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차 창작 콘테스트 수필 부문 공모 - 이해할 수 없는 행동

by zkanlf321 posted Jul 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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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나는 흘낏 보았다. 보고만 것이다. 신경을 껐다면, 꺼림칙한 감정은 느끼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도덕을 우선시해야할지, 친구간의 의리를 선택해야할지 곤혹스러웠다.

 친구는 오른손을 뻗어 그것을 한 움큼 쥔 채 그대로 바지주머니로 집어넣었다. 주머니로 뚝뚝 떨어지는 국물소리는 나의 심장을 건드리는 듯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때는 여름, 바깥은 쉽사리 뛰놀기 어려울 만큼 무더웠다. 친구들은 에어컨이 돌아가는 실내에서만 활동했다. 선생님은 그런 우리를 한참 바라보았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는 야외활동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여러분, 손 씻고 오세요.”

 밝은 목소리를 내는 선생님이었지만 점심시간만큼은 골머리를 앓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잔반처리였다. 여름철이다 보니 몇몇 아이들의 식욕이 감퇴되면서 잔반의 수요가 급증했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음식에 대한 고마움을 교육시키기 위해 수요일은 잔반 없는 날로 지정했다. 우리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아했다. 수요일만 되면 음식의 질과 다양성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죽은 식욕도 일으키는 불고기나 제육볶음처럼 반찬으로 남기려야 남길 수 없는 것들이 나왔고 간식으로는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아이들은 남기 긴커녕, 더 달라고 조르거나 편식하는 친구가 있는지 눈을 굴렸다. 한 마리의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선생님이 왜 이를 두고 문제점이라 여기는지를 이해했다. 나는 가방에 꺼내놓은 수저통을 다시 돌려놓고 싶었다.

 식탁위엔 아이들의 입맛을 자극할 음식이 없었다. 혹시나 선생님이 배급받은 간식을 깜빡한 것이 아닌지 잠자코 기다렸지만, 선생님은 말했다.

 “여러분, 맛있게 먹어요.”

 아이들의 얼굴은 금세 시무룩해졌다.

 그렇게 모두가 힘없이 숟가락질을 할 때 왼편에 앉은 대현이는 주변을 살폈다. 도둑질을 앞둔 좀도둑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친구가 어디 아픈가 싶어, 손을 들어 선생님께 알리려던 찰나 나는 흘낏 보았다. 보고만 것이다. 신경을 껐다면, 꺼림칙한 감정은 느끼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도덕을 우선시해야할지, 친구간의 의리를 선택해야할지 곤혹스러웠다.

 친구는 오른손을 뻗어 깍두기를 한 움큼 쥔 채 그대로 바지주머니로 집어넣었다. 주머니로 뚝뚝 떨어지는 국물소리는 나의 심장을 건드리는 듯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선생님의 말이 곧 법인 유치원에서 대현이의 이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제 아무리 맘에 들지 않는 반찬이 나왔어도 주변에서는 인상을 찡그리며 먹는 친구들을 바보로 만드는 행위가 아닐까?

 이 일을 선생님께 말하면 어떻게 될까? 친구가 잘못된 행동으로 뉘우치고 반성한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나는 고자질을 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대현이는 범죄자처럼 고개조차 들지 못할 것이다. 자연스레 대현이는 나를 원망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우정에 금이 가지 않을까?

 조용히 있으려니 답답했고 선생님께 말씀드리려니 용기가 나질 않았다. 나는 묵묵히 밥을 먹었다. 음식을 꾸역꾸역 먹고 있을 때, 대현이 오른편에 앉은 여자애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쏟아졌다. 괜스레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저 녀석도 봤구나!’

 그런데 여자애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다.

 “선생님, 대현이 손에서 피나요.”

 그러자 선생님은 들고 있던 수저를 떨어뜨리고선 대현이 쪽으로 황급히 다가왔다. 대현이는 오른손바닥을 바지로 닦아내려했다. 선생님은 재빨리 친구의 손을 낚아챘다. 그리고 잠시 침묵.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대현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다른 아이들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호기심어린 아이들이 여자애보고 질문세례를 던졌다.

 ‘정말로 피가 났어?’

 ‘언제 봤어?’

 여자애가 대답하려하자, 멀리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이름: 김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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