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러브앤프리> 독립서점을 가고 나서

 

 

책은 인터넷으로 시켜도 된다. 하지만 인터넷으로는 어떤 책이 좋은지, 어떤 책이 나와 잘 맞는지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한다. 인터넷의 정보로는 직접 지문을 읽어볼 수 없다. 종이의 질감은 참 묘해서 문자가 더 온전하게 다가오는 것만 같다. 이건 개인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나 나는 종이에 담긴 문자를 좋아한다. 종이의 넘어감이 책을 읽었다는 뿌듯함으로 이어진다. 좋은 책은 책의 서사와 인간의 서사가 만나는 지점이다. 이는 종이의 질감으로 보다 온전하게 전해진다. 아무래도 내게는 종이로 된 책이 익숙해서 그런 듯하다. 핸드폰이나 컴퓨터로도 수많은 문자를 접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책의 내용은 종이로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도구도 있다. 내게는 책이 이야기의 도구로서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을 고르는 일이 독자에게는 미지의 공간을 여행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한 작가의 서사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 나를 대입해보는 것은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하고 타인의 낯선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은 장소에 대한 이동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일도 여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이라는 미지의 공간을 여행하는 일은 책을 통해서 이뤄진다. 만일 그게 새로운 작가의 책이라면 그것은 새로운 여행지를 만나는 일과 같은 것이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것은 몰랐던 이야기를 접하기에 보다 유용하다. 내가 모르는 작가의 첫 문장을 통해 이 여행을 떠날지 안 떠날지를 결정하게 된다. 혹은 그가 설계해둔 목차에서 이 여행지의 유용함을 고민하기도 한다. 추천서는 믿을 만한 가이드를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독립서점일까. 대형서점과 독립서점은 어떤 차이를 지닐까. 내가 생각하는 독립서점의 강점은 인문학 도서의 집중도와 실내 디자인이다. 우선 독립서점은 대형서점과 다르게 인문학 책 위주로 진열되어 있다. 인문학 책을 구매하러 오는 독자들에게는 아주 좋은 구매처일 것이다. 철학 책이나 문학이론 책은 수요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인문학 공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주로 구매를 원하는 책이다. 반면 대형서점은 다양한 책을 구비해놓는다. 책 종류의 다양성은 선택의 폭이 정해진 독자들에게는 불편한 구도일 수도 있다. 그들에게는 구매하고 싶은 분야가 정해져 있고 그 책의 높은 난이도를 원하기도 한다. 그런 독자들에게는 독립서점에 진열된 인문학 책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독립서점의 두 번째 강점은 실내 디자인이다. 점점 사람들은 개인적인 공간을 중요시 한다. 그렇기에 카페의 실내도 개인적인 공간을 우선시하게 디자인된다. 그런 면에서 독립서점은 개인적인 공간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위에 <러브앤프리> 같은 경우는 2층에 일반 가정집처럼 책을 읽을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누구에게도 침해받지 않는 공간은 집일 것이다. 집과 비슷한 실내는 사람들에게 개인성을 보다 강조한다. 반면 대형서점은 다수의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실내가 만들어져 있다. 물론 더 많은 판매와 많은 도서를 매장 안에 전시하기에는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은 대형서점의 공간보다 독립서점의 공간이 더 편리할 것이다.

여전히 독립서점의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여러 기성작가들을 모아 강연 및 낭독회 활동을 하지만 수입면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학을 업종으로 종사하는 사람들은 문학이 대중과 만나는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있다. 그 중 한 방법이 독립서점이라 생각된다. 대형서점의 판매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독립서점의 판매가 활성화될 때 문학이 보다 대중과 가까워지는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이름 없는 매장들의 반란이 우리에게 또 다른 감성의 페이지를 전해줄 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길을 걷다가 만나는 오래된 책방처럼 현대의 사람들에게는 독립서점이 문학을 만나는 새로운 접점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름 : 김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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