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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나리, 하늬바람.

 

찔레꽃머리의 여름 햇볕은 금방 구름에 가려 눈을 만나듯 녹아버려 서늘맞이를 막고, 찾아와 피부를 두드리던 가을의 입김은 금세 물러가 서늘한 기운이 가득한 서리가을이 이내 몸을 감싸 안았다. 이렇게 몸서리치도록 외로웠던 적이 있었던가, 기억을 되새김질해보아도, 남는 것은 곧 추억 조각들이라 눈을 질끈 감고 걸어온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쉽게 결별(訣別)을 말할 사이는 아니기에, 행여 헤어짐을 겪는다고 하여도, 그것은 한 명의 고별(告別)이 아닌 석별(惜別)일 것이라고 우리는 말하곤 했기 때문에, 떠남을 손 흔들어 배웅했던 것은, 자만심, 그리고 곧, 아니 결국엔 다시 돌아 나에게 올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다만 떠난 기차의 뒤에서 아무리 손을 흔들어 붙잡아도, 경적소리를 내며 멀어져 갈 뿐, 저 열차가 다시 나에게 돌아오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을 알기에, 역을 빠져나가야 하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서로를 만나 기대고, 뒤를 맡기고, 안기고, 만지고, 열 나절은 커녕, 반 나절만 떨어져도 하늘이 무너지듯 불안해하던 때가 있었다. 둘은 단미였고, ‘그린비였다. 말로는 전부 설명할 수 없는 연애(戀愛) 였다. 시작은 누구보다 유치하고 천박했고, 그 과정은 또 어리석었다. 약관(弱冠)의 나와, 묘령(妙齡)의 너가 만나, 시간의 흐름으로 달라지는 시각과 생각에 흔들려 붙잡을 곳이 필요했다.

 

그저 옆에 누군가, 전화를 하면, 문자를 하면 바로 받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고, 사람이 없으면 심히 외로워지는 마음을 가진 둘은 서로가 가장 적절한 상대였던 것이다.

 

모두가 원치 않았던 만남 이였으며, 둘을 볼 때면 의아스레 쳐다보았다. 거울을 보던 나의 표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서로 다른 환경, 다른 생각, 다른 사상을 가진 둘이 합로(合路)를 만들기는 어려웠다. 원하는 것이 달랐고, 추구하는 삶이 달랐다. 끝을 내기엔 서로가 외로워지기에,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지만, 나무의 성장에는, 물의 흐름은 더딘 것이 없었다.

 

그러나 시나브로 둘의 사이는 흐려져갔다. 같이 있는 것이 당연했고, 사랑을 나누기엔 햇수가 오 년이 지나, 우리가 처음 걸었던 길은 까맣게 물들었고, 밤새 나를 기다렸던 그 곳에는 아파트가 들어섰으니, 싹이 나와 아름다운 기지개를 펴, 붉게 물들었던 그 장면은,  시간이 지나면 돌아가야 하는 것이 이치인 듯, 꽃잎은 하나 둘 떨어지고 곧 줄기 또한 땅으로 스며들었다.

 

과연 십 년의 세월을 이겨내지 못했다, 아니 연도의 반에게 손을 들어버린 것인가? 길었던 애정이란 열차의 종착역에서 내려 다가오는 너라는 열차를 보고 있을 때, 간신히 개찰구로 나가려는 발걸음을 잡고 있었으나 삶이라는 어둠은 별을 빛내지 못하고 내게 찾아왔다. 핑계였을 수도 있고, 억지였을 수도 있다.

 

한때, 전부였던 무엇인가를 놓아 흘려 보낸다는 건 힘든 일이라는 걸 이른 시기에 알아버린 건 아닐까, 더 좋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 오늘 하루를 포기하며 산다는 것이, 그것으로 인해 더 이상 안아주지 못한다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린 건 아닐까.

