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커피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커피 한잔을 다 마셨던 날을 기억한다.
지금으로부터 3년전 7월 초 어느 주말. 집앞 버스정류장 근처의 작은 커피전문점. 그곳에서 산 1900원 커피로 시작되었다. 이전까지는 카페에 가더라도 커피 이외의 음료만 마셨던 터라,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갑작스레 사서 마시게 된 그 커피는 낯설기도 했다. 그 낯선 음료를 어색하게 들고 탄 택시 안에서 남김없이 다 마셨을때의 그 당혹감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나에게 있어서 대부분의 관심이라는 것은 성냥개비 같아서 한번에 확 타오르다가 급격하게 불씨가 꺼져 버린다. 커피 또한 비슷하다. 커피를 마시게 된 직후부터 나의 주된 관심사는 커피에 쏠려있었고 그때쯤 에는 커피 관련서적도 두어권 사서 흥미롭게 읽었다.
그 후엔 커피를 내리는 각종 도구들을 구매하여 커피를 내려마시며 홀로 만족해했고 그해 늦가을에 코엑스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카페쇼에도 홀로 가서 각종 시음과 다 소화하지도 못할 원두를 잔뜩 사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커피에 대한 나의 관심이 최고 정점에 있었을 그때, 난 결국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보겠다며 커피내리는 법을 알려주는 곳에 나가기 시작했다. 주말 2일의 오전반으로 커피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나 자신이 좀 신기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잠이 많아 주말 아침엔 특히나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나로서는 그 아침에 일어나 배우러 나가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 한달간 주말 오전을 희생해가며 배웠던 커피는 초급 자격증이라는 결과물로 뿌듯함을 주며 나를 달래주었지만, 그 다음레벨 자격증반의 거대한 수업료로 바리스타 자격증에 대한 관심을 단번에 없애주었다.
그 때문의 연장이라 확신할 순 없지만 그해 겨울이 지나 다음년도가 되었을 때부터 나의 커피에 대한 관심도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회사에 다닐때는 살기위해 약처럼 마셨고, 회사를 그만 둔 후로는 습관처럼 마시게 되었다. 이제는 그저 평범하게 마시기만 할 뿐이고, 마시고 난 뒤엔 목이 매우 마르기도 하고 밤 늦게 마시면 종종 잠이 안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커피는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일부분이 되었다.
오늘 문득 커피를 마시다가 떠올린 그시절의 거대한 흥미가 담긴 '커피'는 짧은 순간일지라도 그때의 나에게 즐거운 활력소 였기에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또다른 새로운 '커피'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