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1

by 한결같은사랑 posted Jan 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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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은 휴전선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기 북부 지역,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내가 어릴때만해도 남북이 총칼을 겨누고 대치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아주 긴장된 냉전의 관계여서 북한에서 살포한 삐라가 동네 여기저기에서 발견되었고, 또 군사지역이라 낮이고 밤이고 군인 들의 훈련하는 모습과 군용트럭과 탱크 지나가는 소리, 하늘에서는 수시로 헬리콥터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부모님은 그 당시 벼농사, 밭농사를 지으시고 콩나물 공장을 운영하셨으며, 돼지를 키우셨다. 아버지는 아침에 일어나시자마자 콩나물에 물을 주시거나 잘자라는지 병충해는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콩나물 공장부터기셨고, 어머니는 돼지들이 밤새 별일이 없는지 아프진 않은지 돼지의 아침을 준비하기위해서  큰솥에 쌀뜬물 음식물, 사료 등을 넣고 끓이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다. 지금 기억하기로는 새벽 네시에 일어나셔서 아침나절이 되어서야 마무리를 하고 바로 아버지는 들로, 어머니는 바로 돼지들이 먹을 음식물을 얻기위해 연천 읍내 식당 중국집 등을 순회하셨으니 그때의 고생은 어린 나로서도 짐작이 가는 일이었다.


콩나물에 병충해가 들어 자라지못하고 그냥 버리는 일도 다반사였는데, 멀쩡해보이는 것은 판매를 해도 될 것을 아버지는 최고 상품만을 고집하셨고, 그런일이 있을 때마다 늘 한결같으셨다. 돼지를 키우시던 어머니께서도 한 번은 돼지고기가격 급락으로인한 파동 때 사가는 사람이 없어 마을사람들에게 공짜로 그냥 나누어 줄 정도로 재미를 못보셨지만 늘 정직함과 성실함으로 살아오신 모습은 나에게 저절로 귀감이 되었고 정식과 성실은 지금도 우리집의 가훈으로 남아있다.

부모님이 콩나물공장을 운영하신 덕분에 끼니마다 콩나물이 떨어질날이 없었는데 콩나물밥, 콩나물국, 콩나물김치찌게, 콩나물 무침은 진짜 원없을 정도로 먹어보았고, 도시락 반찬은 콩나물이 빠지지 않았다. 동네어르신들은 나를 콩나물공장 사장 아들이라 불렀으니 지금도 식당에서 콩나물만 보면 부모님 얼굴이 떠오른다.


아뭏든 성실하시고 부지런한 부모님 덕분에 친구들이 학교 수업이 끝나면 농사일을 돕거나 소여물을 준비할 때에도 나는 세계문학전집의 이솝이야기를 읽거나 이순신 장군 위인전 같은 책을 읽으며 여가시간을 보냈으니 전형적인 농촌마을치고는 아주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할 것이다. 나의 꿈은 아버지의 대를 잇는 농사꾼이었는데, 꿈과는 정반대로 부모님의 바램대로 초등학교 5학년때 서울로 유학을 가게되었고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어머니가 뒷바라지를 위해 서울에 집을 얻은 후 장성하여 가정을 이룰 때까지 20년 간을 주말부부로 지내셨다. 지금은 내가 살고 있는 안양으로 이주를 하셔서 근거리에서 살고계시지만 워낙 젊은 시절에 고생을 많이하셔서그런지 아버지는 허리수술을 2번이나 하셨고 어머니는 양쪽 무릎 모두 인공관절삽입수술을 하셨다.


UN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을 고령화사회,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을 고령사회,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을 초고령사회라고 한다는데, 수 세기를 걸친 의학의 발달, 식생활의 개선, 장수를 염원하는 생활습관 등 여러가지의 이유로 인류의 평균 수명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우리나라도 이제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산다는 것은 축복받을 일이면서도 주목해 야할 점이 있는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듬에 따라 그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건강을 잃은 아픈 노후, 노년 생활의 경제적 빈곤, 가족의 해체 또는무관심 등으로 인한 고독사 등 일 것이다. 최근에는 독신으로 사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은퇴 이후 삶의 준비는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나의 경우에는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가 영농생활을 할 예정이기에 지금도 주말마다 고향집을 방문한다. 친척 형님뻘되는 분들이 농사를 짓고 계셔서 상추나 고추, 고구마, 감자 등 기본적인 작물 재배법을 배웠고, 내년에는 산에서 표고버섯재배를 배워볼 요량이다. 요즘들어서 실감하고 있는 말이 있는데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내가 들인 노력과 수고만큼 반드시 돌려주니 양이 문제가 아니라 수고로움의 보답을 돌려받는 지금, 내가 키운 작물 들을 보면 꼭 자식을 키우는 기분으로 이보다 행복한 적이 없다. 


하루를 묵어가는 오늘, 농막 앞에는 졸졸졸 개울이 흐르고, 새들의 노래소리가 정겹다. 발갛게 물들어가는 하늘이 부끄러운듯 웃고 저녁을 향해 천천히 구름이 흐른다. 시골의 냄새, 목장의 젖소 들 분뇨 냄새까지고 풀내음이 나는 듯하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이면 친구들과 멱을 감고 겨울이면 썰매를 타던 곳에서 땅을 고르고 돌을 골라내고 작물을 심는다. 살아 있음이다. 자연은 내게 숨쉴 공간과 시간을 준다.  


