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차 창작콘테스트) 일상의 특별함

by 풍란 posted Dec 0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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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특별함



처음부터 자연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 자연은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도시에 나갈 일이 생기면 눈이 휘둥그레 커질 정도로 시선을 떼기가 힘들었다.

그때는 도시가 새로운 세상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때 사춘기를 겪으면서 마음이 복잡할 때 집 아래 있는 강에 내려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모래언덕 위에 앉아 산과 강을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하게 정리되었다.

그때부터 힘든 일이 있을 때면 그곳을 찾는 것이 나에게는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올해는 비가 오더니, 산과 산을 잇는 듯한 아주 큰 무지개가 생겼다

어머니도 이모할머니도 그런 큰 무지개는 태어나서 처음 보신다고 했다. 두 분께서 밝게 웃으시는 모습이 꼭 아이 같았다. 이모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집이 고생만 하더니 이제는 좋은 일만 있으려나 보다.” 그 말씀에 의지하고 싶었다.

그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일만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무지개를 찍은 사진을 보냈다.

평소 같은 하루가 선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작년에 이모할머니와 집 근처 산을 올랐던 기억이 난다. 할머니께서 찾아가신 곳은 이모할아버지를 산골(散骨)한 곳이었는데, 할머니께서는 그 부근의 나무에 기대셔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셨다그리고 나중에 산을 오르지 못할 때가 되면 그 사진을 보실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이모할아버지를 아주 어릴 때 뵌 게 다여서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를 매우 아끼고 사랑하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미 떠나셔서 뵐 수 없기에, 그 풍경이 평생 변하지 않길 바랐다.

 

자연은 일상에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하게 잊고 살아간다. 가끔은 인식조차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그 덕분에 추억을 만들어주고, 기억할 수 있게 해준다.

누군가 가장 아름다운 곳을 묻는다면 나는 태어난 곳을 말할 것이다. 사랑하는 분들이 계신 것과 비롯해 평생을 기억할 추억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떠나 있는 상태이고, 가끔은 잊고 살아가지만, 가면 다행히도 그대로 있다.

친숙함과 그리움, 안정감 그리고 그 속에 소중함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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