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줍는다.

 

수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등 뒤에 배낭을 메고 나섰다. 겨울이나, 봄이나, 여름에 떠나는 것보다 가을의 산행은 한층 남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어딘가를 향해 떠난다는 것은 크든, 작든 어떠한 목적이 있을 테고 그 목적을 가지고 떠난다는 것이기에 더욱 즐거운 것인지도 모른다. 바쁘다기보다 바쁜척하면서 살았었다. 가면을 쓴 것처럼 척하고 살았기에 그 동안의 바쁨은 허풍 산이 같았을 게다. 거품쯤 걷어내고 산을 향해 떠나는 길목에서 재잘댄다. 참새 띠도 아닌데 웃음소리와 재잘대는 소리는 깊고 푸른 하늘에 높이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아야!"

어깨를 툭하고 치고 떨어지는 것이 있어 보니, 알밤이다. 알밤이 반가운 것은 우연히 만나게 된 까닭에 더 기쁜 것이다. 어느 날 거리에서 아주 우연하게 그 옛날 친우를 만나서 무작정 손을 잡고 대포 집을 향해 손을 잡아 끌 때의 그 기쁨!

수풀 속에 가지런히 내려앉은 녀석을 주워보니 반들반들 윤기가 난다. 손에 주워들고 올려보니 큰 산밤나무가 부처님의 모습처럼 자라있었다. 어찌나 큰지 넓은 가슴을 기꺼이 펼치고 서있다. 이런 맛에 산을 찾는가보다. 기꺼이 주고 기꺼이 받는 것, 산이 내가 되고 내가 산이 되기에 터무니없이 좋다.

산밤이라고 하니 오래오래 꼭꼭 기억 속에 담가놓았던 추억거리 하나가 생각이 난다. 알밤을 보니 겨울날 잘 구워진 군밤을 까먹듯이 추억 속으로 걸어가게 된다. 지금에 보면 행복보다 아픔이 더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밤! 그때는 그런 일이 일상이 되고 삶이었기에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코흘리개가 콧물을 흘리며 썼을 일기속의 그런 평범한 이야기지만

지금에 보니 아련하고 맛있는 과거다.

산골동네의 가을은 산행이 삶이었다. 망태기 하나를 둘러메고 산속을 헤맸다. 아버지를 따라 산속을 헤매다 보면 다래며 머루며, 으름 같은 열매를 만나고 물가에서는 밤이나 도토를 만나기도 했다. 아버지가 주워서 손에 꼭 쥐어 주던 밤을 입으로 까서 맛을 음미하면서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다람쥐 녀석이 실수로 건드린 탓에 밤이 통째로 떨어져 머리에 내려앉으면

"조놈의 다람쥐가!" 하면서 아픈 머리를 잡고 밤나무를 올려보면 다람쥐 녀석은 태연하게 나뭇가지 위를 옮겨 다녔다.

산밤을 주워 내려오다 보면 산림을 감시하는 산림감시원을 만나게 된다. 그 시절의 산림 감시원의 권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너희들 이거 누구 허락받고 주워 온 게야? ! 빵에 한번 가 볼 테야?"

감옥이라는 말에 무서워 주워온 밤을 산림감시원에게 빼앗기고, 덤으로 뺨을 한대씩 얻어맞고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다.

들키지 않고 밤을 가지고 온 날에는 멍석위에 펼쳐놓고 들락날락하면서 밤을 까먹었다. 밤이란 우리네 삶처럼 숙성이 되어야 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갓 따낸 밤은 밋밋하고 구수한 맛이 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풍요로운 맛이 난다 원래의 깊은 맛이란 시간이 지나야 제 맛과 만난다. 풋내기 같은, 어린 시절, 청년시절을 지나고 오십이 넘어야 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징검다리를 건너 이렇게 중년의 나이가 되니 옛이야기는 새록새록 그립고 정답기만 하다.

나는 밤과의 인연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 오죽했으면 나와 형님의 태몽이 알밤이었다고 했으니 말이다. 어머니가 우리 형제를 배속에 얻었을 때에는 아버지가 주머니에서 윤기 나는 밤 두개를 주워 손에 쥐어주는 꿈이었다고 했다. 태몽처럼 사는 내내 윤기를 내며 살았으니

이렇게 신통방통한 태몽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

더러는 시간을 참지 못하고 떨어져 내린 밤송이를 양발로 밟아 까서 손이 가시에 찔려가면서 속에 들은 알밤을 꺼내어 배낭에 담고 더러는 주위에 산발적으로 흩어진 밤을 주워 배낭에 담으니 제법 양이 풍족하다. 밤나무 주위로 내려가는 시원한 계곡물가 바위에 터를 잡고 앉아 시원한 생수를 나눠 마시고 밤의 껍질을 벗겨 입속에 넣고 박자를 맞춰 밤을 씹어낸다. 우득우득 내는 소리가 아주 훌륭한 교향악단의 첼로소리 같다. 눈을 지그시 감고 밤이 가져 다 주는 가을의 맛을 음미한다.