 

길었던 너와의 연애를 마치고 비로소 나는 홀로 설 준비가 되었는데, ‘이것만 끝내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다른 무엇인가를 가지고 온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더욱 힘이 드는 오늘 밤이,

 

대학을 졸업하면, 조금 더 여유로운 세상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마 그건 나만의 소망 이였는지도, 통보에 찾아온 침묵은 더 이상 너의 것이 아니었기에, 수긍하여 놓아줄 수밖에 없는 이 반응이 큰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그때 돌이켜 후회하는 것은 목소리를 들려주지 못한 것과, 애오라지 너의 안녕을 빌어주겠다는 말을 못 한 것이다.

 

이제서야 비로소 모든 것의 준비가 끝나 추억을 놓을 수가 있다. 마른 장작의 불을 지폈던 손길은 차가운 물을 뿌리는 구름의 것과 같아, 이미 다 젖고 나니 너는 어디에 있는 건지. 저 멀리 흘러가는 모습에 괜한 서운함과 억울함이, 하지만 식은 다음 나에게서 피어나는 연기가, 불꽃이 되어 괴롭히지 않는다는 사실에 후련하기에, 또 다시 말한다면.

 

미안하지만 이 후 다시금 생각이 난다면, 그것은 보고싶음의 미련이 노량노량 흐노니 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니 그림을 기인 것이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해 떠올리는 그 것임을 기억 해주 길 바란다. 북새바람이 불 때 그 밤 풍경에 빠져 몸관리를 소홀히 하지 말고 혹여나 아픈 곳이 있다면 모두 아스라이 멀어지기를.

 

나는 너의 물을 받아 희나리 된 채 하늬바람에 몸을 말려 일어서 내일의 나를 찾아갈 테니.




도시의 달



달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대변한다. 슬픔이 있는 자가 그 것을 본다면 하루의 달은 흐릿하고 색을 잃어 어두울 것이고, 기쁨을 가진 자가 밤의 눈을 본다면 대낮의 태양보다도 밝아 곧 그 속의 토끼와 눈맞춤을 할 것이다. 그 밤은 삶의 활력이 되어 어두운 밤도 곧 한 눈에 들어 올 것이고, 다음날을 위한 준비는 더 없이 완벽할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있어 괜한 울음으로 걱정을 달고 살았던 적이 있다. 남들과는 뒤쳐진 듯한 느낌과 더 멀어지는 듯한 암울함이 내 몸을 이불처럼 덮어 숨통을 막았던 적이 있는 것이다. 모두와 다르게 고등학교 졸업 후 일로 뛰어들었던 나는 철없던 새 군대를 가게 되었고, 전역 후 대학에 꿈을 피웠던 것이다.


줄기차게 태웠던 연초의 연기로 전투복은 고이 접어두고 사회로 나와 입학을 준비하던 날, 다른 친구들은 모두 졸업을 앞두고 있던 그 해 였다. 변해버린 세상을 따라가기 바쁜 나는 주위를 둘러볼 새도 없이 무작정 새운 목표로 페이스 조절 없이 달려가고 있을 때, 친구와 술 한잔 후 집으로 걸어 들어갈 때, 그 날의 달빛이 나를 불러 세웠다.


가족이 있음에도 세상을 홀로 살아가는 나는 달이었다. 주위에는 수많은 별이 있었지만, 그 바탕에는 검은 어둠이 자리잡고 있는 밤하늘의 구멍이었다. 그날의 노란색의 눈은 나에게 세상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물음과 자신의 곁으로 불러들이는 따스한 위로를 주었다.


공부와 일, 돈과 펜 사이의 고민은 끝없이 나를 우울의 우물속으로 흡수했다. 그 우물 속에는 내 얼굴이, 우물 밖에는 내 몸이 있었다. 가난을 바탕삼아 성공하는 스토리는 이미 예전에 끝나버린 구시대의 유물이었고, 나는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였기 때문에 삶이라는 드라마는 예전에 끝나버리고 말았어야 했다.


대학을 간다고 했을 때, 부모의 걱정 섞인 얼굴과 부정하는 말들을 이겨내고 무작정 밀어붙인 결과

나는 이 도시의 달이 되어있었다.

  • profile
    korean 2020.05.03 16:52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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