은퇴 후 나의 정서적 욕구에 대한 목표도세웠다.전원생활 속에어 마을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려고 계획  중이고 이름도 '사랑가득 작은 도서관'이라고 미리  지어 놓았다. 마을사람 누구나 찾아와 무료로 책도 읽고 휴식도 취하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오고 가고 싶을 때 가는 자연속의 조그만 도서관 겸 사랑방을 만들어 운영하고자 한다. 또 도서관 한 켠에는 약초 사랑방도 만들어 마을 어르신이나 노인 분들이 건강을 위해 약초 차를 마시면서 농촌 마을의 발전에 대해 또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해, 건강에 대해 대화하고 웃을 수 있는 무대를 꾸미는 건이 꿈이기에 책을 사서 틈틈이 산야초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고 도서관을 채울 책을 모으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자연의 공기에서 떠나버린 나의 일상, 초록이 주는 신선함과 청량감을 잊은 채 꽉  막힌 시멘트 안에 갇혀 사는 삶은 늘 짙은 아쉬움을 주었고, 자연에 대한 그리움 속에서 살게 하였다. 살아있는 가슴은 우뚝 솟은 산 아래 펼쳐진 숲과 광활한 들판과 대지의 품에 안겨 포효하고 싶은데 희뿌연 매연이 깔리는 도시에서의  아련함은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을 더욱 불러 일으켰다.


나의 가슴은 계절과 상관없이 수시로 방망이질을 친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떠나고 싶도록 충동질을 하는데 어느 곳으로 떠나고 싶은 강한 욕구가 막연히 일상을 탈출하는 것이라면 전원생활은 나에게 탈출구가 될 뿐 아니라 산에 오르다가 목이타는 갈증 끝에 샘물을 발견하고 손으로 떠서  꿀꺽꿀꺽 들이킨 후  '캬' 소리가나는 감탄사처럼 청량감을 주는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린 시절 시골 마을에서 자랐던 내게  산과 숲과 냇가는 동무이기도 했고 집이기도 했고 놀이터이기도 했다. 

봄이면 파릇 파릇 솟는 새싹들, 개나리 진달래로 

수를 놓았던 앞 산자락, 아카시아 꽃을 따먹으며 가시에 찔려 눈물을 쏙 빼던  기억하며 여름이면 숲은 온통 초록의 바다로 덮히고 그 속에서  나무타기, 개암 따먹기뿐 아니라 양지바른 곳에 누워 소나무 향을 맡으며 뒹굴뒹굴하던 피터팬 같았던 동무 들을 생각나게 하고, 가을이면 밤을 따러다니던 것, 온통 천연색으로 물든 산을 바라보며 목장 길을 뛰어다니고, 겨울이면 산토끼를 잡겠다, 꿩을 잡겠다고 새총을 만들어 하루종일 산을 오르다가 날이 어두워져 길을 잃어버리고 겨우 겨우 집을 찾아 왔던 추억 들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현대의 삶은 기계 문명이 만들어준 혜택과 엄청난 속도를 가진 과학의 발달로 상상할 수 없는 수 만가지 편리함을 안겨주었지만, 나의 허기진 가슴을 모두 채워주지는 못했다. 어쩌면 현대인은 문명의 노예가 되어 늘 똑같은 삶의 바퀴에 묶여 있는지도 모른다. 지친 몸과 마음을 기대고 싶을 때 쉼에 대한 막연한 욕구가 밀려올 때면 어김없이 자연을 생각하게 된다.


삶은 외로움과 부대낌의 연속이기도하다. 아무도 나를 대신할 수 없다는 소외감이 밀려와  기대고 싶어도 의지할 곳 없을 때 세상 살이가 다 똑같거니 하면서 스스로를 자위해보지만 그 위로가 통하지 않을 때 숲 길을 걷기도 하고 나무 들이 울창한 올레길을 따라 걷기도 한다.  사르락 사락 나뭇잎 들의 합창, 어쩌다 만나는 새 들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한다. 행복이다.


서서히 숲 속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강 건너편에 불 빛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하고 노랑색 가로등 불이 길을 비춘다. 숲  속의 풀벌레와 나무 위  부엉이가  울음 우는 가을, 싸늘한 공기, 자연의 밤이 이끄는 적막함 속에 눈을 감고 있노라면 밤하늘에서는 헤아릴 수 없을만큼 이나 많은  별들이 무수히 쏟아진다. 새벽녘이면 숲 속에는 예쁜 별꽃들이 가득 피어나 인사를 하겠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 지극히 평안한 쉼을 제공하는 아름다운 곳을 떠나며 천천히 눈을 뜬다. 늘 빡빡한 일상에 얽매여 시계의 초침같이 살아가는 우리와는 반대로 숲의 삶에는 시계바늘이 없다. 바람이 불면 부는 방향으로 몸을 맡기고 비가오면 오는대로 다 받아들일 뿐,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면서도 자유롭다. 숲처럼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눈부신 가을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둥둥 흐른다. 숲의 향기가 코 끝에서  은은히 퍼지고 나는 달고 시원한 물 한잔의 에너지를 주는 숲을 그리며 다음 주말을 기약한다. 

전원생활을 향한 나의 꿈은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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