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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끝



  골목은 위험하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어른들은 늘 그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어른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법이 없었다. 더구나 그때 우리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꼬맹이였다. 우리들은 골목에서 놀다가 차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 해올 때면 여유롭게 피하며 낄낄대고는 했다. 어른들은 늘 안전한 놀이터로 우리를 떠밀었지만, 우리는 놀이터가 따분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놀이터든 운동장이든 골목이 아니더라도 놀 곳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골목은 인적이 드물고 어두운 곳이라, 별게 없더라도 왠지 모를 짜릿함을 주었다. 그곳은 우리의 비밀 아지트 같은 거였다. 어른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그렇게 위험한 곳도 아니었다. 늦은 시간에는 가끔 차들이 지나다녔지만, 우리는 그 차들을 피할 만큼 충분히 빨랐다

    “사고라는 건 99번을 무사히 넘기더라도 아차 싶은 그 한 번에 일어나는 거야.”

   하지만 그 한번이 내게 오기는 할까? 대한민국의 인구는 5천만 명이고, 그런 불행들은 남의 일인 것만 같았다. 따분할 정도로 평화로운 내 세상에는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그저 멀기만 한. 막연한 안정감은 나를 이따금 스쳐가는 위협에도 무뎌지게 했다. 그때는 한순간, 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함께하는 순간들이 영원할 것만 같았기에.

    “오늘 골목에서 인라인 타자.”

   “안 돼, 오늘 피아노 학원 가야돼. 내일 놀자.”

   우리라는 건 늘 구성원이 바뀌었지만 대체적으로는, 나와 그 애였다. 남자애 치고는 조금 긴 머리에 늘 장난이 가득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아이였고, 나와는 소꿉친구였다. 아무튼 내가 거절하자 그 애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사실 그때쯤에는 함께 놀지 못할 때가 많았다. 학원이 늘어나자 바빠졌기 때문이다.

   “그럼 다른 애랑 놀아야겠다.”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평화로웠고, 또 평범했던 날이었다. 피아노 학원에서는 숙제를 해가지 않아 혼이 났고 새로운 곡을 배웠다. 콩쿠르에 나갈 노래를 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체르니 30번에 있던 어떤 곡을 골랐는데, 담담하지만 슬픈 곡이었다. 저녁에 쓸 일기 내용을 구상하며 나는 학원을 나섰다. 이때부터가 평소와는 달랐다. 평소라면 한적하고 드물게 아이들의 웃음소리만 들려와야 할 골목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낮게 깔리고 구급차 사이렌이 반짝 거렸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사고회로가 그대로 정지한 느낌이 들었고 귀에서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났다. 활발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 나만 멈춰버린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게 큰일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쪽으로 가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때 요란하게 울리는 휴대폰이 정적을 깼다.

   “5시 넘었는데 왜 아직도 안오노?”

   할머니였다.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굳이 알고자 하는 열망 같은 건 없었다. 오히려 방금 전 내가 느꼈던 알 수 없는 불안감 같은 것들이 우습게 느껴졌다. 별 일 아닐 것이다, 이때까지 그랬듯이. 이 동네에는 그다지 큰 일이 나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우리의 골목을 무심히 지나쳤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건 다음 날이었다. 아마 학교에서였던 것 같다. 아이들이었는지 선생님 이었는지. 그 애가 어제 5시쯤에 골목에서 차에 치였어-.

   “어떤 아줌마가 차를 잠깐 주차하고 있었데, 통화하느라. 근데 걔가 인라인을 타고 놀다가 차 뒤에서 넘어졌어. 아줌마는 통화 다하고 출발하려고 잠깐 후진을 했나봐. 그때 뒷바퀴에 깔렸대. 아줌마는 조금 이상했는데 생수병 같은 건 줄 알고 그냥 가려고 했고. 근데 인라인이 껴서 전진이 잘 안됐나봐. 그래서 여러 번 후진했다가 다시 전진했데. 그러는데 누가 보고 아줌마한테 소리질러서 알려주고 신고했어.”

   아이들이 떠들어대는 소리를 대충 종합해보면 이런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요점은- 그 애가 죽었다. 우리가 함께 놀던 그 골목에서.

   그 애의 부재는 생각보다는 내게 와 닿지 않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애가 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졌고, 반도 다른 우리는 학교에서 마주치는 일이 적었다. 그냥 가끔 함께 하는 골목 친구 정도였으려나. 그 애의 죽음은 그 애 책상위에 놓였던 국화꽃만큼이나 학교에서 빨리 치워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하리만치 아이들은, 특히 나는 그 애의 죽음에 덤덤했다. 그냥 어느 동네의 누가 죽었다더라 정도의 느낌이었다. 꼭 부모님들이 그것을 바랬기 때문은 아니었다. 죽음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해서였을 수도 있다. 그건 나와 가까운 사람의 첫 죽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영원히 그 애를 볼 수 없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나는 피아노학원이 끝나고 그 골목을 지나쳐갈 때, 오직 그때만 그 애를 떠올렸다. 그럴때면 피아노 학원에서는 슬픈 곡이 흘러나왔다. 나는 콩쿠르에서 무난하게 입상을 했다. 곡 선택이 탁월했다며 선생님은 좋아하셨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었다.


  • profile
    korean 2020.10.31 18:13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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