하시며 막노동을 하시게 된 아버지께서는 그 이전의 아버지와는 별 반 다를 게 없으셨고, 더욱더 집에서 술을 마시는 시간이 늘어가기만 하셨다. 형이 군대를 가 버리게 되자 그 당시에 나로서는 그 엄청난 압박을 견디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또 철이 없었던 나로서는 술 못 드시는 아버지께서 왜 그렇게 술을 드실까?라는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고, 술이란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1살이 된 나는 군 입대를 하게 되었고, 2년이란 군 생활을을 끝내고 전역을 하니 벌써 아버지께서는 50대 후반이 되어 있으셨다.

시간이 빠른 건지 아니면 아버지께서 빨리 연세를 드시는 건지 놀랄 따름이었다.

그때부터 아버지께서는 막노동을 그만 두시고 내가 전역한 뒤로는 경비원 일을 시작하셨다. 그 후 참 신기했던 것이 그 예전에 막노동을 하셨던 아버지의 모습과 경비원 일을 시작하셨을 때의 그 모습과 표정은 180도 달라 있었다. 아니면 내가 어렸을 적 철이 없었을 때 그 아버지의 힘들어하시던 모습을 이해 못 했던 것이 그제야 이해가 되어가는 과정을 겪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하셨다고 들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너무 꼼꼼한 스타일이셨고 부지런하셔서, 좋은 대학교까지 합격을 했지만 집안 사정으로 인해 가실 수 없었다고 들었다. 그 뒤로 원치 않게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막노동을 시작하다 보니 원치 않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셨고, 또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다 보니 또 원치 않는 술을 그렇게 드셨던 것이었다.

 

그런 원치 않는 술은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술이란 피할 수 없는 존재이지만 그 어릴 적 뒷베란다에서 움크리고 숨어있던 나로서는 너무나도 피하고 싶었고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존재였다.

 

또 한번 시간이 흘러 2015년이 되어 나는 28살이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지금도 여전히 경비원 일을 하시고 계신다. 5년 넘게 일하시면서 흰머리를 피할 수 없게 되신 우리 아버지께서는 벌써 60대 중반이 되셨다. 5년 전 경비원 일을 시작하신 이후 아버지께서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으셨고, 그 이후 가족 사이는 너무나도 좋아졌다. 60대 중반이신대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을 위해 아직도 일하시고 계시는 아버지를 보면 첫 부분에 글을 썼던 것처럼 내가 한 발 더 우리 가족을 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제목처럼 한때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술이 생각나서 마음속에 응어리가 없지 않았지만 그 응어리는 아버지와 비교하면 턱 없이 작은 것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얼마나 큰 응어리란 짐을 등과 어깨와 손으로 들고 오셨을지... 한 번 더 내 자신을 후벼파며 반성을 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글을 쓰다 말고 고개를 돌려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군번줄을 또 한 번 쳐다보았다. 지금은 벽에 박힌 군번줄이지만 한때는 내 몸의 분신과 같았던 그때를 생각하며, 일명 군인정신으로 돌아가, 초심을 되찾고 부모님의 그늘 밑이 아닌 내가 부모님께 서늘한 바람이 부는 나무그늘이 되어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선물로 드리도록 마음을 다시 잡고 지금부터 부모님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뎌야겠다.


                                                          【잊을 수 없는 날】

                                                                                          현영민



200817일 저녁, 분명히 보통 평일 저녁과 별 반 다를 게 없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했는지 모르겠다. 가족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내가 좋아하는 치킨과 피자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까까머리가 어색한지 연신 쑥스러워하며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나를 어머니는 그 모습이 귀여우신 건지 사진을 계속 찍으셨다.

속마음은 분명히 그렇지 않으시면서 아들에게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시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아직도 내 눈에 아른거린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밤 10시가 되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일직 잠을 청하라 하신다. 분명 나는 가족들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어린 마음에 이 시간이 지나면 아버지, 어머니를 영영 못 볼 거란 생각이 들었나 보다. 건강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을 지키러 가는데 말이다.

 

그렇게 아버지, 어머니께서 안방으로 들어가시고 나는 방 정리를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잠도 오지 않는 이 적막한 방에서 홀로 수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내가 군 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2년이란 시간이 갈까?”라는 수많은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밤 12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잠이 오지 않더라도 누워 있어야겠다란 생각으로 일단 양치질을 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양치질을 끝내고 입을 헹구려고 수도꼭지를 틀자마자, 연신 참아왔던 내 눈물이 수도꼭지를 튼 거 마냥 터져버렸다. 울음소리를 부모님께 들키지 않으려 참다 보니 오히려 눈물이 더 흘러나왔다. 그러나 고맙게도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 소리가 나의 마음을 아는 건지 나의 울음소리를 꼭 감싸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0818일 새벽을 맞이하였다. 준비를 끝낸 뒤 대문을 나선 순간 맡았던 그 새벽 냄새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별 반 다를 게 없는 평일 새벽인데도 말이다. 한순간에 그 익숙함이 특별함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버지, 어머니와 나는 고속버스를 타고 예정대로 경기도 의정부 306보충대로 향했다. 버스 내에서 아버지는 연신 아무 말씀 없이 바깥만 보시고 계셨고, 어머니는 연신 한 손을 내 손을 잡으시고, 다른 한 손은 나에게 뭐라도 먹이려고 하셨다.

 

창설 6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져 이제는 볼 수 없는 306보충대를 몇 시간을 달려 도착 하니 셀 수 없는 수많은 입영 장병들이 각기 다른 표정으로 입소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그제야 내가 군대를 가는구나라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한순간 한순간이 내 눈동자를 스쳐가는 동안, 입소 예정 시간이 다가왔고, 어디에선가 가족과 인사를 건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나는 울지 않았다. 아니 아버지, 어머니께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 어머니께 인사를 건네는 순간 어머니께서는 참았던 눈물을 밖으로 흘려보내셨고, 태어나서부터 우시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아버지께서도 조용히 눈물을 흘리셨다. 그렇게 나는 연병장 중앙으로 걸어갔다. 어머니께서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시는데도 불구하고, 눈물이 날까 봐, 마음이 약해질까 봐, 앞만 보고 걸어갔다.

그렇게 나는 694일이란 군 생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내 인생에서 소중한 밑거름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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