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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11:48

#2. 노찬성과 에반

조회 수 437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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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찬성과 에반


처음으로 Littor(릿터) 문학잡지를 읽었을 때, 김애란 작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Axt(악스트) 잡지를 교보문고에서 순전히 우연히 접한 후 소설가와 작가지망생들을 위하는 것 같은 이 문학잡지를 읽기 시작했다. 솔직히 그 전에는 문학에 그다지 관심도 없었고, 두껍고 현학적인 말이 많을 것 같은 문예지를 읽지 않았다.

처음 악스트를 고르게 된 이유는 표지가 세련되게 예쁘고, 정유정 작가 인터뷰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9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았다. 딱 봐도 밑지면서 내는 잡지 같은데, 이렇게 공을 들인 걸 보면 분명 뭔가 있을 거라 생각이 들어 충동적으로 샀다.

악스트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이제는 꼬박꼬박 챙겨보는 독자가 되었다. 반면 릿터 1호는 악스트에 비해 문장도 말랑말랑 하지 않았고 내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뉴 노멀에 대해 지면을 꽤 할애해서 은근히 속으로 별로라고 생각하던 차였다. 샀으니까 꾸역꾸역 읽다가 드디어 내 감정을 움직일 만한 소설을 찾았다. 바로 김애란 작가의 <노찬성과 에반>이었다. 나는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몰입하여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이 소설은 단편임에도 신춘문예 작품처럼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콤팩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주 쉽게 읽히는 문장으로 정해진 페이지 내에 작가가 생각한 스토리가 완벽히 들어가 있으며, 이상하게 이 작가는 내 감수성을 건드리는 재주(?)가 있었다.

소설의 스토리는 이렇다. 노찬성이라는 초등학생은 할머니와 살고 있는데, 할머니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일하셔서 자주 그곳에 갔다. 찬성이 휴게소에서 개를 본 건 아버지를 여의고 한 달 즈음 지나서였다고 한다. 적어도 차에 치어 죽지 말라고 휴게소 한쪽에 버려져 묶여 있는 개에게 콜라에 든 얼음을 손바닥에 담아 내민 찬성은 그 개를 통해 내면에 묘한 자국이 생긴다. 개를 집으로 데려온 그는 할머니에게 타박도 받았지만 키우기로 결심한다. 에반이란 이름의 그 개는 사람으로 치자면 칠순이 넘은 나이였다. 찬성과 잘 지내던 에반이 이상해지기 시작하자 동물병원에 데려간 그는 에반이 암이란 것을 알게 된다. 초등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서 비싼 동물병원 치료를 받게 하겠는가? 밤마다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에반을 바라보던 찬성은 수의사가 안락사에 필요한 비용이 10만 원 정도 라고 하자 전단지를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은다. 어린 초등학생이 보기에도 에반이 너무 고통스러워하니까 이런 말을 한다.

“있잖아, 에반. 나는 늘 궁금했어.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아픈 건 도대체 얼마나 아픈 걸까?......에반, 많이 아프니? 내가 잘 몰라서 미안해......있잖아, 에반. 만약 정말 못 참겠으면......나중에 너무너무 힘들어지면 형한테 말해. 알았지?”

찬성은 열심히 일 해 결국 10만원을 모으지만, 동물 병원이 잠시 문을 닫는 동안에 돈을 헐어 휴대폰 유심 칩을 사고 케이스도 사며 6만 7000원 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돈을 썼다.

다시 10만 원을 모으려면 전단지 2000장을 돌려야 했는데 그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에반에게 줄 핫바를 사서 집으로 돌아갔는데, 에반은 집에 없었다.

에반이 없어지기 전날 갑자기 아프다고 낑낑대지 않고 자신을 보살펴준 찬성을 핥는 장면에서 눈물이 나왔다. 내가 키웠던 곰순이가 생각나서. 동물도 자기 죽음이 임박했다는 걸 알고 주인에게 인사한다는 걸 떠올려서.

결국 찬성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고속도로 휴게소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곳에서 이런 소리를 듣는다.

“아이, 진짜라니까. 그 개가 일부러 뛰어드는 것 같았다니까.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주유소 쓰레기통 옆에 놓인 자루가 불룩했다. 자루 아래를 보니 점점 더 많은 양의 피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찬성은 끝내 자루를 확인하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관심사가 된 휴대폰을 손에 쥐고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고속도로 옆 비포장 길을 걸어 나갔다.

나는 이 소설을 감수성이 제일 예민할 것 같지 않은 햇살 좋은 오후에 읽었다. 처음에는 느긋하게 쇼파에 등을 기대고 잡지를 눈에서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고 읽다가 점점 몰입이 되어 책 안에 코를 박고 읽었고, 에반이 죽기 전 자신을 돌봐준 찬성을 핥을 때에 이르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 이유는 내가 키우던 개가 죽기 전 그렇게도 못가리던 오줌을 가리고 나에게 칭찬 받으려 했기 때문이다. 베란다 문을 열어달라고 가만히 문 앞에 서 있던 곰순이가 다시 밖으로 뛰쳐나와 거실 바닥에 오줌을 쌀까봐 추운 겨울에 밖에 세워 두었다. 아마 그 당시 나는 컴퓨터에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몰랐을 거다. 갈수록 말라가는 곰순이의 몸이 보기 싫다고 옷을 입혀놓고, 앙상하게 뼈가 드러나는 줄도 몰랐다.

한참을 밖에서 떨던 곰순이를 집 안에 들여놓자 곰순이는 나를 원망하는 눈빛으로 올려다보곤 기운 없이 내 방에서 나갔다. 그 이후 곰순이는 죽기 전까지 내 곁에 오지 않았다.

곰순이가 심하게 말라서 동물 병원에 데려갔을 땐, 수의사가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배를 열어보아야 안다고 했다. 우리는 동의했고, 수술을 견딜힘조차 없던 곰순이는 수술대에 누웠을 때 그게 마지막일 거라는 걸 안 듯 했다.

술을 진창 마신 나는 곰순이 수술이라기에 부랴부랴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곰순아.”하고 불렀다. 내 목소리에 곰순이의 심장 박동 수가 치솟았다. 삐삐 거리는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술주정인지 진짜로 슬퍼서 그런 건지 알지도 못하고 대성통곡을 했다.

나는 그때 무척 어려서 곰순이가 그렇게 쉽게 죽을 줄 몰랐다. 아직 4살 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당시 나대로 우울증에 걸려 있었고, 매일 밤마다 술을 마셨다. 지금 생각해 보자면 사춘기가 20대 초반에 온 것 같았다.

나는 곰순이를 내 방식대로 사랑했지만, 곰순이는 나에게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떠난 것 같았다. 키우던 개를 그런 식으로 보내고, 나는 2년 동안이나 슬퍼했다.

찬성이 차에 치여 자루 포대에 담긴 에반을 돌아보지 않은 것처럼, 나도 말라서 죽어가는 곰순이를 외면했다는 점에서 미안한 마음에 잡지책을 들고 펑펑 울었다.

왜 김애란 작가는 나를 이렇게 울리는가. 왜 이 작가는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글을 잘 쓰는가. 울고 나서 정신을 차린 나는 김애란 작가의 모든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이 작가의 단편소설집들과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으며 울고 웃었다.




  • profile
    korean 2017.01.01 22:10
    아!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습작을 거듭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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