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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가는 길


  도시의 밤은 차갑고 무표정하다. 그 곳에는 창백한 네온사인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마네킹같은 여성들 그리고 그녀들과 어떻게든 잠자리를 같이하고자 하는 젊은 늑대들이 존재한다. 

조금 더 들어가 보면 골목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어린 개들, 

포장마차에서 홀로 소주를 기울이는 늙어버린 사내들, 

지하도에서 차가운 잠을 청하는 노숙인들도 무표정하게 존재한다.


나는 황량한 네온사인을 지나쳤고 홀로 소주 한 잔을 삼키는 늙어버린 사내를 지나쳤으며 

그리고 버려진 어린 개들을 지나쳤다. 그들을 지나치자 푸른 새벽이 왔다.

아무런 예고 없이 온 푸른 새벽은 텅 빈 차도와 인도 위 가로수들을 파랗게 비췄다. 

그것들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이 거리를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다고 느꼈고 그 생각은 문득, 당신을 떠올리게 했다.

당신이 없어서 슬픈 것은 아니었다. 이제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할 나이도 지났다고 느꼈고, 

무엇보다 당신과의 추억이 그냥 한 점 낙엽으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함께 걷는 사람이 당신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그래도 문득, 가슴이 아플 때가 있었다. 문득. 그냥 문득이라는 말이 가슴을 울린다. 

항상 기억하기로 했는데 이제 문득 기억나고, 문득 아파한다.

이제 서로의 모서리가 부딪히는 일은 없겠지 라고 생각하며 걷는다.


슬픔이 말라가는 나를 보며, 당신을 잊어가는 나를 보며,

이제 이곳이 내가 머무를 곳임을 깨닫는다.


당신이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친구들에게 당신이 잊혀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내게 말했다. 떠나간 사람을 붙잡는 것은 제 무덤을 파는 짓이라고

그리고 흐르는 시간이 당신을 지워줄 것이라고. 그런 말을 듣고도

나는 당신에게 몇 통의 전화와 몇 통의 문자와...... 그리고 몇 번 당신과 함께 걷던 거리를 홀로 쏘다녔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시간은 공간의 표면 위를 흐르지만 결코 매끄럽게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공간위에 쌓인 추억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간은 유의미한 그 무엇을 남긴다는 것을.


나에게 당신은 어떤 의미였던가. 

또 당신이 떠난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던가. 

스스럼없이 물어볼 수 있던 파랗고 또 푸른 새벽이었다.


당신을 만나기 전에도 그랬듯이 당신이 떠난 후 내 마음은 오랜 기간 동안 폐허였다. 

그리고 당신에게 받은 사랑. 

그것과 똑같은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받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러나 세상 어느 곳을 뒤져봐도 당신과 같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당신에게 받은 느낌들. 

그 느낌의 지점을 똑같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 때, 어쩌면 나는 당신이 미웠는지도 몰랐다.


파랗게 변한 새벽이 간다. 

나를 떠난 당신도 내 생각 속 에서 멀어져간다. 

언제고 다시 돌아올 푸른 새벽은 잠깐 뿐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새하얗게 작열하는 여름의 빛과 치자나무의 진한 향 

그리고 도시를 배회하는 어린 개들이 온다.


처음의 빛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을 향하여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빛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아니, 내가 예전에 떨어졌던 외줄다리에 대해서. 아니, 어린 시절 겪었던 성장에 대해서. 깊고 막막했던 강에 대해서. 그 곳을 건넜으나 어느 순간 강 이편으로 돌아와 버린 나에 대해서.

그 시절 아버지를 떠올렸을 때 나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닥에 흩뿌려진 피와 부서진 문짝, 뒤로 넘어가 있는 텔레비전, 구석에서 왕왕 울고 있는 동생, 그리고 칼 이었다.

바닥에 흩뿌려진 피, 그 피가 어머니의 것이었는지, 아버지의 것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버지가 칼을 빼들고 왔을 때 나는 도움을 요청하는 어머니의 눈빛을 뿌리치고 화장실 안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나는 화장실 안에서 귀를 막고 어머니를 버리고 왔다는 부끄러움 때문에, 아버지가 정말 어머니를 찌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심 때문에 울고 또 울었다.

지금 쓰는 이 글이 그저 과거 회상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 날 밤, 가을비가 나무의 진한 수액처럼 내리던 그 밤, 어머니께서 몰래 내 방에 들어와 내 뺨을 쓰다듬으며 우셨던 그 밤, 미안하다며 어머니께서 미안하다며 하염없이 말씀하셨던 그 밤, 나는 못들은 척, 잠든 척, 그렇게 보내고 싶었던, 그러나 흐르는 눈물을 어쩔 수 없었던 그 밤, 빛은 그 때 나에게 다가온 것 같다.

어머니를 버리고 화장실 구석으로 달려 들어갔던 죄책감으로, 칼을 빼든 아버지에 대한 공포심으로, 그 가을비가 내리던 그 밤에 흘렸던 눈물로, 내 인생 중 가장 어두웠던 밤 속에서, 어둠이 있어야 빛도 있듯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일은 그만 두려고 한다. 나는 지금 내 삶속에 빠져있고 삶에 빠진 자는 삶 안에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봉사가 코끼리 다리를 더듬는다고 코끼리 전체의 윤곽을 알 수 없는 것처럼.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더 있었겠지만, 이것하나 만큼은 확실하다. 나는 그 때 이후로 변했다. 아니, 변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의 정의를 위해 세상과 싸움을 시작했고 내가 가진 것들을 쌓아 올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고정되어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 역시 나처럼 빛을 보고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들은 내 인생에서 환희와 축복에 가득 찬 날들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절망적이고 저주스런 날들이기도 했다. 있지도 않은 것을 억지로 나에게 있다는 믿음을 주입해가며 찾아 헤매게 만든 것, 그것은 나에게 결과적으로 절망을 안겨주었고, 그러나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는 것은 행복이 결과가 아닌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날들이었다.

그렇게 찾아 나선 끝에 내가 알게 된 건 선과 악은 시대의 이데올로기가 낳은 부산물 일 뿐 이라는 것.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 가변적인 것 이라는 것.

외줄 위에서 외롭게 저편으로 건너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그렇다. 나는 강가에서 강이 있는 줄 모르고 돌맹이를 줍다가 막막한 강을 보고 외로움에 사무친 소년이고, 어느덧 강 저 편에 도착해 성장이 끝나버린 청년이다. 과연 그런가. 앞으로의 내 삶에 변화가 와도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인가. 나는 변할 수 없을까. 빛을, 그 밝은 빛을 다시 볼 수 없을까.

시대가 변하고, 모든 것은 변한다. 나 조차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세월이 흘러가며 시대에 따라 생각이 변하고 생각은 행동을 변하게 하고 있지 않은가.

쌓아 올린들 무엇 할까. 그 것으로 무엇 하나 긍정 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겠지만 아무것도 긍정할 수 없었고 쌓아 올린다는 헛된 망상만 으로는 아무것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게 남은 가치는 무엇인가.

 내면의 목소리.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러서야 내 마음은 비로소 편안해 진다.


이름: 정호령 /남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902-803호 

showme5852@naver.com  / 010-9001-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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