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채유딘>

by 최진 posted Apr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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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유딘

 

설날 봉투에 서툰 글씨채로 세 글자가 적혀있었다. ‘채 유 딘읽어 보고 나서야 알았다

이 글자가 내 이름 석 자 최유진인 것을

서툰 글씨로 선조차 삐뚤빼뚤 했다. 늘 봉투에 세뱃돈을 주시던 할머니가 손자, 손녀들의 이름을 직접 적어주신 것이다.

 


처음 이름을 적어서 주실 때 아버지가 기뻐하셨고, 어머니가 칭찬해주셨다

나는 너무 어려서 그랬는지 이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인지 잘 몰랐다

뉴스에서 글을 모르셨던 할머니가 글을 배워서 행복하다고 했을 때 그저 다른 할머니들의 멋진 이야기 인줄 알았다.

 


너무 어려서 그랬을 까? ‘세 글자 그냥 적을 수 있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도 들었고, 왜 이리도 대단한 일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바쁘게 살아온 할머니의 젊은 시간을 야금야금 챙겨먹으면서 그것이 당연한 일인 줄만 알았다.

 


그래도 할머니는 강아지 같은 손녀, 손자 이름 석 자를 써보겠노라고 

두어 시간을 걸어가서 깜지를 쓰고 다시 두 시간을 걸어서 오셨을 것이다

아들, 딸 이름보다 어찌 손녀, 손자 이름을 먼저 배우셨을까.


 

내리 사랑은 짝사랑이라더니.


 

예전에는 맞았을지 몰라도 이제, 그 말은 틀렸다! 그 봉투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서야 할머니가 주신 봉투를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비록 서툴고 삐뚤어도 나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예쁜 새 이름 채 유 딘’.

나는 이 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

 



 

최유진

youjin0331@naver.com

010-9109-8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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