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 일상의 순간마다 즐거움이 있다

by 세실 posted Jan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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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마다 즐거움이 있다

 

월요일 퇴근길 항상 들르는 곳이 있다. 언제부턴가 그곳을 지나지 않으면 발에 가시가 돋힐 정도다. 그곳은 바로 집 앞 건너편에 위치한 분식집이다. 구입 기준은 떡볶이 1인분과 튀김 4개를 기본으로 순대나 만두가 가끔 추가된다. 떡볶이 덕후인 나와 첫째 아이, 순대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일주일에 한번 즐기는 우리 가족만의 외식날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떡볶이 1인분과 튀김 4개를 사서 집에 들어오자 첫째 딸이 당연하듯이 웃으며 물어본다.

 

아빠, 또 떡볶이 사왔어? , 맞다 월요일이지?” 

 

아내가 포장된 봉지를 풀고, 젓가락을 들고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내 눈에 한번 담아본다. 젓가락으로 떡볶이 한 개를 들어 먹어보니 조금 맵지만 꿀맛이다. 그 순간만큼 천국이 따로 없다. 이런 것이 일상에서 느끼는 먹는 즐거움이 아닐까?

 

나는 나대로. 아내와 아이들도 각자의 스타일대로 음식을 즐기다 보니 벌써 빈 그릇이다. 오랜만에 소화를 시키기 위해 마트로 산책을 가기로 했다. 밖에 나오니 가을공기가 이젠 춥다. 겉옷을 챙겨 입은 나는 유모차를 끌고 선두에 선다. 그 뒤로 아내와 아이들이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온다. 피곤하지만 이렇게 잠깐 같이 걸으면서 산책하는 그 순간이 행복하다.

 

당연하듯이 살아가는 일상의 순간을 가끔 자세히 바라보면 그 안에 즐거움이 숨어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놓치고 사는 경우가 많다. 나조차도 그랬다. 재미없고 바쁜 일상을 살면서 나중에 더 재미있게 살자고 다짐한다. 나이가 드니 시간이 지나 그 나중이 되어도 어차피 재미없게 살 게 뻔히 보인다.

 

20대의 나는 취업만 되면 이젠 스스로 벌 수 있으니 모아서 30대부터 재미있게 살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30대가 되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20대보다 더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그 시절 내 일상은 회사, , , 야근, 술의 반복이었다. 쫓기듯이 업무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혼자서 협의, 도서 작업 작성 등을 직접 수행했다. 그에 따른 스트레스로 일상을 제대로 즐긴 적이 없었다. 도살장에 끌려와 죽기 싫어하는 개의 표정이 그 시절의 나와 흡사했다. 일에 쫓기다 보니 그 일상의 시간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루종일 일을 하는 그 일상에서도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쉽다.

 

일상이 모여 인생이 이루어진다. 그 일상의 순간을 재미있고 즐겁게 보내야 한다. 열심히 일하고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일상의 즐거움에 대해 아직 잘 모른다.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먼저 걱정하는 것이 그 이유다.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순간을 직접 경험하다 보면 또 한 편의 글이 완성되지 않을까 싶다. 내일부터라도 다시 나의 일상을 돌아보면서 어떤 순간이 가장 좋았는지 한번 떠올려보려 한다.

 

억지로 내가 살아내는 것이 아닌 스스로 살아가자. 지금 내가 있는 이 일상의 순간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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