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차 창작 콘테스트 공모 - 어느거지

by Miky posted Jun 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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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거지





빨강 신호 등 에 걸려 교차로에 서있을때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어느 정신병자인지 거지인지
가진거라곤 어깨에 메고 있는 우산 손에 든 물병 하나
나 거지예요 때국물 흐르는 거지
그냥 걸어요 다리 아프면 아무데나 앉고요
추워도 어쩔 수없어요.입고 있는게 다 예요.
비누도 따뜻한 온수도 없어요.그래서 내 모양이 이래요.
목에 두른 수건은 내 목도리구요
난 그냥 살아요. 난 목표가 없어요.난 책임질게 없어요.
오늘이 몇일인지 주머니에 돈이 얼마 남았는지 셀 필요가 없어요
팔 다리가 멀쩡 하지만 일 하는것도 잊었어요

언제부터 이런지 나도 몰라요.
내가 살아 있다는걸 느낄때는 배고픔과 추위뿐
아무도 날 위해 주지 않고 커녕 피하고
길거리에 누워서 죽은 척해도 다 그냥 지나쳐요.
난 누구일까요?
발길 닿는데로 갈 수있고 멈출 수있고 아무때나 잘 수있고 길 바닥에 누울 수도 있고
살아있는걸 보니 무언지 뭔지도 먹은것 같고
바람처럼 자유로왔는데 이젠 자유에 지쳤어요.
지금도 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라요.
그냥 내 다리가 저절로 걸어요.
노래도 나오다가 울음도 나오고 웃음도 나오고 욕도 나오고
괜히 씨불거리고 고함도 질러보고
죽고 싶다는 의지도 없어요.그냥 살아있어요.이유 없이요.

지난 겨울 얼어 죽을 줄 알고 있었는데 살아있어요.
어떻게 살아있는지 나도 몰라요.
내가 오늘밤에라도 얼어 죽을 수있을까요?

내가 죽으면 그 아무것도 아닌데
내 생이 얼마나 남았다고
시간이 얼마 없어요..항상 알지만
먹고 싶은걸 실컷 먹을까?
가고 싶은데를 어디든 가볼까?
못한 공부에 매달려 볼까?
남을 도울 봉사를 할까?
남은 시간을 아끼던, 메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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