품이 넓은 자연은 주머니를 열어 맘껏 주워가라 한다. 누구는 가을이 떠나는 슬프고 쓸쓸한 계절이라 하지만 이렇게 무엇인가 얻으며 주워 담을 수 있는 가을이라서 좋다. 휘파람 한 자락 불어가면서 가을의 속내를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은 가을이 주는 행복한 선물이다.

겨울을 준비하는 다람쥐 같은 짐승들에게는 생명을 위한 양식이겠지만 나 같은 한량에게는 밤도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하나의 재료다. 배랑 속에서는 속삭이는 밤의 소리가 들린다. 아주 윤기 나는 맛난 소리-

 

 

 

 

 

 

 

 

 

 

 

 

 

 

 

 

카페란 할일이 없는 이들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 곳만은 아니다. 할일이 없다고 하는 말보다 슬픈 것은 없다. 부지런히 사색거리가 있어 찾기도 하고 바라만 봐도 좋을 사람과 만나서 따수운 대화를 하는 곳이 카페일 것이다.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 되어 햇살이 따스한 창가의 자리에 앉아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신다.

카페란 귀를 쫑긋이 열고 세상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한 곳이다. 굳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사는 세계를 여과 없이 풀어내준다. 이러니 일석 삼조가 아니던가,

"살이 많이 빠졌는데 뭔 일 있어?"

살짝 손님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건너가 보니 정말 살이 심히 빠져있다.

". 당을 하나 만들다보니."

정치를 하는가보군! 정치인을 곁에서 본다는 설렘이었을까? 시선을 그 사람에게 두니,

""

"무슨 당이야?"

"혈당!"

"거기서 한자리 하는 거야?"

"응 당수지..."

가만히 보면 도저히 정치를 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분이 당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당뇨병 즉 소갈 병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다. 어쩜 저렇게 맛나게 말을 잘 할 수가 있을까? 대부분 자신에게 질병이 있다면 숨기기에 급급할 텐데 아주 천연덕스럽게 정치를 한다니, 이 기발한 발상을 어떻게 할까?

말을 맛나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어디서 그렇게 기발한 생각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말하는데 트라우마가 있는 내게는 정말 우상과 같은 존재다.

내리는 눈을 얹은 것처럼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많고 주름이 늘어가는 지금은 이곳저곳이 망가지고 헐어있다. 아침에는 건강식품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고 병원에서 가져온 혈압 약에 당뇨 약 간을 치료하는 약, 잇몸 약 등등의 약품이 또한 사극의 궁녀들이 간택을 기다리듯이 쌓여있다.

건너에 손님처럼 당을 만들던지 협회를 만들었어도 수십 개를 만들었어야 한다. 잇몸이 부실하니 먹는 족족 제 맛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속이 좋질 않다보니 얼큰한 것을 찾게 된다. 얼큰한 두부찌개에 라면이나 국수 같은 종류의 음식을 즐겨하게 된다.

잠을 설치게 된다. 마지막 날에 대한 두려움이 컷었는지 악몽을 꾸기도 한다. 어쩌다 흉통이 찾아오면 이거 어떻게 되는 거 아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런데도 찾는 것은 음주요, 커피다. 말로는 불면증의 해소라고 핑계를 대지만 실은 불안으로부터의 도망 때문이다.

운동 좀 해요!”

운동을 하라고 하는 아내의 잔소리를 귀에 담고 살아야한다. 하지만 늘 숨쉬기 운동에 의존해 있고 가벼운 조깅도 하지 않는다. 어쩌다 동네주변을 산보를 하게 되면 뚱뚱보 아줌마가 귀에 이어폰을 꼽고 뒤뚱뒤뚱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남의 일처럼 느낄 뿐이다.

옳거니! 나이가 먹으면 서럽다는 말을 이제는 알 것만 같다. 여기저기 아픈 것도 서러운데 하루하루 짧아지는 햇살 같은 삶에 대한 맛을 정녕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살면 뭘 하나?’

절망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들기만 한다. 입맛이 없듯이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어서 기계적으로 숨을 쉬고 기계적으로 하루하루를 지워나갈 그 두려움이 더 서럽고 슬픈 것이리라.

쓰디쓴 아메리카노 커피 맛 같은 쓴 맛이라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가끔은 실수를 해서 음식을 입가에 바르고도 해맑게 웃으면서 언제나 유머와 위트를 가지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서인지 창문 앞에 날아와 앉는 가을 이야기를 듣고 있다. 창문 앞에 아름답게 핀 국화송이의 그 노란 색이 내 마음을 물들여 놓는다. 맛있게 꼴을 먹는 황소의 되새김하는 것처럼 오늘 하루를 곱씹으면서 하루의 맛을 제대로 느끼면서 살고 싶다.

 

 

 

성명 김은철

이메일주소 peun2000@hanmail.net

HP:010-8563-7580

  • profile
    korean 2020.10.31 18:22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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