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회 수필 창작 콘테스트] 말의 횟수, 그대가 없는 오늘을 넘긴다는 건

by 정현 posted Oct 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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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횟수



 나이라는 햇수를 곧이곧대로 먹고 나면 반비례되어 나타나는 것이 있다.

 바로 말의 횟수인데 어릴 적 우리가 했던 말들은 걸러야 하는 투망 없이

마음의 밭에서 갓 캐어내어 순수가 말끔하게 대롱 매달려있는 일종의 땅의

열매 같다고 한다면, 어른이 되어 소통하는 말들은 이러한 열매들을 청수로

정화하고 삐져나온 곁가지를 고르게 발라 보기 좋게 다듬어 건네야 하는

음성의 수취인을 위한 말이라 볼 수 있다.


 상대방의 눈빛과 표정을 간과해서 말을 했다가는 의도치 않은 봉변을 당할 수있다는

어른의 직감과 경험은 조심스러운 언행으로 표출되고 이 때문에 자연스레 말의 횟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물론, 세월이 다져준 소양으로 언행의 품위는 확장되어 한결 고상해지고 

우아해졌을지라도 편안한 말을 건넬 수 있는 대상과 반응을 항상 신경 써야 하는

주변의 정황이 말의 횟수를 줄어들게 만드는 것이다.


 가끔은 하고 싶은 말과 하지 못한 말을 속 시원하게 내뱉어

나이의 햇수와 걸맞은 횟수의 수다스러움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말의 성숙과 듣는이가 아닌 오로지 나의 말을 위해서. 

_


그대가 없는 오늘을 넘긴다는 건


 초저녁이 되기 전 약간은 부족하지만 만족스러운 선잔을 잔 탓인지
오늘 새벽은 영 잠이 오질 않습니다. 일 년이 무르익은 시월의 계절은
헐벗은 체온이 견디기에 적당한 온도의 바람이라 살며시 열어놓은 창문 틈
사이로 간간히 지나가는 차 소리가 기능이 부전 되어도 괜찮을 어두운 방의
두 눈과 함께 먹먹한 적막을 조용히 흔들어 놓습니다.

 멍하게 끔벅이는 시선을 던져 벽에 붙은 고요에 닿으면 그대가 있을까요,

 냇물의 가장자리를 첨벙거리며 마주 잡았던 손은 흘러간지 오래인데
추억을 곱씹으며 그대를 찾는 것은 좋았던 시절을 가두어
불면의 밤에 회상하라는 망상의 명령이겠지요.

 무구한 동이 트기 전 잠에 들면 좋으련만 이대로 눈을 감아도
그대 생각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는 이제 막 지구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말간 해가 지평선에 걸리어 마르기만을 기다리는 슬픔을
도닥이며 느린 새벽의 위로자 역할을 합니다.

 이렇듯 그대 없는 내일은 한 장을 넘기기에도
힘에 부치는 고역의 앞날이라는 것을
꿈을 베고 곤히 잠든 그대는 알기나 할는지.

_



김정현

kieda19@naver.com,010-4599-7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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